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강신사님

강신사님

최병석 | 기사입력 2023/01/14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강신사님

강신사님

최병석 | 입력 : 2023/01/14 [01:01]

그는 매일 오전 10시면 멋지게 차려 입고,  

근처에 있는 호숫가 둘레길 시찰에  나선다.

뚝마켓 때문인지, 요즘 시쳇말로 핫플레이스 된 그 곳에 어김 없이 나타나서 주변을 스캔해야

직성이 풀린다.

키는 183에 날씬한 다리

머리카락의 숱이 어찌나 많던지 찰랑거릴 때면 햇살마저 튕겨나와 눈부실 지경..ㅎㅎ 

그의 닉네임은 <강 신사>로 통했다.

그의 허우대는 신사급 멀쩡함을 자랑했다.

누가 봐도 깔끔했고 아무라도 그를 쳐다만 봐도 그냥 신사가 연상되는 비주얼이었다.

그 에 걸맞는 닉네임<강신사>가 그래서 좋았다.

그 강신사에게 갑자기 일이 생겼다.

어김없이 들르던 호숫가의 난간 한켠이 부서져 있었는데 오늘 스캔길의 레이다망에 포착된

것이다.

'아니,누가 이런 몰지각한 일을...'

마음이 아팠다.

멀쩡한 호숫가에 깊은 생채기를 내놓고 사라져버린 범인(?)에게 신사답지 않은 욕이라도 한번

싸지를 판이다.

속상한 마음에 한참을 들여다 보던 강신사의 마음이 동했다.

'글치..이 정도면 걍 내가 수리해도 될꺼 같은데..'

가만 보니 조금 길다란 각목 한 두개만 있으면 그런대로 보기싫음에서 벗어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자니 각목을 어데서 구할꼬?'

기껏해야 얼마되지 않는 길이의 각목을 쓰기 위해 목재상까지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솟구친다.

결국 강신사는 차를 타고 동네를 이잡듯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제법 길다란 박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박스는 튼실했고 박스 내부를 각목으로 받쳐서 구하려는 각목의 갯수를 훨씬 초과 하였다.

다만  이 박스가 남의 집 담벼락에 세워져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런데 강신사는 이 박스를 무턱대고 차에 옮겨 실었다.

쓸만한 박스를 집안에 놔두지 하필 집 밖에 놔 둔다는 건 그야말로 버림 그 밖일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가져온 그 박스를 해체하며 길다란 각목을 취하고 있는 싯점에서 강신사는 놀래 자빠질 뻔

하였다.

박스 아래 쪽에서 또다른 작은 박스가 발견되고 만 것이다.

며칠전 코털선생이 쌩난리를 겪었다던 유리구두가 들어있는 빨간 박스로 추정되는 그 박스였다.

강신사는 신사답게 이 박스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작업을 중단하였다.

그리고 해체되었던 길다란 박스를  주섬주섬 챙기고는 박스가 세워져 있던 남의 집앞에 당도

하였다.

"저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십니까?"

"누구세요? 무슨 일인데요?"

상냥하고 너그러운 목소리의 여인이었다.

강신사가 쪼그라들었다.

"저,혹시 이거..."

빨간박스를 내미는 강신사의 모습은 흡사 신데렐라 공주를 찾아가 유리구두를 찾아 주려는

백마탄 왕자를 연상케 하였다.

"아니 이게 왜?"

"아줌마! 아줌마 이리 좀 나와 보세요~"

"이게 왜 저분 손에 들려 있는거죠?"

할매 한 분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부엌 인듯한 방에서 의외라는 듯 한마디 한다.

"문 밖에 박스를 버려 두셨길래 가져갔다가 보니..."

"그 박스 버린 게 아니고 내부 정리하느라 잠시 내 놓은 거예요"

"잠깐,그 박스 안에 구찌 모자도 있었는데 그건?"

"네에? 그건 없었는데요"

"무슨 소리예요? 분명 있었거든요!"

강신사가 신사답지 못했다.

아무리 버릴 물건이라는 판단이라도 적어도 신사답게 이게 정말 버리는게 맞는지 확인

했어야했다.

강신사는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져 가는 신데렐라 공주를 구찌모자를 훔쳐서 감추고 돌아온

백마탄 왕자로 변신해서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역시나 신데렐라 공주는 코털선생도 강신사도 도저히 넘을수가 없는 넘사벽이 되고 말았다.

▲ 신사답지 못할때 일어나는 일 ㅋㅋ  ©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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