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23)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5/28 [01:01]

바람의 제국(23)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5/28 [01:01]

▲     ©정완식

 

달빛 밝은 밤이면 
달맞이꽃이 외출을 한다 

 
해운대 백사장의 은빛 모래 간지르고 
자바라치하는 달빛 쫓다 
늘어진 해송가지에 걸터앉아 쉬는 
달빛에 숨을 헐떡이며 투정도 하고 

 
잿빛 구름이 심술부리는  
바람부는 날에는 잠 못들어 서러웠노라 
달빛에 일러바치기도 하고 
말없이 훌쩍 떠났던 달빛을 원망도 한다 

 
달맞이꽃은 휘영청 달 밝은 밤이 지나면 
다시 창백해져 가는 달빛이 보기 싫어 
타들어 가는 자신의 속이 안타까워 
아침이면 눈을 감아 버리곤 했다 

 
달맞이꽃은 생의 반을 외사랑으로 살고 
나머지 반은 기다림으로 산다 

 
- 달맞이꽃 -    

 

 

24,  한길 총경리 

 

 
한길 부사장은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인사를 하는 연수를 보고는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서는 연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연수가 본사 인사팀장을 할 때 한길 부사장은 당시 상무 직급으로 기획실장을 맡고 있었는데 연수는 그가 입사할 때 실무팀장으로서  

 
발령도 내고 처음 조직 적응을 하는데 이런저런 도움도 주고 이후에도 업무 협조 및 보고차 그의 방을 자주 찾았던지라 두 사람은 서로 잘 알고 있던 사이였다 

 
그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학계보다는 재계에서 자신의 경영이론을 펼쳐 보겠다며 느지막한 나이에 임원급으로 스카웃되어 기획실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일하다가  

 
중국법인의 부진이 계속되자 그동안 운 좋게 자리를 지켜 오던, 기현자동차 중국법인 총경리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후임으로 인사발령을 받고 와서 지난 여름부터 남경과 예청을 오가며 고생은 하고 있지만 그런 노력이 헛수고에 그치고 계속 고전을 하고 있었다 

 
최고경영층으로부터도 신임을 얻어 중책인 기획실장 자리를 맡고 있었고, 어려운 중국법인에 총책임자로 가는 만큼 그의 사기를 올려 주겠다며 최고경영층은 그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을 시켜 여기 중국법인장으로 보냈지만 

 
이미 기울어져 가고 있는 중국법인을 회생시키기에는 그마저도 역부족이었다 

 
한길 부사장 자신으로서도 그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한참 바쁘실텐데 이렇게 부사장님 시간을 빼앗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지금도 어딘가 전화를 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 

 
“아니, 괜찮아요... 이번 달 리테일 쪽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각 지역본부 주재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중간점검을 하고 있었어요.” 

 
한길 부사장은 자리에 앉으며 인터폰을 통해 비서에게 차를 내어 달라고 했다 

 
연수와 두 부장은 한길 총경리의 권유가 있자 거의 동시에 원탁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기분 탓이었는지 몰라도 한부사장의 얼굴이 반년도 채 안되어서 많이 수척해진 것 같았다 

 
“중국은 이제 좀 적응이 되셨습니까? 

중국 생활은 처음이시라 많이 힘드실텐데...” 

 
대학교수 시절에는 중국을 포함하여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며 기업체 컨설팅도 하고 현장 투어도 많이 했지만, 실제 중국에서 생존경쟁을 하며 사는 것 하고는 많이 다른지라, 

 
현지 생활에 적응하랴 회사 일에 시달리랴 고생하고 있는 한 부사장의 수척해진 얼굴을 보자 연수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예의차 물었다 

 
“글쎄요... 아직... 

 
중국법인은 관리해야 할 싸이트가 넓기도 하고 많아서... 

 

알다시피 지금 워낙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챙겨야 할 일도 많고 판매 쪽이 급하다보니 예청 쪽은 자주 찾아보지도 못하고 마동천 전무나 이상일 전무, 이한경 상무한테 맡겨놓다시피 하고 있지요.  

 
남들은 날 보고 중국에 가면 가라오케와 골프는 실컷 즐기고 오겠다고 부러워하는데 나는 중국에 와서 공식적인 모임 외에는 단 한 번도 그런 곳에 가본 적이 없어요. 

 
중국에서의 정상적인 생활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 되었지요.. 허허...” 

 
한부사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멋쩍게 웃었다 

 
중국의 가라오케는 한국의 노래방과 룸살롱을 반반쯤 섞어 놓은 것 같은 유흥주점인데 가격이 매우 싼 편이어서 주재원들이 스트레스를 풀러 가거나 손님을 접대할 일이 있으면 자주 가는 곳이었고, 

 

주말이면 도시 외곽에 있는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주재원들도 꽤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가라오케는 주재원 모두가 발을 끊다시피 하고 있고 주말의 개인적인 자유시간에도 가능하면 골프장 출입을 자제하며 서로 눈치를 보는 편이었다 

 
한길 총경리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 상반기 판매가 전년도 대비 절반으로 고꾸라지고, 여름에 최악으로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9월 이후 특히 중국의 국경절 특수로 조금 회복했지요. 

 
그러나 회복했다고 하더라도 전체 사업목표의 절반 정도 밖에 못하고 있어요. 

 
물론 사업목표도 여기 특수상황을 감안해서 당초목표 대비 75프로로 조정을 했지만요...  

 
결국 판매는 당초 목표에 비하면 거의 40프로도 채 못한다는 겁니다.” 

 
이런 계량적 수치들은 연수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중국 시장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나마 유럽과 인도의 자동차 시장이 좀 살아나 줘서 다행이긴 했지만, 유럽과 인도를 제외하곤 중남미나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제일 큰 북미시장은 계속 일본과 유럽메이커, 미국 빅3 메이커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MH그룹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출범 이후 순풍에 돛단 배처럼 시류를 잘 타며 순항하던 MH호가 미국과 중국, 제일 큰 두 대륙에서부터 고난의 태풍을 맞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물었죠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냐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내 마음은 진실이에요 
내 사랑도 진실이에요 
저 달빛이 내 마음을 비춰주네요 ​

 
내 마음은 떠나지 않아요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부드러운 입맞춤은 
내 마음을 울리게 하고 ​
아련한 그리움은 지금까지 
당신을 그리게 하는군요 ​

 
당신은 내게 물었죠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냐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머리에 그리며 바라보세요 
저 달빛이 내 마음을 이야기해줘요 ​

 

- 月亮代表我的心 / 등려군曲中 -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5/28 [09:53]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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