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의 정년停年
눈을 뜨고 출근하는 아내를 못 본 채 모로 누워 다시 눈을 감는다 혹여 잠이 깰까나 살포시 문을 닫는 아내의 뒤태에는 흰 머리카락이 날리고 머리맡에 던져진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은 일당의 한 조각이다
친구 주머니를 털어 대폿집 냄새도 이골이 난다 국수 면발을 앞니로 끊다가 시장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발자국을 본다 질퍽한 세상 냄새가 왜 이리도 눈물이 되나
청둥오리가 푸득 거리며 강 건너로 간다 도망치 듯 달려온 인생길에 황혼에 늘어진 그림자가 보인다 애착 같은 것도 없는데 너무 길게 매달려 삶이 구걸되는 모양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구급차의 사이렌 상두꾼의 외진 목소리가 골목을 빠져나간다
가로등 주변을 돌며 껄떡거리고 있는 것인데 멀리서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고 있다
본명 전진식 [田 鎭植] 예술인 협회 신진 예술인 e메일 : wjs808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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