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찬씨는 요즘 술약속때문에 바쁘다.어느새 일년이 후딱 지나가고 벌써 연말이 코앞에 와있다.그러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얼굴 좀 보여달라고 아우성이다.그러고보니 가찬씨의 인기는 가히 연예인급이다.그를 불러대는 자들의 면면은 이렇다. 우선 유치원동창모임,초딩동창모임,중딩동창모임,고딩동창모임,대딩동창모임,입사동기모임,학부모비대위모임,아파트입주위모임,헬쓰동호회모임,골때려골프회모임등등등... 일년동안 못 만난 정을 확인하고픈 마음들인지라 다들 꼭 봐야만 직성이 풀릴지경이다.11월부터 달력의 스케쥴란이 빽빽하다.그런데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모임에는 다른건 몰라도 빠져서는 안될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건 <술먹는 일>이다.사실 모임의 명칭과 상대하는 사람의 면면이 다를 뿐 모여서 썰을 풀며 주구장창 술을 들이킨다는 레파토리는 언제나 동일하다.항상 시작은 가뿐히 쐬주 한잔이면 된다.그 한잔이 한병을 낳고 그 한병이 폭탄주를 낳고 다시 그 폭탄주가 하이볼과 위스키를 낳으며 마지막 입가심으로 시원한 막걸리나 맥주로 대미를 장식하게된다. 물론 모두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가찬씨의 술 싸이클은 술의 메이커만 다를 뿐 대등소이했다.술을 마셔 댈 스케쥴에 비례해서 가찬씨가 처리해야 할 일들 또한 11월부터 가득이다. 알다시피 일년을 마감해야 하고 또 새롭게 다가 올 한해를 계획해야 하는 것들이라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풀어내야 할 썰들이 많은데 집어넣어야 할 술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단도리해야 할 일들이 많고 계획해야 할 일들이 부지기수이다.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지워내야할 일들과 해 치워야할 술의 양이 버겁게 느껴지는 가찬씨다. 그 많은 스케쥴과 계획된 일들의 틈바구니에서 헉헉대다가 쓰러질듯 버티던 가찬씨가 드뎌 일을 냈다.간 밤의 저녁약속은 고딩친구들 모임이었다.1차로 마포에 있는 포차집에서 쐬주잔을 기울이다가 2차로 정육식당으로 유명한 맛집에서 소고기를 구워먹으며 빈 속을 달래고 있었다.요즘 연이어 이어지는 술의 힘이 가찬씨의 체력을 이겨냈는지 그가 일찌감치 비틀거렸다.그러더니 결국 꽐라로 필름이 끊겼다.화장실 간다고 자리를 비웠던 가찬씨가 한참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사색이 되어 돌아오더니 자리에 엎어져 몸을 가누기가 힘이 들었다.친구들은 뭔 일인가 싶다가 권커니 잣커니 술잔을 돌리느라 바쁘기만 했다.그러다가 심각한 얼굴의 지배인이 찾아왔다. "아니,아무리 술에 취하셨어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왜,왜요? 뭔 일인데요?"
대박 사건이다.우리의 가찬씨가 기가찬 일을 벌이고 나타난 거다.그가 비틀거리고 찾아간 화장실이 사실은 고기를 저장하는 저장고였던 것이다.그의 지워진 필름 속에는 저장된 고기를 향해 오줌발을 날리는 사진이 찍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었다.더하여 그는 그 차가운 냉동창고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고군분투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들려오는데... 성은 기씨요 이름이 가찬씨가 근래보기드문 <기가찬>행동을 벌이고 말았다는 이야기인데,이 연말 모두 조심하시라! 잘못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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