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간의 설레임7

위스콘신에서

허필연 | 기사입력 2011/12/10 [10:47]

백일간의 설레임7

위스콘신에서

허필연 | 입력 : 2011/12/10 [10:47]
<대학 건물>

  대학 건물도 주 청사처럼 건물 하나하나에 특징을 달고 모양을 달리해서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무조건 높지 않게 작은 건물은 작은 건물대로 큰 건물은 큰 건물대로.

  그곳에도 자원봉사 학생들이 팀을 나눠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형들이나 학술회에 오신 각 나라 사람들 그리고 신입생들을 데리고 구경을 시켜주고 건물 양식과 설계한 사람 등을 소개 해 준다.
 
  대학 건물은 메디슨에서 가장 큰 호수인 메도나 호수를 끼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돌면서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많이 있다.

  우리 강원대학도 전통양식으로 된 건물 하나 있었으면 큰 관광 거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모조리 서양식을 따랐지만 그 아름다움의 본질은 왜 보지 못했을까? 각 건물마다의 톡톡 튀는 개성은 왜 보지 못 했을까?

<자원 봉사자들>

 
  메디슨에 도착한 처음에는 내가 기숙사 법을 어기고 대학생이 아닌데도 학생 기숙사에 들어가 행동에 제한을 받았었다.

  나도 그들만큼이나 속이는 것 싫어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영어를 배워보려고 커뮤니티 건물내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을 때 내가 사실대로 이야기 하니까 자원 봉사 오신 선생님이 괜찮다면서 레지던트를 방문한 친구면 한가족이라고 하며 크게 환영해 주었다.

  나는 거기에서 용기를 얻어 대학 안에 있는 누트란 교회에서 운영하는 쉼터 비슷한 곳엘 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니까 물론 더 환영 해 주었고 영어실력이 제일 뒤졌지만 다들 배려 해 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제3국의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곳엔 한국 학생 부부들이 제일 많이 나와서 영어실력 향상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나는 자원 봉사자들과 다른 나라 요리도 배우고 우리나라 요리도 했다.

  나는 특별히 할 것이 없어 녹두 전을 했는데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침을 꼴각꼴각 삼키면서 전이 익기를 기다렸다. 나는 미국에서 한국에서도 일년에 한두번 하는 녹두 전을 다섯 번이나 부치고 왔다.

  그건 그렇고 누트란 교회쉼터는 학교 내에 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학생들이라 학기 중에는 주로 대학생들이 맡아 운영해 오는데 여름방학 동안은 학생들이 다들 아르바이트 가거나 여행을 가기 때문에 노인들이 자원 봉사를 나온다고 했다. 영어를 배우려는 나에게는 참 안된 일이지만 그곳에 한 자원 봉사자 부부는 나이가 무려 80이 넘었다. 할아버지 말은 도대체가 한마디도 들리지 않아서 할머니 자리로 옮겼더니 할머니가 웃으면서 나를 반긴다. 다행히도 그 노부부 자원 봉사자가 휴가를 떠나서 나이가 어린 자원 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 짐이라는 사람은 위스콘신 대학에 근무하다 퇴직했다는데 이일을 하기 위해서 매일 2시간씩 드라이브해서 온다고 했다. 마치 사명인양 요리시간에는 자기 돈을 내어서 차도 준비하고 점심도 자비로 사 먹는다. 짐에게 녹두전 맛은 보였지만 식사 한번 대접 못한 것이 아쉽다.

  미국의 교회들은 참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교회에서 운영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자원 봉사자들은 교회 출신들이다.

<마켓에서>

 
  마켓은 그리 생소하지 않았다 .마치 아이들이 디즈니 랜드가 우리나라의 롯데 월드를 뻥튀기 했다고 느낀 것과 같은 느낌이리라.

  농산물 값이 아주 쌌다. 나는 우리나라에 나지 않는 체리나 메론 같은 과일들을 많이 사 먹었다. 체리가 그렇게 맛있는 과일 인줄은 미처 몰랐다. 멜론도 참 맛있었다. 옥수수도 많이 사먹었는데 미국의 옥수수는 조금 덜 여물었을 때 옥수수 알갱이가 터질 때 생기는 단물을 빨아먹는 것이 일미이다. 준호는 딱딱한 한국 옥수수보다 미국의 옥수수가 더 맛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마켓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슈퍼에서 약을 판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빼놓은 일반 약품을.
그런데 미국이 자본주의 사회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 마켓의 상품 가격이 마켓의 규모나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백화점에 가도 야채 값은 다 같은데 그곳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에서는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돈을 벌어야 살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편 적인 예로 우리는 쌀만 있으면 국이라도 끓여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그들은 빵이 떨어지면 주식이 떨어지기 때문에 식사를 거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빵 식사가 간편하지만 시장을 자주 보아야 한다. 어쨌든 내가 다니던 우드만 이라는 서민 마켓에서는 50달러 어치 시장을 보면 우리3식구 일주일은 실컷 먹을 수 있었다. 마켓에는 원두 커피가 많았다. 인스턴트 커피는 웬만큼 집중하지 않고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우유는 보존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여름이라 매일 신선한 옥수수가 들어왔다. 그곳에서 껍질을 벗기고 가져 올 수 있다. 우리나라 찰옥수수와 메옥수수의 중간쯤 되는 품종인데 연하고 맛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미국 옥수수가 더 맛있다고 했다. 소고기도 그렇게 신선하고 연하고 맛있듯이 . 이네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소고기와 옥수수는 최하등 품인가 보다.

  하기야 그렇게 넓은 초원에서 맘껏 풀을 뜯고 자유로이 자라는 소이고 이 맑은 공기 속에 여무는 옥수수인데.

<메디슨의 비>

  우리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그렇게 애태웠다는데 그곳에는 왜그리 비가 많이 오던지. 비도 나라크기에 비례해서 오는지 천둥이 밤새 내리치고 여기저기 번개가 번쩍이고.
민감한 나는 처음에 비가 내릴 때 한잠도 자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어김없이 나무들이 부러져 있었다.

  끝이 없이 펼쳐진 평야가 그렇게도 부러웠는데 무엇하나 번개나 천둥이 가려줄 것(산이나 고개) 없이 홈빡 집들과 가로수들에게 쏟아진다고 생각하자 등이 오싹 해 졌다. 그리고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졌던 고향의 첩첩 산들이 그리워졌다.


<침례교회>


  현숙이네가 다니는 교회는 침례교회 이었다.
친구가 미국에 오기 전에 교회에 나가려면 치마를 가져오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그 교회에 다니는 여자들은 다 정말 치마를 입고 있었다. 보수파 하더니만 정말 보수적이었다. 이런 보수적 침례교회가 미국을 이끌어 가는 힘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그들의 여자 관도 거의 우리나라 조선 시대를 방불케 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어느 하나가 숙여야 그 집안이 원만해 지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론이 아닐까? 나쁘다고 생각 할 수만은 없겠지. 그러나 요즈음 딸만 나아서 잘 키우는 우리나라 엄마들 들으면 기절 할 노릇이지만 내조 잘하고 남편의 한 발짝 뒤에서 있으라는 보수파 침례교회가 미국의 정신적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알고 나는 놀랐다. 난 애초부터 미국 여자들은 개방적 인줄 알았었는데.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어울려 보려고 애써도 날이 갈수록 따분해 지기만 했다. 아이들은 영어를 배우려고 간다지만. 나는 전부 영어만 하는 사람들 틈에서 한마디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더욱이 믿음까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감도 없는데 거짓으로 믿겠다고 선 듯 말 할 수도 없고 말이다. 내 친구 부부가 나를 깨우치게 하려고 무던히도 애써 주었지만 나는 3개월을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덕분에 친구네 부부와 더 가까워지지 못했다.

<북 스토어에서>

 
  메디슨에서 가장 큰 북 스토어에 들려 보았다. 참 넓기도 한데 사람들은 없다. 마치 책 전시장인 듯 .
또 내 걱정. '이 사람들 굶어 죽지 않나' 북스토어 여기저기에는 안락한 소파들이 놓여져 있어 몇몇 사람들이 편안히 눕다시피 하여 책을 읽고 있기도 한다.

  어린이 문구 옆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이 놓여져 있고 .
 
  미국에서 윈도우 쇼핑 하기는 참 편리하다. 우리나라처럼 졸졸 따라 다니며 이거 사라 저거 사라 난리 치지 않으니까. 내가 사고 싶은 것을 골라 가지고 입구에 나가서 계산하면 되니까. 거기 안내원들이 와서 하는 말도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이지, 이것을 사세요가 아니다. 그만큼 사람 나름대로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누가 감히 이것저것을 권한다는 것이 우스운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로 실컷 고르고 보다가 따분하면 한쪽 코너에 설치된 팬시 점에서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하고 자유롭게 쇼핑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참 이상 한 것은 여행지에도 그렇게 인색하게 없는 커피 카페가 책방에는 꼭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책과 커피 참 어울리는 한 쌍이다. 나도 대형서점 커피숍에서 책을 한권 사 가지고 커피 한잔과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아이들에게 주고 폼나게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았다. 그윽한 커피향기 속에서.

<꽃 공원에서> 

  땅이 넓으니까 잘 꾸며진 공원들이 많았다. 그냥 잔디만 심어 놓은 곳도 많았지만 정성을 드려 갖가지 꽃들을 심어 놓고 일반인에게 구경 시켜 주었다. 이런 곳에는 으레 노인들 자원 봉사자들이 있었다. 오 부러운 지고.

<스탑싸인>

  메디슨에 스탑 싸인이 참 많았다. 대로는 물론, 골목길 교차로마다 스탑 사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준호에게 세희 아빠가 미국에 와서 제일 많이 본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스탑 사인' 하고 대답 할 정도였다.

  메디슨 시내에서는 구루마 탄 셈치고 운전하면 된다. 교차로가 나오면 무조건 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먼저 섰던 차가 가고 다음 차가 가고 서로 직진이든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세월아 네월아 하고 말이다.

  삼개월 동안 메디슨에서 교통사고 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이 준고속도로에 오르면 조금 속도를 내고 고속도로에 오르면 갑자기 얼마나 무섭게 속도를 내는지.

  아무튼 참 규칙을 잘 지키는 나라이다.

<차문제>

  미국에는 차가 많다. 아니 자가용이 많다. 자가용 없이는 살수가 없다.

  차가 없다면 우리나라 옛날처럼 이 집에서 저 집 갈 때 반나절, 읍내 장터에 한번 가려면 2박 3일 뭐 그런 식이다.

  워낙 땅이 넓은 까닭에 모여 살지 않고 여기저기 떨어져 살아서 쇼핑몰이 한군데 모여 있고 각종 기반 시설도 중심 가에 몰려 있으므로 차 없이는 도저히 과자 한 조각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살면은 푼돈은 절약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차가 많은 동네에 차를 주차시킬 데가 없다. 내 말은 공짜로 주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 세울만한 구석에는 어김없이 미터기가 버티고 서있다. 아주 신경질 나는 것은 25분 주차미터기다. 25분이며 가다가 돌아서면 25분 아닌가?

  나중에는 그 동전 주차기가 돈 빨아먹는 흡혈귀 같았다.

  위스콘신 대학에 매일 매일 차를 세우면서 그 흡혈귀에게 쿼터 먹이를 주면서 나는 퍼뜩 한가지를 깨달았다.

  메디슨의 여기저기를 돌아보면서 도대체 이곳 사람들 무얼 해서 먹고사나 걱정스러웠고 미국이 어떻게 해서 경제 대국이 되었나 궁금하기도 했다.
위스콘신 대학만 해도 거의 30%정도가 세계 각 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고 그중 한국 유학생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단다.

  이들이 유학을 올 때는 거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서 오지만 웬만한 장학금 가지고는 미국생활을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유학생들만 살펴봐도 석사 과정의 학생들은 부인까지 데려오니 당연히 집에서 학비를 보조 안 할 수 없다. 한국에서 뼈빠지게 벌어 상당량 보내도 이들은 허덕이고. 어디 그뿐인가? 유학생을 둔 가족들은 연례 행사로 양가집에서 학생들 방문하고 부모들이 오면 관광은 필수 아닌가. 그들이 뿌리고 가는 돈을 생각해보자.

  미국은 자동차 주차 미터기처럼 이렇게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주머니 돈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대학들이 미국 각지에 퍼져 있지 않은가?

  아무튼 저녁 무렵 조깅을 나갔다가 차가 다 빠진 주차장 미터기를 보고 있으려니 잔뜩 먹고 포만감에 늘어서 있는 미터기가 얄미롭고 무섭기조차 했다.

(see you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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