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2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6/08 [01:01]

바람의 제국(2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6/08 [01:01]

▲     ©정완식

 

초원을 달리는 사자에게 
잡히는 건 죄악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 

 
흔들리는 꽃과 바람에 눕는 수풀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죄악이다 
젖어 있는 감성은 곧 주검이다 

 
힘의 논리는 정글의 이치(理致) 
먹히는 건 죄악이다 
잡아 먹어야 산다 

 
먹고 먹히는 전장은 사멸하지만 
영원히 남아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 승자 

 
- 약육강식(弱肉强食) -

 

 
27. 약육강식(弱肉强食) 

 

 
MH그룹의 이 같은 위기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심각했다 

 
아무리 대마불사라고 했지만 MH그룹처럼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회사들은 완성차회사인 MH자동차와 기현자동차가 휘청이면 여기에 딸린 나머지 다른 부품회사들이나 물류회사 그리고 철강회사와 금융사들까지 모조리 다 흔들린다 

 
아무리 위기를 대비해서 회사가 잘 나갈 때 현금을 축적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존폐의 위기로 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지금 MH그룹은 전기차나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시작해야 하고 수십조 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그룹 사옥과 MICE산업 진출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공언도 해놓은 상태다 

 
머리카락이 곧추서는 듯하고 등골이 서늘해진 연수는 마치 1997년의 데자뷔를 마주하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며 다시 회상에 잠겼다 

 
기현자동차가 MH자동차에 인수되면서 MH그룹은 모양새를 갖추어 나갔다 

 
기현자동차는 그 당시 자동차와 관련된 계열회사들로 구성된 국내 7대 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기현자동차와 아현자동차라는 완성차 제조회사 그리고 기현자동차판매 및 아현자동차판매라는 판매전문회사, 

 
판매 차량에 대한 A/S와 부품판매를 맡고 있던 회사, 

 
전국에 산재한 공작기계 및 프레스, 선반 등 기계류와 자동차부품 제조회사,  

 
수출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자동차 수출 회사,  

 
제조시스템 및 판매시스템을 담당하는 IT회사 등이 있었다 

 
이 계열사들을 합하면 28개사였는데 이는 기현자동차를 인수한 MH자동차의 자산규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컸고, 

 
정부의 헐값매각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MH자동차는 대부분의 부채를 국민세금으로 탕감받아 기현그룹을 인수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또 기현그룹을 인수한 후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여 년간 수출규모 30억 달러, 생산 규모 100만대 규모의 기현자동차를 큰돈 안들이고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한편, 호시탐탐 기현자동차 인수를 노려왔던 삼수전자는 기현자동차를 흔들어 자금난을 겪게 만들고, 그 기회를 틈타 삼수자동차와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내부 문건이 발각되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스스로 나가떨어졌다 

 
인수 당시에는 고용유지를 약속했지만 상당한 외부자금을 끌어와 기현자동차를 인수한 MH자동차는 결국 직원들의 인건비마저 부담을 느꼈던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인원 축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유사한 계열의 회사들에 대한 통합작업이 시작되었는데, MH자동차와 기현자동차 그리고 아현자동차와 각각 회사의 판매회사 등 다섯 개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통합작업이 먼저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해당 회사의 직원들은 그런 소식을 듣고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워했고. 당연히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편, MH자동차는 기현자동차에 비해 당시 마켓섀어나 조직 규모 면에서 기현자동차의 1.5배 정도로서, 당시 월간 국내 자동차 수요가 10만대 정도였는데, 

 
MH자동차가 5만 대, 기현자동차가 3만 대, 그리고 대현자동차와 삼수자동차 그리고 두용자동차가 다 합해서 2만 대 정도를 팔았으니,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이 다섯 개의 자동차회사가 나름 균형을 유지하며 서로를 견제하고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을 잘 육성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IMF사태가 발발하고 MH자동차가 기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그 견제와 균형은 질서를 잃고 급속히 한 쪽 축으로 재편되어 버린 꼴이 되었다 

 
이후 결국에는 삼수자동차나 대현자동차도 경쟁력을 잃고 외국계의 대형 자동차회사에 헐값에 팔려나가 버렸고,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두용자동차도 부도를 맞고 법정관리하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내수시장은 MH그룹이 80퍼센트의 마켓섀어를 넘어 90퍼센트를 넘나들기도 했다 

 
거의 독점체제가 된 것이었다 

 
독점문제가 언론에서부터 차츰 불거지자 의도를 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공정거래위원회나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워 했고, 

 
이를 의식한 MH그룹은 결국 MH자동차와는 별도로 기현자동차의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기현자동차를 포함하여 아현자동차, 그리고 각각의 판매회사 등 4개 회사만을 기현자동차로 통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네가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정해진 길도 방해물도 없는  
텅 빈 하늘 

 
너를 잃고 나서야 알았다 
물 한 방울 스며들지 않는  
깊은 암묵의 땅속 

 
네가 돌아오지 않아서야 알았다 
빛 한 줄기 투과하지 못하는  
해저 일만 미터의 심해 

 
나의 모든 것이었던  
너를 지우고 나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세상. 

 

- 모든 것이라는 의미 -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6/08 [09:54] 수정 삭제  
  과거 실화를 엿볼 수 있어서 그 당시에 종사자분들이 얼마나 힘드셨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너무 잘~읽고 있습니다.
雪花 21/06/08 [17:43] 수정 삭제  
  바람의 제국을 읽으면서 글의 힘! 마음의 힘이 느껴지네요! 주인공 연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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