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3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7/13 [01:01]

바람의 제국(3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7/13 [01:01]

▲     ©정완식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을 

위임받고 위양받은 허상을 

힘이랍시고 용을 쓰네​

 

대의(代意)는 온데간데없이 

한 줌 힘이 권력이라는 옷을 입고 

애초 자신의 것인 양 으시댄다​

 

헛된 힘을 가진 자들은 거짓을 감추려고 

없던 것을 만든다 

위선이다​

 

저들에게 노나메기란 없다 

자신의 곳간을 채우고 

힘을 키우기 위한 더듬수만 있을 뿐​

 

- 꼼수 권력(權力) - 

 

 

37. 언베일드 리스트(Unveiled List) 

 

연수와 김윤오 차장이 천수관에서 회동을 하고 나서 사흘째 되는 날, 퇴근 준비를 하던 연수의 자리로 김윤오 차장이 결재판 하나를 들고 찾아왔다​

 

중국사업2팀의 다른 팀원들은 조금 전까지 자리를 지키던 워킹그룹장 한 명이 연수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하면서 아무도 없었다​

 

연수는 김차장과 함께 탕비실로 가서 직접 종이컵에 일회용 블랙 커피믹스를 하나씩 쏟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하나는 김차장에게 건네주고 하나는 자신이 든 채, 길다란 티스푼으로 휘저은 다음 커피를 들고 다시 그의 자리로 돌아왔다​

 

“잘 지내셨나요?”

 

연수가 테이블 의자에 앉으며 김차장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가까이에 있는 김차장의 표정을 자세히 보니 그는 약간은 긴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얼굴에는 웃음기가 빠져 다소 딱딱해 보이기도 했다​

 

김차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상무님께서 제게 주신 명단을 오늘 오전까지 꼼꼼히 체크해 봤습니다. 

물론 제가 관리하는 시스템에도 없는 명단이 있어 그 부분까지는 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조금 전에 강춘권 부사장께는 먼저 보고를 드렸는데 부사장님은 가만 듣고만 계시다가 우선 상무님께 전해주라고 하셨고, 그 보고서가 여기 이것입니다.”​

 

김차장이 들고 온 파란색 결재판을 연수에게 내밀었다​

 

“상무님께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명단을 확인하면서 몇 가지 특이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의 약 30%정도 되는 10명이 화교 출신인데, 우리 그룹 내 화교 출신의 거의 대부분이 거기 명단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화교 출신의 대부분이 중국사업본부의 왕영홍 부회장님의 추천을 받아 경력을 인정받고 입사한 특별채용 케이스입니다.​

 

아마 중국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룹 내 중국 전문가가 부족할 때 중국 사정에 밝고 중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을 특채형식으로 스카웃하기도 했었는데, 그때를 전후해서 입사한 경우의 것으로 보여집니다.​

 

세 번째는 화교 출신 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에서 유학을 한 사람들이었고 일부는 중국 현지 부품업체에 한국인으로 현지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우리 MH자동차나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도 몇 명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들 명단 대부분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특별승진을 했거나 승진순위가 후순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사업본부장인 왕부회장이 순위를 앞순위로 조정해서, 승진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연수의 짐작대로, 아니 이한경 상무나 여상동 전무, 그리고 강춘권 부사장도 아마 이 명단을 훑어보며 대강 짐작은 했을 터였다​

 

그래서 다들 조심스러워 했었던 것이다​

 

왕부회장이라면 그 자신이 화교 출신으로서 친중국 성향을 앞세워 일찍이 중국 본토로 나가 사업을 하며 돈을 벌었고, 중국 현지 자동차 회사에 몇 종류의 부품을 납품하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기업인이었는데,​

 

지금은 MH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여 진두지휘하고 MH그룹의 중국 진출을 앞장서 도우면서 중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룹 회장과의 막역한 관계로 그의 말 한마디면 웬만한 사람들은 추풍낙엽처럼 날아가기도 하고 승진도 하고 중국사업본부 내의 인사에는 절대적인 힘을 행사해 왔다​

 

왕부회장과 그룹 회장과의 관계는 그룹 내 대부분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정도였고, 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던 그룹 회장에게 접근해 중국 시장의 광대함을 설명하면서 중국 내 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본인이 MH그룹의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도울 수 있다며 중국에 그룹 회장을 초대하였고,​

 

중국을 방문한 그룹 회장에게 자신의 간이라도 빼 줄듯이 온갖 아양과 접대를 다 하며 환심을 얻었고, 그룹 회장은 그런 그를 진심으로 믿었었던지 중국 사업에 대하여는 총괄 사장이라는 직책을 주며 전적으로 그에게 맡기다시피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룹 회장의 바로 아래 직책인 부회장의 자리로 승진도 시켜주고 그의 젊은 아들을 간부급으로 특별 채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사업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책임을 지고 비상임 고문이라는 2선으로 물러나는 듯하였으나​

 

여전히 중국 내의 인맥을 동원해 중국 내 법인장들을 좌지우지 흔들어대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룹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만들어 둘러대고 인사조처를 요청해 수락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더니 결국은 지난해 말에 2선으로 물러난 지 채 반년도 안되어 다시 부회장의 자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런 왕영홍 부회장이 그것도 정점에 끼어 있는 명단이다 보니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7/13 [11:16] 수정 삭제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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