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명절선물

02/17 명절선물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2/16 [12:44]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명절선물

02/17 명절선물

최병석 | 입력 : 2024/02/16 [12:44]

국자씨는 이번 설에도 외로울 예정이다.

소위 말하는 모태솔로인 죄로 명절을 명절이 아닌 배려의 날,

꼬불쳐두는 날로 지낼 공산이 크기때문이었다.

그렇다.

회사의 직원들은 다들 결혼을 했고 명절이면 친가로 외가로

인사다니기에 바빴다.

그렇기에 국가에서 정해준 빨간 날은 물론이고 월차에 년차까지 더해서 일정을 잡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국자씨는 그 분주한 일정제작에서 벗어나는 게 더 좋다.

차라리 회사에 일이 많아서 못 움직인다고 변명따위를 늘어

놓는 게 마음이 편할 노릇이다.

국자씨가 회사에 남아서 일핑계를 대며 명절귀성을 포기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긴 하다.

먼저 찾아뵐 부모님이 이젠 안 계시기 때문이고 둘째는 남아있는 형제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형제들은 딸린 자식들이 존재했다.자기 자식들 돌보기도 바쁘다.어쩌다 국자씨가 시야에 들어오면 관심을 보이는 척을

하기는 하는데 늘 똑같은 패턴이었다.

"국자야!너도 이제 장가란 걸 가야하쟎니?"

"사귀는 여자는 없니? 중매라도 해 주련?"

"살 집이라도 장만해 놓은거니?"

늘상 똑같은 답을 앵무새처럼 지껄이는것도 이젠 한계에 다달았다.

차라리 저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게 더 낫다.

모두들 쉬는 기간내내 꺼리는 당직을 도맡으며 돈도 벌고 고마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게 옳은 일이 되었다.

긴 연휴내내 당직은 당직이고 사실은 북적북적대야 할 명절에

외롭게 혼자 있을 생각은 관심을 안 받는다는 사실보다 살짝

위에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의 식당들이 죄다 문을 닫기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쫄쫄이 굶을 수 있게된다.

혼자있을 외로운 청춘을 위해 국자씨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스맛폰 라방을 들여다 보던 중에 뜨끈한 육개장을 게걸스럽게

먹고있는 쇼호스트의 유혹에 빠져 멀거니 침을 흘리던 그였다.

원래10개짜리 분량을 1+1로 해서 20개를 10개 가격에 준단다.

20개면 긴긴 연휴기간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수량이다.

국자씨에게 지름신이 임했다.

무엇보다 명절의 외로움을 뜨끈한 육개장과 함께 할 수 있어 좋

을 일이었다.

회사에서 명절이라고 식용유 셋트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선물은 선물인데 그닥 내키지않는 선물인지라 시큰둥하게 손에

들고 집에 당도하였는데 문 앞에 산더미같은 택배가 와 있었다.

지름신에 의해 냅다 질렀던 바로 그 육개장이 박스에 담긴 채

국자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건 무언가 좀 이상했다.

1+1이라면 분명20개가 맞을텐데 40개가 왔다.

이건 계산착오?주문 미스?

국자씨는 문을 열고 택배물을 확인하자마자 주문내역을 확인했다.이상이 없다.제대로 주문이 들어갔다.

이건 분명 발송착오다.

날이새는대로 발송처에 확인해봐야한다.

시스템에러였다.

"오더가 더블 체크되어 두배로 발송되었습니다.저희 실수가

분명한데 보내드린 건 음식물이고 더군다나 설 연휴라 택배사도 가동을 안합니다.때문에 반품이 어려우니 꼭 반품을

하겠다고 하시지 않는다면 그냥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국자씨가 속마음을 감추고 알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오호 쾌재라!"

국자씨가 이제 육개장을 지겹도록 먹게 되었다.

이건 모태솔로 국자씨를 향한 외로움에 대한 뜨끈한 명절선물

이 될것인가?

성이 한씨요 이름이 국자인 한국자씨에게 당도한 육개장 수백

국자의 설날스토리는 웬지 짠하고 짠하다.

 

▲ 이런 명절선물 어때요?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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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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