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인고야?>-기싸움

12/9 기싸움

최병석 | 기사입력 2023/12/09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인고야?>-기싸움

12/9 기싸움

최병석 | 입력 : 2023/12/09 [01:01]

 당포씨는 부자였다.

  그의 나이가 서른다섯을 겨우 넘겼는데도 또래들이 갖지못한 35평 아파트를 소유했다.

  어디 그 뿐인가?

  벤츠라고 이름하는 고급 외제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봐 줄만한 승용차를 굴리는 자에 속했다.

  당포씨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군대를 다녀온 뒤부터 투잡 쓰리잡은 물론이고 돈이 될 만한 일에는 물불 안 가리고 뛰어 들었다.

  그 결과라면 결과인지 몰라도 당포씨의 삶은 항상 바뻤다.

  그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1+1처럼 따라다녔다.

  그는 소위말해서 금수저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남들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살아내었다고 볼 수있는 것이다.

  그는 아직 솔로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훨씬 크다보니 연애라는 고지를 밟아 볼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러다보니 당포씨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늘 항상 혹시?이거나 언제쯤?이 주류로

등장하기 일쑤였다.

   그를 보기위해 부모님께서 찾아오셨다.

다른 부모들은 노심초사 결혼 못한 자식들 챙기느라 발벗고 나서는데 당포씨부모님은

예외라면 예외였다.

   아니 그중에서도 당포씨의 어머님이 특히 그랬다.

   어머님은 당포씨의 누님이 아직도 쏠로인 이유가 당포씨의 드센 기운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중이다.

   어머님이 그런 믿음을 갖게된 건 순전히 돌팔이 점쟁이 때문이기도 하다.어머님은 미신을

너무나 따랐다.

   그런 어머님에게 돈이 되는 부적을 파는 일이야말로 식은죽 먹기나 다름 없었을 터.

   "아들의 기가 쎄서 큰따님의 혼기가 막힌겁니다.여기 아들의 기를 꺽어주는 부적을

드릴테니 이 부적을 아드님의 베개밑에 넣어두세요"

   당포씨가 직장에 나간 사이에 집에 당도하신 부모님은 서둘러 베개부터 찾았다.

   어머님이 준비해간 부적을 뒤적거리다가 베개에서 깜짝놀랄만한 거금을 발견했다.무려

오천만원짜리 수표 두장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게 아닌가?

   어머님은 부적을 베개밑 깊숙한 곳에 집어넣고나서 튀어나온 수표에 정신이 팔렸다.

 "어머나 얘가 얘가 어쩜 이리..."

   이런 거금을 손에 들고서도 입을 싹 닦고 있는 아들래미가 꽤씸했다.

   어머님은 정작 신통방통한 점쟁이에 탄복했다.

'그래서 이 부적을 베개밑에다 놔두라고 했구먼'

   부모님은 수표를 못본척 놔두기로 했다.

그리고 당포씨의 드센(?)기가 냉큼 꺽이기라도 해서 큰 딸래미가 결혼에 성공하고 또 그

결혼자금으로 당포씨의 비자금이 요긴하게 사용되기를 염원했다.

 

   그러기를 석달이 지났는데도 아무 일이 없었다.

   초조해 진 어머님이 애가 탔다.

아무래도 다시한번 아들집엘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남편 몰래 어머님 혼자 아들집에 도착했다.

명목은 혼자사는 아들래미의 밑반찬 챙겨주기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앞에 보따리를 내려놓고 아들의 침대로 직행한 어머님.

"아니  이게 뭔 일이다냐?"

베개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부적도 오천만원짜리 수표 두장도 모두 흔적조차 없다.

   궁금해서 집에 왔는데 오히려 궁금증이 배가 되었다.

   이제 큰 딸래미 결혼은 물건너 갔다.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해하며 아들집을 나서는 어머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근심어린 얼굴로 집에 돌아온 부인을 맞이한 남편이 물었다.

"여보 무어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걱정이 태산이 된 부인의 자초지종을 듣던 남편이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안방에 다녀와서는 문제의 그 부적을 내놓는다.

"아니 여봇..이 이게 뭔 일이래요?"

어머님이 스러졌다."아이고,내 팔자야~"

 

그랬다.남편은 못마땅했다.가뜩이나 물려준 재산도 없이 전전긍긍하는 아들의 기가 세다고

그 기를 꺽으려하다니,그건 안될 일이었다.아내가 오천만원짜리 수표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베개  밑에서 부적을 꺼내 그 부적을 집에 돌아와 레알 드센기를 휘날리고 있는 아내의

베개밑에 소중히 집어 넣어놨던 것이다.

ㅎㅎ 아내의 드센기가 과연 꺽이긴 한 걸까?

▲ 이런 기싸움 어때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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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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