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씨는 요즘 입맛이 없다.학교주변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 국물씨는 소위 말하는 IMF시절보다 더욱 극심한 빈타에 시달리는 중이다.어찌된게 이 어려운 구석은 헤어날 방도도 없이 속만 끓이며 지켜 볼 뿐이다.요즘의 국물씨를 한마디로 표현해 낸다면 <바람앞에 놓인 촛불>혹은 <알수없는 목적지로 향하는 폭주열차>정도다.기관사가 누군지 알수도 없고 언제쯤 어느곳에 도달해야 또다른 길을 모색하는 환승이 이루어질지 예측불가능이다. 그러자니 죽을 맛이다.열불이 나있는 속을 달래줄 자극이 필요했다. 전전긍긍하는 국물씨를 지켜보던 아내가 한마디한다. "자기야! 저기 학교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새건물이 하나 들어섰는데 이름난 짬뽕맛집이라네!거기 함 가볼까?" "그으래?오우케이 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 국물씨는 무릎을 탁치며 주섬주섬 차키를 챙기며 가게문을 닫는다. "지금 시간이 오후2시반이니까 점심먹으러 들이닥쳤던 손님들도 이제 거의 다 빠지고 없겠지?"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새로 생겼다는 짬뽕집으로 고고씽! 그러나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였다. 그 바쁜 점심시간을 보내고 난 후의 한가로운 시간은 <브레이크타임>으로 명명된 휴식시간이었다.국물씨와 그의 아내는 얼큰한 짬뽕국물에 입맛을 다시다가는 뻘쭘하게 주저앉게 생겼다.열불이 난 속을 화끈한 짬뽕으로 달래주려던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그래서 인가?가뜩이나 허한 속쓰림이 물밀듯 솟아 오른다.그렇다고 두시간이상을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다. 아내가 또다른 짬뽕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내었다.뱃속에서 짬뽕을 향한 갈급함이 꼬르륵소리로 울어댄다.마침내 짬뽕이라는 두글자가 선명한 건물을 발견했다.2층이었다.어렵게 주차를 완료하고 엘베에 올랐다.지금쯤이면 엘베에까지 짬뽕냄새가 진동하는게 맞는데 냄새가 없다. '혹쉬,설마?'혹시나 했는데 또 브레이크타임이다.다잡았던 고기가 손끝에서 빠져나간 기분이 이런것일까?유난히 오기가 발동하고 있었다.'내 이노무 짬뽕 꼭 먹고야 말리라!'다시 주변의 맛집검색에 돌입했다.키워드를 <브레이크 타임없는 짬뽕맛집>으로 검색하자 결과물이 3개가 떳다. 국물씨와 그의 아내는 심혈을 기울였다.그도 그럴것이 벌써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거의 저녁시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다행히 이번에 검색된 짬뽕집은 근거리라서 10분도 안 걸리는 곳이다.리뷰도 좋은 곳이었다. "사장님 쎈스가 짱이예요" "서비스로 군만두도 주시고 너무나도 친절하세요" "얼큰함이 아주 좋아요"그래 답답한 짬뽕집의 혈을 뚫어줄 맛집을 여기로 정했다. 가는 길이 벌써 코앞이다.하지만 웬일인지 눈앞이 답답하다. 차가 꽉 막혔다.조금 있으려니 응급차가 달려오고 레커차가 길을 뜷느라 소란스럽다.교통사고가 분명하다.'하필 이싯점에 사고라고?'수습되고 있는 현장을 지나는데 경찰관의 유도등이 짬뽕국물을 연상시킨다.여태 이런 일은 없었다.어떻게 그 딱딱한 빨간 유도등에서 짬뽕국물이 보일 수 있단 말인가?국물씨와 그의 아내가 기필코 짬뽕집에 도달했다. 검색결과의 내용과 일치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환호하는 <짬뽕이 먹고싶어 안달이 난 부부>가 여기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브레이크타임도 없고 사장님의 쎈스가 돋보이며 무엇보다 친절하게 군만두 서비스까지 아끼지 않는다는 그곳에 도착한 것이다.다행히도 주차장컨디션도 널널했다.점심시간도 한참 지났고 저녁시간도 가까이 있긴 하지만 아직 때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위안을 해보며 시동을 껐다.이제 친절한 짬뽕을 들이키기만 하면 된다. 짬뽕집 문을 열면 주인장이 활발하게 "어서 오십쇼"를 외치겠지!
그런데 조용하다.너무도 조용하다. 꽉 닫힌 출입문에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 쉽니다>
으아악!돌아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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