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 김현숙 시인     ©강원경제신문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난리를 친지가 6개월이 넘어간다. 의사도 물러서지 않고 정부도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피해자는 환자다. 서서히 증원해도 될 것을 굳이 2,000명을 늘린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다가 지금 무슨 꼴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이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가 이송 차량에서 출산하고 사망하고 응급실에서 12시간을 대기하는 뇌 혈전 의심 환자는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장기간 의사 일까지 떠맡아서 하던 간호사까지 들고일어나 파업하고 난리 치니 그나마 간호사 법은 빨리 통과되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자기 밥그릇을 빼앗겼다고 아우성을 친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누구 말을 들어야 해결될까? 정부도 유연성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선거 공약했다고 다 하라는 법도 없고 공약 안 했다고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잘 반영하면 될 것이고 국민이 원하면 하고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의대 정원 문제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각을 세운다. 의사가 부족해서 진료가 차질이 빚어지고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해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서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우선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하지 않는가? 먼 미래만 바라보다가 현재를 놓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미래는 또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선견지명이 있으면 좋지만, 요즘은 선견지명도 먼 미래를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단시간이라서 현재만 잘 바라보아도 미래는 보장된다고 봐도 될 것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의사와 정부가 토론해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응급실 진료비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가면 진료비를 90% 본인 부담이라고 하고 연휴 기간 전문의 진찰료를 250%까지 올린다고 하니 병원에 오지 말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제는 응급실 가기도 두렵고 부담스럽다. 물론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이것이 별문제가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손이 없는 어린아이나 노인들은 가장 건강에 취약한 계층인데 응급실 갈 권리조차도 없는 것일까?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경증 환자 중에 감기나 장염 등으로 고열이 나서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을 할 수 있는 병이 있다.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를 그냥 두루뭉술하게 구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 누가 더 위급한지를 봐야 할 것이다. 무조건 진료비만 올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환자의 처지에서는 본인은 중증 환자로 느껴질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경증을 무시했다가는 중증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경증 환자도 응급실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도 돈 앞에 눈이 멀고 이익에 눈이 멀어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의사도 있고 간호사가 있다. 아픈 사람들이 의사를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퇴직한 의사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정부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한발씩만 물러서서 순차적으로 증원을 해나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의료 대란을 겪으면서 우리는 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건강 보혐료 인상 진료비 인상 응급실 사용 제한 이런 처방만 내리지 말고 어떻게 하면 중증 환자를 살리고 경증 환자를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단계별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서 널리 홍보하고 특히,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가는 경우는 밤이다. 문을 여는 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종합병원을 가지 않아도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쉽게 갈 수 있는 야간 병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의료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결단을 내려주고 국민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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