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을 위임받고 위양받은 허상을 힘이랍시고 용을 쓰네
대의(代意)는 온데간데없이 한 줌 힘이 권력이라는 옷을 입고 애초 자신의 것인 양 으시댄다
헛된 힘을 가진 자들은 거짓을 감추려고 없던 것을 만든다 위선이다
저들에게 노나메기란 없다 자신의 곳간을 채우고 힘을 키우기 위한 더듬수만 있을 뿐
- 꼼수 권력(權力) -
37. 언베일드 리스트(Unveiled List)
연수와 김윤오 차장이 천수관에서 회동을 하고 나서 사흘째 되는 날, 퇴근 준비를 하던 연수의 자리로 김윤오 차장이 결재판 하나를 들고 찾아왔다
중국사업2팀의 다른 팀원들은 조금 전까지 자리를 지키던 워킹그룹장 한 명이 연수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하면서 아무도 없었다
연수는 김차장과 함께 탕비실로 가서 직접 종이컵에 일회용 블랙 커피믹스를 하나씩 쏟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하나는 김차장에게 건네주고 하나는 자신이 든 채, 길다란 티스푼으로 휘저은 다음 커피를 들고 다시 그의 자리로 돌아왔다
“잘 지내셨나요?”
연수가 테이블 의자에 앉으며 김차장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가까이에 있는 김차장의 표정을 자세히 보니 그는 약간은 긴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얼굴에는 웃음기가 빠져 다소 딱딱해 보이기도 했다
김차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상무님께서 제게 주신 명단을 오늘 오전까지 꼼꼼히 체크해 봤습니다. 물론 제가 관리하는 시스템에도 없는 명단이 있어 그 부분까지는 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조금 전에 강춘권 부사장께는 먼저 보고를 드렸는데 부사장님은 가만 듣고만 계시다가 우선 상무님께 전해주라고 하셨고, 그 보고서가 여기 이것입니다.”
김차장이 들고 온 파란색 결재판을 연수에게 내밀었다
“상무님께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명단을 확인하면서 몇 가지 특이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의 약 30%정도 되는 10명이 화교 출신인데, 우리 그룹 내 화교 출신의 거의 대부분이 거기 명단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화교 출신의 대부분이 중국사업본부의 왕영홍 부회장님의 추천을 받아 경력을 인정받고 입사한 특별채용 케이스입니다.
아마 중국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룹 내 중국 전문가가 부족할 때 중국 사정에 밝고 중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을 특채형식으로 스카웃하기도 했었는데, 그때를 전후해서 입사한 경우의 것으로 보여집니다.
세 번째는 화교 출신 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에서 유학을 한 사람들이었고 일부는 중국 현지 부품업체에 한국인으로 현지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우리 MH자동차나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도 몇 명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들 명단 대부분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특별승진을 했거나 승진순위가 후순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사업본부장인 왕부회장이 순위를 앞순위로 조정해서, 승진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연수의 짐작대로, 아니 이한경 상무나 여상동 전무, 그리고 강춘권 부사장도 아마 이 명단을 훑어보며 대강 짐작은 했을 터였다
그래서 다들 조심스러워 했었던 것이다
왕부회장이라면 그 자신이 화교 출신으로서 친중국 성향을 앞세워 일찍이 중국 본토로 나가 사업을 하며 돈을 벌었고, 중국 현지 자동차 회사에 몇 종류의 부품을 납품하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기업인이었는데,
지금은 MH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여 진두지휘하고 MH그룹의 중국 진출을 앞장서 도우면서 중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룹 회장과의 막역한 관계로 그의 말 한마디면 웬만한 사람들은 추풍낙엽처럼 날아가기도 하고 승진도 하고 중국사업본부 내의 인사에는 절대적인 힘을 행사해 왔다
왕부회장과 그룹 회장과의 관계는 그룹 내 대부분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정도였고, 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던 그룹 회장에게 접근해 중국 시장의 광대함을 설명하면서 중국 내 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본인이 MH그룹의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도울 수 있다며 중국에 그룹 회장을 초대하였고,
중국을 방문한 그룹 회장에게 자신의 간이라도 빼 줄듯이 온갖 아양과 접대를 다 하며 환심을 얻었고, 그룹 회장은 그런 그를 진심으로 믿었었던지 중국 사업에 대하여는 총괄 사장이라는 직책을 주며 전적으로 그에게 맡기다시피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룹 회장의 바로 아래 직책인 부회장의 자리로 승진도 시켜주고 그의 젊은 아들을 간부급으로 특별 채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사업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책임을 지고 비상임 고문이라는 2선으로 물러나는 듯하였으나
여전히 중국 내의 인맥을 동원해 중국 내 법인장들을 좌지우지 흔들어대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룹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만들어 둘러대고 인사조처를 요청해 수락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더니 결국은 지난해 말에 2선으로 물러난 지 채 반년도 안되어 다시 부회장의 자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런 왕영홍 부회장이 그것도 정점에 끼어 있는 명단이다 보니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