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갑을 찾아 준 <그레고리 곽>아자씨가 고맙기 보다는 웬지 꽤씸한 그녀였다. '지갑을 주워서 꼭 그 따위로 찾아주는 건 뭐냐 말이지' 얼마든지 부드럽고 다정하게 전해 줄 방법이 있었을 텐데 치사하게 그녀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만들어야만 했었냐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흥칫 뿡,치사빤쓰...> 툴툴거리는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다는 듯 <그레고리 곽 >아자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때요? 찾아드린 지갑 속은 잘있죠?" 재미있다는 듯이 곯려대는 그가 얄밉다. "웬일이세요? 이 시간에..." "혹시 집에 TV 안 필요하세요?" "웬 TV?" 이번에 카페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려 하는데 벽에 걸려있던 TV를 없애고 빔프로젝트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둘의 추억이 담긴 영화 <로마의 휴일>을 영업시간 내내 틀어놓을 심산이란다. <오드리 될뻔 >양의 욕심이 발동했다. 그녀도 아는 그TV는 자그마치 90인치짜리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각종 인터넷방송과 넘치는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너튜브까지도 한 큐에 시청가능한 최신 스마트TV에다가 LED화면이라 화질도 댑다 좋았다. 그 TV가 필요하냐고 묻는 중일 게다. "왜요,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주겠다는 거예요?" "하하하 구미가 땡기시나봐요?" "호호호 모 주시겠다고 하면 저야 땡큐죠" "그럼 언능 오셔서 이거 챙겨 가세요,늦게 오시면 국물도 없응께" <오드리 될뻔 >양이 바빠졌다. 서둘러 쫒아가지 않으면 보물(?)이 날라갈 판이다. 그에게 가는 판인데도 씻지도 않은 맨 얼굴에 나이스캡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냅다 달려가는 중이다. 서둘러 날라온 보람이 있었다. 그녀가 실물을 영접했다.카페 내부에 걸려 있을 땐 몰랐는데 떼어놓고 나니 90인치 TV의 크기가 크긴 컸다. 난감해하는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났다. "이여 빨리 오셨네요? 근데 지는 첨에 오드리씨인 줄 몰라봤어유! 어찌나 다른지..." <오드리 될뻔 >양의 속사람이 밖으로 튀어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그나저나 공짜라고 해서 무작정 날라오긴 했는데 이 보물(?)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레고리 곽 >아자씨가 트럭을 끌고 나타났다. "자,차에 오르시지요! 지가 모셔다 드릴께요" ㅎㅎ 오늘은 <그레고리 곽 >아자씨의 쎈스가 유난히 도드라지는 날이다. 추레한 트레이닝복 차림새에 나이스캡모자를 깊게 눌러 쓴 모양새로 트럭 조수석에 찌그러져 있는 그녀. 그녀가 다시 혀 짧은 소리를 구현했다. "오느른 어뗜 일로 이르케 띤덜 하신대여?" 그가 반응했다. "집이 여기 아니던 가요?" 부끄러움이 온갖곳에 퍼지는 바람에 집에 온 줄도 몰랐다. 차에서 먼저 내려 집주변을 살피던 그가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이거 도로 가져 가야겠는데요..." "아니 왜요?" "이 TV를 집어 넣으려면 출입문이나 창문으로 넣어야 하는데 사이즈가 안 나올거 같아요" "아잉,그래뚜 여기까뎡 왔는뎃 으뜨케 둄 해봐둬용" 그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줄자로 재보고 들락날락 하며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오드리씨! 이거 안 되겠어요 ㅠㅠ" "이 TV를 집어넣으려면 출입문을 뜯어 내도 안 될거 같고 겨우 가능한 건 저기 저 창틀을 뜯어내야만 가능한데 집주인이 허락해 줄까요?" "아잉 씨~"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오드리 될뻔 >양이 살고 있는 집은 다세대주택 2층에 자리한 단칸 전셋집. 카페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TV를 받아들이기가 여기서는 쉽지 않겠다는 사실을. 결국 굴러들어온 보물(?)을 놓치지 않기위해 과감히 벗어 던졌던 뽀샤시한 <오드리 될뻔 >양의 도도함만이 집안도 아닌 집밖의 길거리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게다가 집안에서 고화질 대형화면으로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수도 없이 돌려 볼 찬스마저 휑하니 사라지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 <오드리 될뻔 >양이 몰려드는 창피함에 모자 속으로 깊이 더 깊숙히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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