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14)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4/27 [01:01]

바람의 제국(14)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4/27 [01:01]

 

▲     ©정완식

 

노아의 방주를 타고 천형을 피한 
십이지신이 다시 

인간의 노예가 되어 낙인이 찍힌 뒤 

 
알함브라궁전을 떠받치던 벽돌과 
신라의 궁전에서 떨어져 나온 수막새에  
구속의 맹서로 새겨진 각인을 보고 

 
이 천년 후 부활의 축배를 위한   
와이너리에 화인(火印) 고문을 한 
말살의 참혹한 흔적은 

 
인간성을 리트머스에  투과하려는 
유다의 아들 딸에 달아 준  
다비드의 별 훈장에서 찾았다 

 
인간의 소유 욕심과 
자신이 태어난 출처의 자부심이 
이미지에 새겨져 있다 

 
- 브랜드에 숨겨진 말 - 

 

 

15. 브랜드

  

 
주변의 입지조건 또한 중요한 변수였다 

 
일찍이 중국에 진출한 유럽이나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우선 자동차 시장이 형성되고 성숙된 중국의 대도시를 끼고 시작했다 

 
북경이나 상해, 광주, 선전, 천진, 소주, 중경, 무한, 성도같은 대도시들은 그 도시 자체만으로도 도시 하나의 인구나 경제 규모가  

 
아랍에미레이트(UAE)나 필리핀, 스위스, 스웨덴,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칠레, 이스라엘, 노르웨이와 같은 일개 국가의 그것과 비슷한 규모여서 

 
기현자동차가 처음 입지조건을 선정하는 기준에 있어서도 이런 대도시들이 우선 순위가 되었다 

 
또한 자동차가 중국 시장에 처음 출시되면 제일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브랜드 인지도인데  

 
그렇지 않아도 유럽차나 일본차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기현자동차가 강소성의 어딘지도 모를 시골 도시에 자리를 잡게 되면 시장 규모면에 있어서도 불리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뒤떨어질 것이 뻔했다 

 
그리고 아직 중국의 물류 기반시설이 부족해서 대도시 위주로 도로나 철도, 항만, 항공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집중되어있는 관계로 

 
예청시가 비록 인구 오백만 명이 넘는 적지 않은 도시라 하더라도 지방의 소도시에 불과해 여타 대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반시설이 약하고 

 
자동차산업에 필수적인 물류 기반시설이 집중된 상해나 남경과 같은 대도시까지의 물류비용과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게 뻔했다 

 
기현자동차의 생각 있는 경영진 몇 몇이 이런 이유로 예청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면서 상해의 외곽지역이 유력한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을 때 

 
돌연 장송 총경리를 도운 것은 MH그룹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내려온 지시사항이었다 ​

 
중국의 경제는 정치적 상황과 제일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예청시로 후보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수성과 공산당이 정치와 경제,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후보지가 전격적으로 결정될 줄은 대부분의 기현자동차 직원들은 예측하지 못했다 

 
후보지가 결정되자 그 이후의 일은 장송 총경리가 원하던 대로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자동차 공장 설립에 필요한 투자지분의 절반을 부담할 형편이 못되었던 상달그룹은 지분의 25%만을 가지고 나머지는 다른 중국 자동차회사를 끌어들이겠다고 했고 기현자동차는 기왕 상달그룹과 손잡기로 한 이상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

 
북경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남방지역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던 중국 굴지의 동방그룹 계열회사인 동방자동차는 자사로서는 손해볼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비교적 쉽개 기현자동차와 상달그룹의 합자사업에 참여했다

  
장송 총경리는 25%의 투자금 조달도 힘겨워하긴 했지만, 이건웅 총서기라는 든든한 뒷배경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자산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받아 자본금 5,000만 달러를 납입했었다

  
재무부 윤기현 부장은 다른 세 명의 부장들과는 달리 차분해 보였다 

 
법인의 실질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돈을 만지는 사람들은 특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치밀하고 냉정한 성격을 가지고있기도 하고 매사에 예민하기도 하다 

 
지금의 중국법인 상황을 고려하면 윤부장의 처지는 좌불안석의 외롭고 힘든 싸움을 중방 측이나 협력업체, 서울 본사와 벌이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를 인사책임에 대한 불안과 구매 협력업체로부터의 자금압박, 판매본부 및 딜러들의 판촉비 요청 등 산적한 스트레스로 무척 힘들어 할 법도 했지만 윤부장은 베테랑이었다 

 
그런 경험을 90년대 말 기현자동차가 몰락해 가던 그의 초급 간부 시절에 이미 겪어본 터라 그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연수나 윤기현 부장과 같이 MH그룹에 인수되기 전의 기현자동차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이미 회사 부도라는 한 차례의 극한 경험과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나름 위기에 익숙해 있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4/27 [09:13] 수정 삭제  
  오늘도 즐겁게 읽고,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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