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한씨는 빨대족이라는 별명이 싫었다.

  병한씨 자신도 모르게 주변으로부터 주워들은 별명이 하필 빨대족이라니 치욕스러운 야그다.

  병한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15년째다.

  그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대입수능고사에 보기좋게 안착하고 원하는 대학교에 입성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게 잘 안되었다.

   보기좋게 미끄러지고 연이어 군대라는 집합소에 끌려가서 2년을 허비했다.

   군대 가 있는동안 남들은 적금을 들어 부모님께 선물을 하네 혹은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네 자랑질들을 하건만 병한씨는 쥐뿔도 없었다.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실업계도 아니고 인문계를 나와 사단 훈련소에서 소총수로 데뷔하고 자랑스런 병장으로 마무리할 뻔 하였으나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공병대에 차출되어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장한 체구를 온전히 나라에 헌납하는 애국자로 제대하는 영광의 기회를 잡게된 것이었다.

   군에 있는 내내 시간적인 여유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다보니 남들은 군시절내내 여유롭게 쓰면서 적금까지 들 수 있다는 월급이 그에게는 박봉이었다.

   훈련시간이 끝나면 쏟아지는 허한 기운을 달래기 위한 PX쇼핑은 늘상 이어졌고 돌이라도

씹어 먹어도 탈이 없을 왕성한 소화능력은 그 박봉의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렇게 온전한 몸보신으로 무사제대라는 걸 해내고 난 뒤에 그는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살았다.

   다시 원하는 대학에 가기위해 재수에 삼수를 거듭하며 알바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심지어 건설현장의 막일까지 쫒아다니고 또 다녔다.

   그리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까지 하였지만 취직까지는 또 왤케 힘이 드는지 병한씨는 아직까지도 부모님신세를 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병한씨가 학교를 졸업하고 작성한 이력서만 도합 백건이 넘을 지경이다.

   학교의 레벨이 떨어져서?성적이 시원찮아서?인상이 더러워서?나이가 많아서?도무지 알수없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 또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보니 병한씨는 이제 자신이 없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빨대족이라니 좌절도 이런 좌절감이 없는 노릇이다.

   병한씨가 이를 악물었다.

   부모님의 재정을 빨아들이는 아들의 상태에서 속히 벗어나겠다는 다짐을 거듭하던

병한씨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이력서를 내밀었던 회사에서 <당신을 우리회사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라는 메세지를 보내주었기 때문이었다.

   병한씨는 날아갈듯 기뻤다.이제야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있는 기회를 포착한 기분?

   하늘도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밤이 새도록 많은 눈을 퍼 부어 주며 축하해준다.

   오늘은 어떤 날?

   첫 출근날이다.병한씨는 다른 때보다 일찍 눈을 뜨고 문밖을나섰다.밤새 내린 눈때문에 덮혀있을 차를 <운전하기 좋은상태>로 모드전환시킬 요량이었다.

    집 앞 골목길에 주차된 차들중에 병한씨의 아버님차만 제 모습을 드러냈다.

    병한씨가 뿌듯해하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렸던데요...아침밥먹고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제가 싹 치워놓고

들어왔어요"

    "허허 잘 했구나,어여 밥먹고 출근길에 나서자꾸나!"

    기분좋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모닝커피까지 들이킨 부자지간은 문밖을 나서며 차문을 열기위해 리모컨키를 누르는 순간 얼어붙었다.

    세상에나! 오마이갓! 일찍 서둘러 쌓인 눈을 깨끗하게 제거했던 차는 아버님의 차가 아니었다.

    리모컨버튼과 함께 번쩍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차는 놀랍게도 여태 함박눈 속에서 하얀 웃음을 짓고 있는 또 다른 진짜배기 아버님차였다.

    망했다.첫 출근부터 지각이닷! 언제 저 많은 눈을 다 치우나?아침 첫 출근길이 헛헛하다~ 에효~

▲ 작가 최병석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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