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자격증따위

10/12 자격증 따위

최병석 | 기사입력 2024/10/12 [01:01]

[콩트IN고야]-자격증따위

10/12 자격증 따위

최병석 | 입력 : 2024/10/12 [01:01]

(조)종수씨는 남들과 다른 자격부심이 있다.

그는 남들이 어려워 포기 하고야 마는 자격증이 수십개다.

그에게는 따기 어렵다는 자격증이 사실은 목표이며 도전대상이다.

자신의 이름이 박혀있는 자격증의 갯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의 몸속에서는 뿌듯함이 자라나며 으쓱해진다.그의 책상머리에는 아니 한쪽 벽면 전체에 도배하다시피 걸려있는 액자가 모두

<자격증명서>라고 보면된다.그렇다고 그의 자격증의 갯수가 모두 수입과 관련되어 부유함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쓰잘데기가 없어서 괜히 벽면의 일부만 장식하고 있는 것들도 부지기수 이긴하다.

그래도 그의 자격부심은 비어있는 벽면을 보지 못하게 하고야만다.그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은퇴라는 그물의 테두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중이다.

그 많은 자격증들이 종수씨가 은퇴한다고 하니 약속이나 한듯 쪼르르 달려든다.

그렇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그가 만들어 놓은 한 쪽 벽면의 <자격증 도배>를 없앤다는 사실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어쩌다 그의 아내가 위험한 금기어를 꺼내고야 말았다.

"여보 이제 저것들 좀 정리하면 안될까요?"종수씨가 충격을 먹었다."아니 이게 뭔 말이랑가?"

그의 견고했던 자격부심을 건드리는 단 한마디로 아내와의 간극이 멀찌감치 벌어지고 말았다.

아내가 집을 나갔다.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야지 어쩌겠는가?

종수씨의 눈치를 피할겸 여고모임에서 기획한 제주여행에 나서기로 했다.

집을 나서는 아내가 신신당부를 하고있다."나 없는 며칠동안 밥 잘 챙겨드시고 밀린 빨래도 해 놓으셔,밥통도 가동해 보시고 반찬하고 국은 냉장고에 있으니 데펴드시고...암튼 뭐든 조작하는데 이력이 난 양반이니 걱정 않하고 댕겨올텡께"

그의 아내가 혼자로 있을 일주일을 걱정하며 종수씨에게  장문의 <버팀 글>을 남겨 놓았다.

그 글이란게 별거없다.그저 먹는 방법과 일주일동안 살아나가야 할 일들의 기록물?

종수씨는 별 대수롭지 않게 그 기록물을 대했다.뭐든 못할 일들이 있겠는가?

자기자신은 자격증의 사나이가 아니든가?

아내가 집에 없다.이제 종수씨 혼자가 되었다.그에게 잔소리 하는 상대가 없다.홀가분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냉장고문을 열었다.이런저런 반찬통안에 찬 음식들이 놓여져 있다.

가스렌지 위에는 커다란 곰솥이 올려져 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허연기름이 굳은 채 고깃덩이들을 끌어안고 있는 중.밥을 찾으니 밥이 없다.전기밥통을 꺼내고 밥을 해야 하는데

최신밥통이라 그런지 사용법이 디스플레이 안쪽에 몽땅 숨겨져 있어서 글씨라고는 찾아볼수가 없다.왕년의 자취경험을 살려내 쌀을 씻고 손등에 차 오르는 물의 양까지 조절해서 앉히는데 까지는 성공을 했는데 당췌 시작하는 법을 모르겠다.전원코드를 콘센트에 꽂고나니 비로소 실마리가 풀린다.버튼을 찾다보니 쌀밥을 하려면 눌러야 하는 버튼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종수씨가 드디어 전기밥통 사용법을 터득(?)하였다.

결과물은 참담했다.아내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 낸 첫작품치고는 봐줄만 했지만

너무나도 질척대는 진밥이었다.

온갖 자격증으로 무장한 종수씨에게 유독 패배감을 심어준 일이 하나 발생했다.

바로 세탁기였다.종수씨가 세탁물에 관심을 갖게된 건 아내가 집을 비운지 딱 사흘째되는 날이었다.아내가 남겨두고간 빨랫감과 이의 처분을 위한 메모내용이 해결되지 않는다.

분명 세탁해야할 것들의 종류는 다른데 이를 어찌 구분하누?

울과 면과 나일론과 합성섬유를 구분할 눈도 없거니와 이걸 아내는 한두번이면 끝을 내는것 같은데 종수씨는 조금씩 나누어서 몇번에 걸쳐 해야하는건지 난감하다.게다가 세제의 양도 많이만 넣으면 되는건지 조금만 넣어도 되는건지 찬물과 더운물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알수가 없다.분명 세탁기의 버튼주변에는 친절한 안내문구가 기록되어 있지만 자격증을 그리 많이 가지고 있는 종수씨가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그리고 자격부심자 종수씨에게 난생처음으로 굴욕감을 안겨준 최초의 난해한 기계(?)로

우뚝 서 있게 되었다.그 많은 자격증보다 실생활에 필요한 기계를 자유자재로 돌려 대는 아내가 위너로 등극한 날이었다.여자들은 참으로 대단한 조종사들이었다.

 

▲ 자격증보유자를 무색케하는 위험한 물건?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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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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