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구구단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4/11/02 [07:37]

林森의 招待詩 - 구구단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4/11/02 [07:37]

 

 

- 林森招待詩 -

 

구구단

 

아주 잠깐,

이미 녹슬고 퇴화한 날개 슬며시 파닥거려보자

 

그러나, 그건 하마 날개 아니라

실핏줄로 단단히 굳어버린 화석

그러나, 애초 그럴 줄 알았기에

절망도 하쟎는다

다만, 미칠듯 짜증날 뿐

 

그러나, 이젠 치미는 짜증도

왁살스런 세상의 채근과 돌아치는 세월 때문

시나브로 스러진다

 

그건 절망이야, 지쳐버린 절망이라구

차라리

자신 세상 향해 날아간 자에 대한 경외

묵념처럼 기리면서

구구단이라도 외는 게

별 보며 눈물씹는 누리에선

아주 잘 어울릴테지

 

어금지금한 처지에

서로 잘났다 우길 건 뭐 있냐?

 

혼자 앉아 씹는 고독은

헤어질 때 흘리는 눈물맛 나고,

조갈난 사람같이

진저리치듯 몸 떨며

단숨에 읊어대는 구구단은

심금에 와 닿는 어떤 위트와

다정한 멜랑콜리 담고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내면은

코끼리보다 훨씬 큰 것이고,

인간은 결국 서로의 일부 더듬는 소경일 뿐,

그러면서 서로 다 안다고....

 

- ()의 창() -

 

볼수록 어렵고도 어려운 시다. 게다가 음습하고 어수선하기는 가히 으뜸이다. 도대체 필자는 왜 이따위를 시라고 짓고 있는 걸까? 좀 더 아름답고 고아한 시어를 골라서, 좀 더 착하고 멋드러진 심상으로, 좀 더 희망적이고 향기나는 시를 적을 수는 정녕 없는 건가? 그렇게라도 몸부림을 좀 하면 그럭저럭 고정 독자나 호의적인 팬을 더러는, 하다못해 여나믄이라도 확보할 소지는 있으련만. 그 가느다란 꿈마저도 스스로 짓밟고, 그저 허구헌 날 골방에 틀어박혀 퇴폐적이고 자학적인 시만 끄적거리고 있으니, 이건 스스로가 돌아봐도 대책 없는 헛짓거리다.

 

물경 쉰 다섯해 가까이 시를 썼으니 이만 하면 이골이 날 지경은 된 터수인데, 아직도 그 간단하고도 쉬운 논리를 깨닫지 못하고 배냇병신인 양 고집스러운 시풍을 지속하고 있으니, 아마도 이승에서 개과천선하는 꼴 보기는 애저녁에 이미 글러버린 듯 하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서 극히 소수일 밖에 없는 독자 제위에게 고한다. 아니, 어쩌면 단 한 명도 귀 기울이는 이는 없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각설하고, “림삼이라는 위인은 애시당초 남의 말은 전혀 안 듣고, 저 혼자만 잘난 맛으로 세상 험하게 살아오고(죽어가고) 있는 팔푼이니, 피곤하게 신경쓰지 말고 그저 그대로 살다 모진 삶 종치게, 냅둬요, !”

 

사실 고백하자면 이런 시를 짓는 필자도 즐겁고 행복한 것 만은 아니다. 어째서 시절 좋을 적에는, 일이 술술 잘 풀려서 기분이 최고조일 적에는 쥐꼬리만 한 시상조차 떠오르지 않다가, 심란하고 절망적이고,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분노만 팽배할 때를 골라 어영부영 시를 적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당최 원치 않는 때와 장소를 구분치 못하고 막무가내로 퇴폐시를 양산하고 있는 필자의 그 알량한 머릿속이 궁금하기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아니다. 아마도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처절하게 궁금하고, 가장 치열하게 궁금하다. 보라! 그래서 시방도 입꼬리 뒤틀리게 슬며시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는 중이다.

 

지인들과 대화하면서 강권한 적이 있다. 필자의 시를 단순하게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미안하지만 정신 집중해서 소리내어 세 번만 읽어 보시라고. 그렇게 조심스레 읽으면서 불쌍하고 가엽다는 배려의 마음으로 필자의 정신 세계를 조금씩 추측해보시라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뒀다가 다시 시도해보시라고. 그런 식으로 또 서너 차례 정도 반복하면 어렴풋이라도 이해하게 될 거라고. 참 나! 대관절 기본 꼴무새가 이러하니, 이렇게도 복잡하고 까다로우니, 바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도대체 어느 누가 귀한 시간 쪼개어, 골 때리고 반사회적인 이까짓 팔푼이시 나부랭이를 읽으면서 억지 해석하려고 고뇌하길 고대한다는 말인가?

 

결론을 내리겠다. 그래서 도출해낸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리고 단호하며 확실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쭉 똑같은 결론이니 익히 알고 있던 바, “어차피 시를 지은 것도 나 혼자이고, 나 혼자라도 읽고 만족하니, 이만 하면 되었지. 독자는 나 하나면 족한다.” 이보다 화끈하고 속 시원한 결론이 또 어디 있겠나? 쓸쓸하지만, 비록 계속 필자는 고독하기만 하겠지만, 재발견한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현미경처럼 배율 높인 시야를 들이밀고 혼자 시를 적는다. 그리고 혼자 읽는다.

 

어차피 세상은 요지경이다. 세상은 난장판이며 야단법석의 실험장이다. 세상 사는 일은 그래서 고해를 헤치는 여정이며 돌고 도는 윤회의 구현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일 보다는 지저분한 게 더 많고, 좋은 사람 보다는 나쁜 놈들이 훨씬 더 많이 산다. 세상에는 희망 보다는 절망이 더 흔하고, 사랑과 평화 보다는 배신과 증오가 잘 어울리는 세태만 만연한다. 그래서 세상은 천국 보다는 지옥에 가깝고, 소망의 내일이 도래한다기 보다는 절망의 과거가 반복되는 쓰레기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이 현실에 사로잡혀 무능하게 삶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과거로 회귀하는 퇴보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결코 불행과 낙담만 만연하는 건 아니니 소망을 잃지 말고, 힘겹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소신과 의지가 필요하다. 판에 박은 소리지만, 언제나 풍파는 전진하는 자의 벗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난관과 역경도 기꺼이 감내하며, 언젠가는 극복하고 말리라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요구된다.

 

그래서 이 쯤에서 필자는 다시 말한다. 모든 복잡한 고민과 지치게 만드는 번뇌는 필자가 다 지고 갈테니, 그 모든 나쁜 요인들을 주저리 엮어서, 정녕 괴롭고 버거울 때마다,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암담하고 캄캄한 오늘을 관통하며, 한 조각 시심으로 승화시키고, 한 줄 시로 소각시키는 애절함으로 세상을 향한 위로의 마음, 측은지심을 열심히 불지펴 시 지을테니, 그리하여 재수없는 시 적어서 민폐 끼친다 소외당하면서도, 필자 홀로 돌 맞고 피 흘리는 고행의 길을 기꺼이 걸어갈테니,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들 평안하시고, 그저 행복하기만 하시라. 어떤 고통이나 낙담할 일 전혀 없이 만사형통으로, 운수대통으로 언제나 한껏 웃음꽃만 피워가시라. 세상은 이미 알 듯, 아직은 그래도 살만 한 누리니까.

 

비록 조금은 미숙하고 여물지 못한 사람의 본성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세상을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서로 용서하고 양보하면서, 그렇게 조금은 부족한 걸 서로 채워주면서, 의지하면서 오순도순 살아가야 하는 게 현실의 숙제이며 처해진 운명의 자화상이다. 물론 용서라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많이 참아주지만 남에게는 엄격하고 살벌한 잣대를 들이대서 판단하고 비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내로남불의 뻔한 진리를, 그 기준을 나에게만은 예외로 적용시키는 게 속성이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는 용서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 어려운 만큼 소중하다는 걸 깨닫고 흠모해야 한다. 동경하면서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며 보듬고 가꾸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이다. 그래야 사람스럽게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목타게 그리워하며 함께, 다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세상 살기가 힘겨운가? 세상에 의지할 데가 별로 없고 마음 붙일 사람이 곁에 없는가? 그래서 사랑을 하고 싶어도 사랑을 할 대상이 없다고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하늘을 보자. 시방 가을이다. 그것도 지천이다. 가을의 바람이 불고 있고, 가을의 햇살이 청량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의 마음 속에 가을을 심자. 가을을 여물게 하자. 잠자고 있는 가을을 깨우자. 잡념이 생기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솟아나면 그냥 구구단이라도 한 번 외어보자. 입 속으로 슬며시 구구단을 암기하면서 앙금을 녹이고 찌꺼기를 배출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가을의 사랑과 가을의 추억을...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들을 비방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선거문화 실현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