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61)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10/08 [01:01]

바람의 제국(61)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10/08 [01:01]

▲     ©정완식

 

까만 하늘의 거짓 고백에 

별들이 시나브로 눈감으면 

달빛 머금은 호숫가 

여린 이팝나무는 사랑에 빠져들었다​

 

구름 속에 숨는 달보다 

호수에 젖은 달을 사랑한 

여린 이팝꽃 한 송이 

날개를 접고 호수에 내려앉아​

 

그가 물결 따라 춤추면 

여린 이팝꽃도 같이 어깨 춤추고 

그가 말없이 종적을 감추면 

여린 이팝꽃은 종일 호수를 헤매었다​

 

홑사랑은 애가 끓고 

외사랑은 애가 탄다는데 

무정한 달을 사랑한 여린 이팝꽃은 

비에 젖은 뜬눈으로 새벽을 맞고

 

지켜보는 어미 이팝나무는 

어린 시절 자신을 닮은 

여린 이팝꽃의 사랑에 

온통 하얗게 눈 서리를 맞았다​

 

- 닮은 사랑 - 

 

62. 양동작전 

 

여상동 전무는 강춘권 부사장의 방을 나와 강부사장의 방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자신의 방으로 곧장 가서 바로 연수에게 전화를 했다​

 

이상일 전무를 먼저 인사 조처하면서 생기는 예청의 한방 리더십 공백을 이유로 이한경 상무의 귀임발령 상신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이상무를 구제하려던 여상동 전무와 연수의 계획이 왕영홍 부회장이라는 커다란 벽에 막혀 당장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자 다시 연수와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수는 지체하지 않고 여전무의 방으로 곧장 달려가 그의 방으로 들어서면서 여전무의 굳은 표정을 읽어내며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낌새채고는 자리에 앉으며 여전무에게 물었다​

 

"전무님! 무슨 일이신지요?

감사실장님과 본부장님께 보고드린 게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저희가 올린 보고서에 무슨 문제라도?"​

 

"아니예요. 보고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실장님과 본부장님은 보고서 내용을 보시고는 다 수고했다고 하시면서 보고서 내용에 따라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라 지시하셨고, 구두로 보고드린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인사조치도 바로 시행하라고 하셨어요.​

 

문제는 이상일 전무 건에 대해 협의를 하려고 강춘권 부사장에게 갔는데, 강부사장 얘기가 이상일 전무에 대해 징계 대기발령을 내기 위해서는 확실한 물증이 있든지, 아니면 왕영홍 부회장께서 순순히 발령에 동의를 해주어야 하는데,​

 

둘 다 그럴 가능성이 없으니 현실적으로 일 추진이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강부사장 방에서 고민만 하다 돌아오는 길인데 장상무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부른 거예요.​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장상무와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할 것 같고 해서..."​

 

연수에게 특감보고서를 절차에 따라 보고하고 피드백받은 내용을 설명하는 여전무의 말끝이 흐려졌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사기획팀장을 맡고 있으면서 비위가 있거나 문제가 있는 부문에 대한 감사를 실행하며 마치 검찰이나 경찰처럼 정부 사정기관과 같은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실세 임원으로 알려진 여상동 전무였지만 그 여전무조차도,​

 

그리고 그룹 임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인사실장인 강춘권 부사장조차도 실세 중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왕영홍 부회장은 커다란 장벽과도 같은 존재였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전무의 설명을 듣고 상황을 파악한 연수는 마치 미리 짐작이라도 했었다는 듯 오히려 차분한 어조로 여전무에게 말했다​

 

"전무님! 저는 기획본부장이신 김용국 부회장님께서 왕영홍 부회장님이 가진 동의 절차를 사전에 정리해주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강춘권 부사장에게 바로 지시를 하셨다면 일이 꼬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강부사장이 직접 왕영홍 부회장을 설득하는 것은 직급상의 문제도 존재하고, 왕부회장의 성향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독선적 성격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합니다.​

 

저도 인사업무를 해봤기 때문에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어서 저 혼자서 다른 방법을 좀 생각해 보았는데, 이 역시도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없지 않으니 한 번 시도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최고경영층에 올리는 보고서 작성을 동시에 준비한 것은 어느 정도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왕영홍 부회장께서 이상일 전무에 대한 징계성 인사발령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반발할 경우, 왕영홍 부회장의 동의를 받지 않고 바로 이상일 전무를 인사조치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이런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저희가 먼저 최고경영층에 특감보고 내용을 보고하면서 왕영홍 부회장을 포함해서 이상일 전무의 비위 의혹까지 같이 묶어서 두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를 건의하는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 직접공격 대상이 이상일 전무가 아니고 왕영홍 부회장이 되는 거고, 두 사람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양동(陽動)작전이자 양공(兩攻) 전략입니다.​

 

그렇게 되면 왕부회장님은 본인에 대해 먼저 방어의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서 이상일 전무를 살리는 카드에 전념할 수가 없게 되어, 저희는 최소한의 성과는 거둘 수 있을 테고, 잘하면 이 기회에 왕영홍 부회장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러자면 오늘 보고드린 보고서에서 빠져있는 태왕그룹의 실체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정호일 사장의 증언 녹취록을 최고경영층에 직접 들려드리고,​

 

우선 최고경영층에서 저희가 작성한 보고서와 저희의 진심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상일 전무를 회유할 방법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일 전무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처음 태왕그룹의 협력업체 임원으로 있다가 왕부회장님의 신임을 받고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의 중책을 맡는 등 승승장구해 온 인물인데, 어쩌면 이전무가 왕영홍 부회장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의외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무를 회유한다고요? 

그를 회유할 수 있을까요?"​

 

연수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여전무가 이상일 전무를 회유해야겠다는 연수의 제안에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네. 이상일 전무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더 큰 명분을 위해서 그에게 약간의 메리트를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최대한 그의 비위와 약점을 무기로 설득을 병행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예청에 있는 이한경 상무도 이상일 전무의 동태를 그동안 계속 살펴왔기 때문에 지금쯤은 이상일 전무에 대한 비위행위에 대한 자료를 꽤 모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부분도 제가 한 번 이상무에게 연락해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일 전무에 줄 수 있는 메리트가 있을까요?"​

 

"네.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의혹은 첫째, 관계되는 협력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직접 수령한 부분과 협력업체가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도록 협조해준 부분, 

 

둘째, 협력업체 사람들과 향응을 수수한 부분, 

 

마지막으로 거짓 노사분규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품단가를 인상하도록 방임 방조했거나 공모한 부분 등이 있는데, 

 

이는 우리 그룹의 사규에도 위반될 뿐만이 아니라 명백히 횡령 배임이라는 형사법에도 저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그룹의 사규를 위반한 부분은 사내 징계에서 그대로 처리하고 사외의 실정법을 저촉한 횡령 배임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사내의 변호사 지원 등을 통해 지원 가능한 것들을 협조해주는 것은 가능하지 싶습니다."​

 

"아, 그 정도라면 괜찮을 듯 하네요... 아무튼 좋습니다! 

 

최고경영층에서 저희의 진심을 얼마나 신뢰하실지, 그렇게 되기 위해서 김용국 부회장께서 얼마나 역할을 해주실지 알 수는 없지만, 한 번 해봅시다.​

 

장상무를 만나니까 그래도 해결의 실마리가 좀 보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한 번 힘내서 다시 뛰어봅시다!"​

 

여상동 전무의 어두웠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아지면서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10/08 [08:56] 수정 삭제  
  장연수상무님 완전 짱이네요~앞으로의 활약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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