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1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5/14 [01:01]

바람의 제국(1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5/14 [01:01]

▲     ©정완식

 

나는 미미한 존재로 태어나  
소멸되는 작은 불씨 
나의 별은 보이지도 찾지도 않는  
겨울 백사장의 모래알 

 
그러나 세상은 점선으로 이어져 
둥근 혜성이 그려지고 
올곧은 수평선이 생기고 
수직의 나무와 첨탑이 솟아난다 

 
굽어도 곧아도 꺾여도 선은 

무수한 생명으로 연결된 화음으로 
하나하나의 온음표가 되려 했다 

순간 없는 영원이 어디 있느냐 물으며... 

 
- 선(線)과 점(點) - 

 

 
20,  비선(秘線)조직 

 

 
“여기 예청은 장부장님도 잘 아시다시피 지역적으로 값싼 인건비를 빼고, 물론 그것도 옛날이야기이긴 하지만 여하튼 생산이나 판매, 물류를 비롯하여 모든 면에서 아주 열악한 곳입니다. 

 
법인 설립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 유력한 후보지를 다 제치고 전격적으로 이곳 예청으로 결정된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 그룹의 최고경영층을 움직이게 만들었는지가 첫 번째로 드는 의문 사항이었고, 

 
두 번째는 로컬리제이션을 이유로 시작된 중국산 부품 비중이 늘면서 중국 로컬 협력업체들의 횡포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끌려다니며 고스란히 손해를 보고 있으면서, 

 

그런 피해를 막을 대안으로 당연히 중장기적으로 추진되었어야 할 구매선 다변화 문제도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생산부품의 구매조달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 중국법인 동사회의 역할입니다. 

 
중국법인의 주요 사안들이 다 여기에서 결정되고 있는데 동사회 주요 멤버인 우리 중국법인 총경리는 회계결산이나 일반적인 법인 살림살이에 관해 추인을 받는 것 말고는 

 
여타의 다른 동사회 안건자료를 저희가 드린 적도 없고 총경리께서 갖고 간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주요 사안들이 여기서 미리 결정되어 거꾸로 저희에게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현재 제가 소위 이곳 중국법인의 기획본부장으로 발령받아 부임한 지 거의 일 년이 다되어 갑니다만 분명히 제 소관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법인의 주요 사항들, 특히 중방 측과의 갈등으로 꼬여있던 일들이 중방 측에 절대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나서 내려오는데, 이런 사항들이 제 손을 거쳐 동사회 회의로 가서 결정되고 다시 제게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이미 결정된 사항을 들고 온 총경리님의 지시사항 내지는 전달사항을 받고 일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건 제가 모르는 비선조직이나 중방 측의 동사회 멤버들과 사전에 결탁을 하고, 그들에 협조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인데, 총경리님께 여쭈어보아도 당신께선 당신조차도 몰랐었다거나 

 

저는 몰라도 된다거나 아니면 답변하기가 거북해서인지 답을 회피하시곤 합니다.” ​

 
이한경 상무가 다시 한숨을 푹 내쉬더니 그의 앞에 남겨져 있던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

 
“그래서 우리 법인 내부의 관련 부서와 그 주변을, 그리고 저의 중국 내 인맥을 총동원하여 지난 몇 달 동안 조사를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나 자체 파악한 내용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하면서 조금씩 파악을 해보았는데, 

 

조금 전에 말씀드린 세 가지 사항들에 대하여 하나하나씩 만든 자료가 바로 오늘 오후에 장부장께 드린 그 서류입니다.” ​

 
맥주 한 잔이 들어가면서 홑바지 바람 새듯 빠져나갔던 긴장감이 이한경 상무의 얘기를 들으며 부지불식간에 다시 찾아들었는지 연수의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가 있었다 ​

 
“어떻게 그런 일이...” ​

 
연수는 어이가 없었다 

 
기획본부장이라면 한방과 중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여기 중국법인의 동사회를 소집하고 관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 사항들은 모두 다 이곳을 통해 입안되고, 

 
총경리의 결재나 동사회의 의결을 거쳐 다시 기획본부장에게로 돌아오면 관련 부문에 이들을 배포하거나 전달해주고, 

 
다시 그 진행 경과와 추진실적을 수합해서 분석하고 해당 의사결정 사항에 대한 최종 결과를 총경리나 동사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으로서 

 
동사회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사항의 처음과 끝은 모두 기획본부장의 손을 거쳐야 함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한경 상무가 모르는 사안들이나 한방내에서 아직 조율되지 않은 사안들이 이상무 모르게 결정되어 내려온다면 그것은 그가 모르는 비선조직이 가동되고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중국이라는 해외의 법인이지만 한국 본사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서 

 
국내 굴지의 아니, 21세기 세계 톱파이브를 외치는 MH자동차그룹 내에서 이런 비공식 비선조직이 가동되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분노같은 것이 치밀어 오르자 연수는 속이 답답해져서 칼칼해진 목구명 속으로 채워진 맥주 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한경 상무와 연수의 대화가 잠시 끊기고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청송관이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5/17 [12:32] 수정 삭제  
  아~이런 일이 ㅠㅠ 앞으로의 일들을 기다리며 잘 읽고 갑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들을 비방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선거문화 실현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