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가을별에 깃드는 가을울음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4/09/21 [07:45]

林森의 招待詩 - 가을별에 깃드는 가을울음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4/09/21 [07:45]

 

▲ 강원경제신문    ©림삼

 

- 林森의 招待詩 -

 

가을별에 깃드는 가을울음

 

아-

별이다, 가을별

손에 잡힐 듯

저 위에서 흔들거린다, 수 천 수 만의 별이다

 

출렁대는 별이 눈물방울같다

생각이 그렇다

별이 우나보다,

풀벌레소리 귀를 울린다

진즉 울리고 있었거늘 지금에사 들려난다

 

무엇이 그리도 조급한 사연있어

어째서 그리도 수이 지는 겐지,

하도 짧은 가을이 섧은가보다

 

그렇다, 시간은 정지되는 게 낫다

님 기둘리는 순간의 설렘만

고이 간직한 채 멈추거라

 

님이 결국은 오지 않을 서러움이나

만나선 다시 헤어질지 모를 두려움이라면

싫다, 그건 싫다

기왕지사 아주 갈 요량이라면

차라리 이 쯤에서 움직임 거두거라

 

가을울음이라도 실컷 울어보게끔

 

새가 운다

흐느끼는 것처럼 서러워 우는 걸 보니

필경 고향새다

가을밤 고향을 울던 그 새다

 

고향언덕에서 가을별 보며

밤마다 밤마다 많이도 울어대던

바로 그 새소리다,

가을이 운다

울어 그 별에 깃드는 가을울음이다

 

- 시(詩)의 창(窓) -

 

언론매체에 초대시와 함께 ‘시작노트’나 ‘시의 창’을 게재한지도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2013년 9월 27일자 지금의 ‘해피 우먼’의 전신이랄 수 있는 ‘브레이크 뉴스’에 ‘동경’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리면서 덧붙여서 쓰기 시작한 세미칼럼 형식의 ‘신변잡기’가 그 시작이었으니 만 10여년 이상을 쉬지 않고 달려온 셈이다. 그러고보니 필자의 기억으로, 아무리 바쁘고 버거워도 매주, 또는 격주로라도 이 코너들 만큼은 결코 쉬지 않았던 듯 하니 책으로 엮어도 물경 열권 이상의 분량은 너끈함직 하다. 물론 그리 할 수준의 글들이 아닌 게 문제이긴 하지만.

 

당초에는 이 코너의 칼럼 내용이 이렇게 긴 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조금씩 길어지다가 지금에 와서는 이다지 장황하고 두서없는 잡기의 형태가 되어지고 말았다. 친인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도대체가 당신 글은 너무 길어서 다 읽으려면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려. 좋은 말이기는 한데 그렇게 지루하면 아무도 안 읽어.” 필자가 대답한다. “읽는 데 오래 걸린다면 쓰는 데는 얼마나 걸렸을까?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짧아도 안 읽어.” 필자의 초대시는 언론사의 지면 이외에도 개인적인 블로그나 카페, 개인 홈페이지, 밴드 등과 각종 SNS,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소개되기도 하고, 카톡과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서 지인들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 꼼꼼하게 글을 다 읽어주는 사람도 있고, 그네들의 지인들에게 다시 옮겨서 전달을 해주는 성의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고 단 한 줄의 글도 읽지를 않는다. 아니면 앞 부분에 소개되는 필자의 시를 몇 구절 읽다가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는 시가 너무 어렵다거나 글이 너무 길다고 타박을 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그저 생색내기 식으로, 읽은 척 하면서 넘어가곤 한다. 필자도 다 안다. 이미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우매하고 우직한 위인은 오늘도 쉬지 않고 이 긴 글을 쓰고 있다. 꼭 한 사람 뿐일지라도 기다리는 독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아니면, 정말 아무도 한 줄도 읽어주지 않는다 해도, 필자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터무니 없는 위로를 하면서 오늘도 필자는 ‘시의 창’을 작성한다.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이 코너를 이어갈지는 모른다. 실상 이런 저런 여건으로 그동안도 몇 차례 중단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필자 스스로와의 약속이라 여기며 꾸준히 이어온 것이다.

 

이 기회에 자그마한 매듭을 하나 지어야겠다. 예전 이 코너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이제부터는 다시금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말고 조금은 절제하는 형태로, 좀 짧게 코너를 매조지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물론 단숨에 읽어내릴 정도로 아주 간략한 내용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필자의 소회를 모두 담아내려는 노력은 대충 속으로 갈무리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생각은 조금씩만 선을 보일 작정이다. 오늘 소개하는 시에서, 가을별에 스미는 가을울음이 어째서 서글픈가는 은근히 감추고 말 듯이...

 

사람들은 작은 상처를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 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세상의 숨겨진 비밀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 되어진다. 그것은 마치 평생 동안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소소한 불행에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는 거대한 불행 앞에서 차라리 무릎을 꿇어 버리는 것이 훨씬 견디기 쉬운 법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가을이면, 흐드러지게 익은 대추를 따서 대추차를 끓이고, 잘 익은 석류로 술을 담가, 그동안 알고 지내던 소중한 인연들을 초대해서 마음을 나누고, 겨울이면, 황토 흙으로 만든 벽난로에 고구마를 구워가며 세월의 책장을 넘기면서 이런저런 대화의 꽃을 피우노라면, 향기 잃어 가는 삶의 밭에 한 송이 풀꽃이 피어나는 것이 인생의 참 맛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지 위에 쉬어 가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게 삶이고, 머물지 않는 게 오늘임을 알기에, 사는 날까지 기쁨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웃음으로, 희망으로, 오늘도 내일도 바람처럼 머물며, 이 땅 위에서 쉬어가리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예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이 있었다. 도무지 사람의 발이라고는 인정하기 어려운 볼썽사나운 발 사진이었다. 틀어지고 꼬여진 발가락의 모양은 한 마디로 기괴하고 요상하여 눈 뜨고는 차마 바라보기도 거북하였다. 그러기에 그 발이 바로 누구의 발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발이 아니었다. 사람의 발을 닮은 나무 뿌리도 아니고, 사람들 놀래켜 주자고 조작한 엽기 사진 따위도 아니었다. 예수의 고행을 좇아 나선 순례자의 발도 이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발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명실 공히 세계 발레계의 탑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을, 발레리나 ‘강수진’이 그 주인공이다.

 

그 세련되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한 때 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남성 발레리나들이 그녀의 파트너가 되기를 열망하던, 프리마돈나 강수진 말이다. 처음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심장이 어찌나 격렬히 뛰는지, 한동안 두 손으로 심장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하마터면 또 감동의 눈물을 툭툭 떨굴 뻔 하였다. “감동이란... 정녕 이런 것이로구나...” 예수가 어느 창녀의 발에 입 맞추었듯, 필자도 그녀의 발 등에 입 맞추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신을 마주한 듯, 경이로운 감격에 휩싸였던 것이다. 그녀의 발은, 그녀의 성공이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하루 열 아홉 시간 씩, 1년에 천여 켤레의 토슈즈가 닳아 떨어지도록, 말짱하던 발이 저 지경이 되도록,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 해 노력한 만큼 얻어낸, 지극히 마땅한 결과일 뿐이다. 그녀의 발을 한참 들여다 보고 나서, 그리곤 필자를 들여다 본다.

 

“너는 무엇을... 대체 얼마나 했느냐? 도대체 왜 벌써 엄살부터 부리는 건지... 원!” 그녀의 발이 필자를 나무란다. 인정한다. 필자는 그동안 엄살만 심했다. 필자는 욕심만 많았다. 그래서 필자는 반성하고 있다. 지금 반성하고 있는 중이다. 가을 내내, 이 가을이 다 가도록 필자의 반성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거듭날 것이다. 새롭게, 다시금 태어날 것이다. 애꿎은 가을별을 원망하는 일일랑은, 구슬프게 가울울음에 매달리는 일일랑은, 그리고 가는 가을이 안타까워 엉절거리는 엄살일랑은 이 쯤에서 멈추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 림삼



도도 24/09/21 [13:15] 수정 삭제  
  동경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이네요 계속 읽을 수 있는 기쁨을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수고 많으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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