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충청도 아지매

12/23 충청도 아지매

최병석 | 기사입력 2023/12/23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충청도 아지매

12/23 충청도 아지매

최병석 | 입력 : 2023/12/23 [01:01]

하늘색이 온통 파랗고 선명하다.

그 선명함에 푸른 초원에서 뛰어 놀던 말들이 움직였다.

말들이 움직이니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화들짝 놀라

붉으락 푸르락 얼굴을 붉힌다.

하늘을 올려다 보던 수한씨가 깊은 한숨을 내 쉬며 가을을

불러본다.

'가을아 가을아 ~'

그저 부르기만 해도 선뜻 수한씨 앞에 등장해서 갖은 붉은 폼을 다 잡을 가을의 폼이다.

이런 좋은 계절에 남들은 단풍놀이다 뭐다해서 산으로 들로 

떠나지 못해 안달이다.

그런데 수한씨는 떠날 수가 없다.

수한씨는 일복이 터졌다.

전반기내내 일이 없어 쩔쩔매다가 겨우 들어간 회사인데

바빠도 너무 바빠서 눈코 뜰 새가없다.

그러니 단풍놀이는 언감생심이다.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가 밤이 늦어서야 돌아올 수 있다.

지치고 피곤한 가을날의 연속성은 이제 곧 다가올 겨울마저

힘에 부칠것 같은 예감을 선사했다.

오늘도 야근작업을 끝내고 물먹은 솜처럼 피곤에 쩔은 채

귀갓길에 올랐다.

현관문 앞에 당도해 닫혀있는 문을 열기위해 머릿속에 갇혀있던 열쇠를 끄집어내느라 부산한 그의 눈에 못보던 박스가 떡하니 나타났다.

'어라! 이게 몬고?'

그 박스의 정체가 겉에 붙어있는 A4용지위에 프린팅된

인사말에 붙어 있었다.

<수한씨!요즘 일이 많아서 힘 들지?자,우리 기운내서 쫌만 더 버텨보자구>

자세히 보니 집근처에 이웃한 작업반장이 사모를 시켜 혼자사는 수한씨를 위해 준비한 눈물겨운 배려심(?)을 빙자한 일종의 작업독려기법이었다.

아무려면 어떠랴?

수한씨는 집구석에 들어서자마자 언박싱에 돌입했다.

박스안에는 큼지막한 대봉감이 들어 있었다.

수한씨는 씻는 것도 잊은 채 큼지막한 대봉감을 손으로 쓱쓱 한번 문지르고는 게걸스럽게 베어 물었다.

눈물이 났다.

배도 고픈 상태인데다 남의 일로만 느껴졌던 가을의 일부분이나마 맛을 보고야 말았다는 보상심리,모 그런 것도 있었을 터.

시중에 떠도는 말이 있었다.

<감을 많이 먹으면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가만,그렇다면 내게 보내준 이 감은 화장실에 가는 횟수마저

허용치 않겠다는 작업반장의 치밀한 계획?'

'에이,그게 뭔 대수...'

수한씨는 대봉감의 푸짐함에 빠져 앉은 자리에서 자그마치

10개의 감을 순삭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사라지는 감을 못내 아쉬워했다.

오죽했으면 담날 출근해서도 머릿속이 온통 대.봉.감.감.감이었다.

그리고는 남아있는 감때문에 퇴근속도도 평소의 2배속이다.

결국 수한씨에게 남아있는 감의 갯수는 제로가 되었다.

아쉬운 수한씨다.

'이 감을 더 먹을 방법이 없을까?'

수한씨는 감박스를 이리저리 스캔한 끝에 전화번호와 생산자의 이름을 알아냈다.

"와우,유레카!"

어렵디 어려운 세상의 비밀이 풀렸다.수한씨가 춤을 춰댔다.

지금 시간이 밤 11시59분이다.

생산자는 잠이 들었을 터인데 그런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당장 대봉감만 눈에 들어왔다.

전화벨이 울리는데,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

당연한 결과였다.

수한씨는 밤새 한 잠도 못잤다.

다크서클이 턱 아래까지 내려와 초췌한 모습으로 출근을 개시한 수한씨는 흡사 병자가 된 기분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저으기 여보세요?아직 대봉감 살 수 있을까요?"

다행이었다.

남아있는 대봉감을 보내주기로했다.

"송금해주시면 오늘 보내드릴께유"

수한씨는 환호했다.

당장 생산자가 일러준 계좌번호를 찍었다.송금했다.

그런데 송금실패가 떳다.

계좌번호가 틀리다는 메세지가 자꾸뜬다.

전화를 다시 했다.그리고 적어둔 번호와 대조해봤다.

일치했다.다시 송금화면으로 바꾸고 번호를 찍었다.

역시 오류가 뜬다.

수현씨는 답답했다.또다시 전화했다.

"저 죄송한데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실수 없을까요?"

문자가 왔다.

그리고 수한씨는 뒤집어졌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다.맛난 대봉감 더 먹을 수 있게 되었네'

 

문자로 온 계좌번호는 763-XXX-XX였다.

수한씨가 적은 번호는 7295629329-X29X295X25-X29X5

생산자 아지매는 충청도에 사시는 분이었는데

7이구여6이구3이구~이런 발음을 수한씨는 급한마음에 모두

숫자로 인식하고 받아적은거였다.

수한씨의 귀가 문제였던 것이다.ㅎㅎ

▲ 작가 최병석     ©강원경제신문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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