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행운일까?

12/16 행운일까?

최병석 | 기사입력 2023/12/16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행운일까?

12/16 행운일까?

최병석 | 입력 : 2023/12/16 [01:01]

주변에 온통 불이다.

노란불 빨간불 단풍불 불 불 불이다.

해마다 요맘때가 되면 설악산엘 가느니 주왕산엘 가느니

속리산에 다녀왔는데 황홀경 그 자체였다는 썰들이 난무한다.

범한씨도 올해는 단풍구경을 계획했다.

그 좋다는 단풍구경을 한번쯤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단풍구경은 한창 피크일 바로 그때 가 줘야 제 맛이야!"

단풍도 단풍이지만 단풍물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알록달록한 

옷색깔 또한 일품이라 했다.

범한씨가 대범하게 아내에게 묻지도 않은 채 관광버스의 두자리를 대뜸 예약해버렸다.

아내역시나 단풍구경은 생전 처음인지라 이번 계획은 말그대로 써프라이즈가 될것이다.

생애 최초로 감행되는 단풍구경을 위하여 범한씨는 거금을 투입했다.

단풍을 구경하는 자의 위치가 단풍의 위세에 눌려 주눅이 들면 이 또한 난감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다소 값이 나가는 등산복과 선그라스와 신발까지 아내 것까지 셋트로 구입완료했다.

그 동안 아내 몰래 꼬불쳐둔 비상금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써프라이즈로 아내에게 연애시절 구애하듯이 등산복셋트를 반지대신 앞에 놓고 간청했다.

"자기양! 우리 요번주말에 단풍구경 가자"

다소 씁쓰름한 표정으로 이것이 뭔 일이다냐 하는 아내가 

마지못해 승낙을 하기는 했지만 어딘가 구리다는 눈치다.

그 눈치덕분이었는지 범한씨가 밤새 꿈을 꾸었다.

길을 가는데 한무더기의 돼지떼가 몰려와 범한씨의 주변을 맴돌더니 하나씩 둘씩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범한씨가 이것은 로또복권을 사야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오늘은 단풍구경을 떠나는 날이다.

아침일찍부터 아내를 채근하며 집을 나섰다.

새롭게 장만한 알록달록한 등산복의 위용이 벌써 단풍물을

누르고도 남았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관광버스에 오른 범한씨 내외는 누가봐도 오늘 처음 등산을 시작한

초보등반러였다.

눈에 띄는 화려함,서걱거리는 날것들의 어색함들이 범한씨 내외가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질러댔다.

한참을 달리던 관광버스가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범한씨 내외도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주변을 둘러봤다.

때마침 잔디밭으로 조성된 다소 널직한 언덕배기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다.

다들 쭈구리고 앉아 무언가를 캐고 있는데 보니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잎크로버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범한씨도 아내랑 같이 쭈구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보기좋게 네잎크로버를 찾아냈다.

"이여,여기 네잎크로버다!"

기쁜 마음에 냅다 소리를 질렀더니 주변에서 네잎크로버를 찾던 다수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범한씨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더니 서로 자기한테 주면 안되냐고 아우성이다.

범한씨가 쿨하게 그중 앙탈을 부리며 다가온 아가씨에게 선뜻 네잎크로버를 건네주었다.

"아이 좋아라,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는 그녀의 뒷편에서 갑자기 차갑고 무서운 기운이 날아왔다.아내였다.

찌릿함으로 전신을 무장했다는 신호를 차가운 눈빛으로 범한씨에게 보내고 있는 아내를

발견한 것이다.

이거 큰일이다.서둘러 수습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휴게소  안내방송이 분위기를 깼다.

버스출발 한다는 안내방송때문에 서둘러 자리로 되돌아와야했다.

아내가 차가와졌다.말도 안하고 먼 산만 바라보고있다.

"자갸 미안혀,내가 아무 생각이 없었네! 내 이따가 돌아가는 길에는 네잎크로버 10개 아니

100개 찾아서 그거 다 당신한테 줄께..꼭이야 만약 100개 다 못 채우면 내 당신께 현금

100만원이라도 줄께요"

아내의 표정이 갑자기 달라졌다.

"그게 정말이야? 그 약속 꼭 지켜야 해,안 그럼 진짜 국물도 없을 줄 알아"

겨우 숨쉬기가 편해진 범한씨였다.

그리고 이후내내 범한씨의 눈에 들어온 단풍물은 온통 네잎크로버와 신사임당여사였다.

눈을 한번 꿈벅일 때마다 네잎크로바 한 개가 팔랑거리다가

다시 눈을 감으면 신사임당여사가 미소를 짓는 일의 무한반복.

원래 단풍구경은 신사임당을 보는 일?

암튼 이번 단풍구경은 돌아가는 길의 네잎크로버찾기 100개로 포커스가 맞춰졌고 범한씨에게

당도한 하루의 끝자락, 어두운 훼방꾼때문에 결국 신사임당 20장으로 귀결되어졌다.

그랬다.

범한씨가 로또복권을 계획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돼지꿈의 본질이 깨달아지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흐미..돼지꿈이 다 좋은건 아닌디 한가지 네잎크로버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건 맞나봐유!

나 말고 아내한테는."

 

▲ 작가 최병석     ©강원경제신문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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