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럭셔리 파전

03/18 럭셔리 파전

최병석 | 기사입력 2023/03/18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럭셔리 파전

03/18 럭셔리 파전

최병석 | 입력 : 2023/03/18 [01:01]

살벌한 추위로 꽁꽁 싸매기만 하던 겨울이 저만치로 물러나고 서서히 부드러운 소식들이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봄 봄 봄이다.

춘몽씨는 겨울이 싫다.

가뜩이나 몸이 굳어 있는데 날씨마저 추우면 그만큼 행동반경이 줄어드니 그럴 만도했다.

게다가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식어버린 몸뚱아리를 덥히려면 어지간히 돈이 들어가야하니

더욱 싫었다.

그랬다.

춘몽씨는 현재 무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백수였다.

일테면 아무거나 무슨 일이건 해낼 수 있는 준비태세 200프로인 우량한 인적자원인 셈이었다.

춘몽씨가 <무한 인적자원폴>에 발을 들여 놓게 된건 올해가 시작되기 바로전,그러니까

작년말이었다.

코로나때문에 힘들었던 시기를 이제 막 벗어 나려는 싯점에 다니던 회사가 어렵다며 결국

문을 닫는 바람에 춘몽씨도 여태 행하던 루틴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날마다 습관적으로 혹은 규칙적으로 행해지던 삶의 루틴에서 벗어 난다는 것은 꼬박꼬박 쌓이는 재정상태에서도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자유라는 개념에 얹혀서 생각해야만 하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이론이었댜.

당장 춘몽씨는 자유로워 졌지만 허전해졌다.

한번도 손으로 직접 만져본 적이 없는 월급이지만 필요한 숫자가 통장에 찍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허전 해진 거다.

아니 찍히긴 찍혔다.

쌓이는 찍힘이 아니라 빠지는 찍힘이었지만...

춘몽씨는 워낙에 자유로워진 몸뚱아리를 이리 저리 굴려 그 허전함을 메꾸려 동분서주했다.

뭐든 제대로 잘 해낼 자신이 있는 영양가 만점의 춘몽씨였기에 잠시 잠깐 누리고 있는 이

자유로움을 슬며시 거둬 들이면 다시금 허전함이 알찬 채움으로 변하리라 확신했다.

그 확신에 찬 몸놀림이 어느덧 석달째이다.

석달이 지나도록 춘몽씨의 영양가에 대해 인정해 주는 곳이 없다.

춘몽씨는 초조해졌다.

결국 춘몽씨는 실업급여 신세를 지기로했다.

빵빵하게는 아니더래도 허전함이 극에 달하지는 않던 통장의 숫자 채우기가 이제 빈약 하게

나마 이어지게는 되었다.

춘몽씨의 자유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제 하고 싶은대로 맘껏 해낼 수가 없다.

허전함이 코 앞에 와서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허전함을 달래려 춘몽씨는 허리띠를 바짝 동여 매었다.

바짝 동여맨 허리띠가 춘몽씨의 심장까지 닿았다.

그래서일까?

춘몽씨가 아프다.

으스스하다.

봄이라고 따사롭지만은 않다.

비가 내렸다.

춘몽씨는 몹시 추운 겨울 한 복판에 우뚝 서 있는듯  했다.

오랫만에 TV를 켰다.

비가 내리는 날  빗소리는 기름 튀기는 소리를 연상케 한다는데 하필 화면에서 보이는건 파전

부치는 장면이다.

그런데 앗!

저 파전집은 춘몽씨가 자주 가던 파전집이었다.

춘몽씨가 반응했다.

허전함이고 뭐고 이대로 가만 있을 수가 없다.

'그래,이건 꼭 사러 가야 해'

시동을 건지 꽤 오래된 애마에 올랐다.

가끔씩 굴려줘야하는 애마 이건만 주차자리를 꿰차고 들어 앉은지가 한참이나 되는

상태이다보니 주행내내 꿀렁댄다.

저만치서 파전집이 보인다.

빗속을 뚫고 파전집으로 향했다.그리고 겟했다.

행복에 겨워 애마로 복귀했다.

시동을 걸었다.

푸득거리다가 소식이 없다.방전됐다.

낭패다.난감해하는 춘몽씨의 눈에 허연 스티커가 보였다.

딱지였다.어느새 주정차 위반 딱지를 붙혀놨다.

 

허전함을 달래려다가 아주 비싸고 럭셔리한 파전을 쏟아지는 빗속에서 눈물을 머금으며 씹어

먹고 있는 춘몽씨였다.

 

▲ 비오는 날 비싼 파전 맛날까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주문 가능!!
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꼰대 23/03/18 [11:32] 수정 삭제  
  기가차라?겟해허기전에,워디에주차힛다는야그가읎네라?글고,패전집앞에는주차장이있는거이는아녀라?글고,그비에 누가 댕기마시나,땍지를붙힌단말여라? 이~응 것기가 맞지않은,야그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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