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전진중씨

01/20 전진중씨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1/20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전진중씨

01/20 전진중씨

최병석 | 입력 : 2024/01/20 [01:01]

▲ 전진중씨의 앞 날에 후진이란 없다.



진중씨는 요즘 주변의 성화로 스트레스가 최고치이다.

  이름도 전진중이고 운전면허도 있는데 왜 여태 뚜벅이냐는 것이다.

  아니 진중씨의 이름하고 뚜벅이하고 왠 상관이 있느냐고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문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적어도 이름이 전진중이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중씨 만큼은 드라이버로써 체면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진중씨의 눈에는 유려하고 폼나는 자동차의 모습만이 들어온다.

  겉으로는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어느새 그의 마음엔 염두에두고 있는 차종이 정해졌다.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는 진중씨도 조만간 뚜벅이를 벗어나서 운전대를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

  그 의지의 표현대로 진중씨는 요즘 틈만 나면 자동차에 대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고려하고 있는 차종의 배기량이 어떤지 또 색깔은 무슨 색이좋을지 옵션으로 선루프를 집어

넣는게 좋을지 리어 스포일러를 해 주는게 좋을지 말지를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맞춰보는 중이다.

   그런데 중요한게 있는데 진중씨는 차를 구입할 마음은 잔뜩 갖췄는데 필요한 돈은 갖추질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고 재어 보아도 가진 돈이 없으니 모든 선택은 다 허사였다.

   사실 뚜벅이로 다닌다는 사실이 그 누구보다 싫은 사람은 진중씨 자신일텐데 그 속을 모르고 재차 성화를 해대는 주변 사람들이 아쉽고 서운했다.

   그런 진중씨에게 자동차 오너로써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다름아닌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주차장이 새 차를 뽑으면서 비교적 상태가 좋다고 느껴지는 애마를 진중씨에게

헐값에 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주차장은 평소에 전진중씨가 이름처럼 전진하지 못하는 처지를 늘 안타깝게 여기고 있던 일인이었다.

   뚜벅이로 전진하는 진중씨의 행태(?)가 그저 느려터지고 답답해서 바라보는 내내 '저 행태를 고쳐 주어야만 한다'고 느끼던 찰나였던 것이다.

   뜻밖의 애마를 영접하게 된 진중씨가 적잖이 당황했다.

   사실 진중씨는 운전면허는 취득한 지 오래되어 녹색면허 보유자이긴 했으나  차를 몰아본 지가 제법 되었다.

   이제 진중씨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되었다.

   기껏 느릿느릿 전진하는 행보가 안타까워 시세보다 헐값에 애마를 양도한 주차장의 눈칫밥이 염려로 다가게 된거다.

   진중씨는 한 보 더 전진 하기위해 당장 친구 인공씨에게 전화를 걸었다."헤이 주인공! 너 내일부터 나 운전연수좀 시켜줄 수 있을까?"

   갑작스런 전화에 친구 주인공씨가 화들짝 놀라서 얼떨결에 그러마고 약속을 해 주었다.

   약속은 했지만 친구 인공씨는 불안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면허만 달랑 따 놓고 핸들을 안 잡은 지 거의 10년이 다 된 진중씨를 데리고 운전연수를 시켜야 한다니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온다.

   '이를 우얄꼬? 글타고 이제와서 안한다고 할 수도 없고...'

   인공씨는 가능한 정보를 총동원해 가급적 덜 위험하고 운전연수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코스를 물색하고 또 물색했다.그래도 안심이 안 되었다.

   인공씨는 초보운전자를 알리는 문구도 가급적 크게 눈에 확 띄도록 A4용지보다 큰 종이에 이렇게 써 넣었다.

   한 장에 한 글자씩 <왕><초><보> 적어도 이렇게 해야 내 생명이 보전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드디어 오늘이다.진중씨가 양도받은 애마의 상태는 비교적괜찮았다.그 차의 뒷유리에 커다란 종이 석장이 붙었다.왕.초.보

   그야말로 누가봐도 왕초보의 티를 팍팍 내 주었다.

   진중씨의 친구 주인공씨가 새 주인을 태운 헌 차를 방방거리며 한적하다고 느끼고 물색한 장소로 끌어다 놓았다.

   그리고는 수차례 반복 또 반복하다가 겨우 말귀를 알아먹을 그 타이밍에 진중씨가 운전대에 비로소 앉았고 인공씨가 조교의 위치에서 걸려 있는 손잡이를 꽉 붙잡고 썰을 푸는중.

   물론 가끔씩 식겁하는 순간이 없진 않았지만 진중씨는 비교적 순적하게 상황을 잘 풀어 나갔다.

   '오호랏! 이거 꽤 괜찮은데 이런 상태라면 집에까지 차를 몰고 가라고 해도 되겠는걸~'하고 생각하는 순간 차가 뒤틀렸다.

   주인공씨의 신경이 날카로와졌다.행동 또한 민첩해졌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인공씨의 두 손이 어느새 운전대에 가 있었고 양 발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있다.

   겨우 차를 진정시키고 도로 한 켠에 멈춰 세웠다.

   백미러를 보다가 깜짝 놀라는 인공씨!

   경찰차가 번쩍번쩍 신호를 보내온다.올 것이 왔다.

  '저~죄송함돠...좀 더 신중하게...'목구멍을 막 넘어오려는 말을  막아서는 경찰 아저씨!

   "운전을 너무 난폭하게 하시는 건 아니쥬? 아무리 왕초라도 하하하하하하 "

   "네에? 왕초라뇨?"

   경찰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 보게된 진만씨와 인공씨는 덩달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차의 뒷유리에 붙여 놓았던 왕.초.보의 세글자중 보자가 어느새 떨어져나가고 유독 크게

왕.초만이 남아있었던 것.

   떨어져나간 보자와 함께 진만씨는 어느덧 초보운전계의 왕초가 되어 있었다.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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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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