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짠돌이 남편

07/27 짠돌이 남편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7/27 [01:01]

<콩트IN고야>-짠돌이 남편

07/27 짠돌이 남편

최병석 | 입력 : 2024/07/27 [01:01]

(구)경해씨가 억울했다.경해씨는 남편이 얄밉다.

그런 그녀는 그나마 요즘은 살 만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그녀는 결혼 30년차이다.신혼의 달콤함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무렵부터 집안의 재정은 늘 남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어차피 그녀는 전업주부인 채로 살아갈 예정이었던 터라 남편의 재정관리에 대해 그닥 큰 불만은 없었다.그저 필요한 만큼 달라는 대로 요청하면 주어지는 재정은 오히려 그녀를 편안하게 살림만 잘하는 주부의 자격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실 신혼 때는 큰 돈을 쓸 일이 무어 있었겠는가? 틈틈이 남편과 함께 마트에 나가 쇼핑도 즐기고 사고 싶은 것들도 마음껏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썩 좋은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자리 한 건 오래지 않아서 였다.

가끔씩 남편 몰래 사고 싶은 것들도 있었고 쓰고 싶은 돈들도 있는데 그녀의 수중에는 땡전 한 푼도 없는 처지였다는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짠돌이가 분명했다.어지간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자기가 생각해서 옳다고 여겨지는 일에만 지갑을 활짝 열어제낀다.

그가 옳다고 여기는 일이 생겼다.그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주식에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주변의 그 어떤 이의 만류도 소용이 없다.하물며 함께 이불을 덮는 아내의 말도 귓등으로 듣는다.남편의 관심은 주식의 변동으로쏠렸다.집안의 재정상태가 어쩐지는 남편만이 알고 있다.

경해씨는 답답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건지 쪼들려 힘이 드는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래서는 곤란했다.집안의 재정상태를 알아야 살림을 꾸릴 수 있는 것이다.

꾸준히 날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재정관리의 열쇠를 가져와야 한다고 아니 이젠 넘겨줘야 한다고 피력했고 말했고 읊어대었다.그러나 요지부동이었다.

애들도 생겼고 자연히 씀씀이는 많아졌는데 쓰임새가 생길 때마다 남편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이렇게는 못살겠어서 그녀가 결딴을 내렸다.취직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남편으로부터하사(?)되는 돈만으로는 살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수없이 맞벌이로 살아온 게 벌써 10년째다.결혼 후 20년을 남편의 독재하에서 아둥바둥

버티다가 도무지 알수없는 돈의 행방을 찾느라 직장생활을 이어오고는 있는데 죽으라는 법은

없는것인지 남편이 건강에 이상도 생겼고 나이먹어 정년퇴직까지 해버리게 되었다.

어찌저찌 이젠 경제적인 실권이 경해씨에게로 와 버렸다.덜컥 손에 쥐게 된 실권인데 경해씨는

반갑지가 않았다.그러기엔 경해씨의 나이도 많이 늙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실컷 힘을 쓰다가 귀가 해서는 또 쌓여있는 집안 일을 느즈막한 나이에도 해결 해야하니 쉽게 지쳐가는 느낌이었다.

오늘도 경해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길에올랐다.

하루종일 바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먹을수록 달라지는 체력은 어쩔수가 없는게 현실인가보다.

한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여는순간 쓰러져있는 남편을 발견했다.남편은 당뇨가 있었다.집에 있으면서 운동도 하고 당관리를 잘 해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 경해씨의 신세를 지려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다행히 쓰러져 있는 남편의 상태를 보니 의식불명은 아니어서 급히 사탕을 까서

입에 넣어주었다.저혈당이 어느정도 회복되었는지 남편이 웃는다.경해씨가 저녁식단을 차려주고 소파에 앉아 깜박 잠이 들었다.꿈결에 남편이 다가와 한마디한다.

"여보 이리와서 나 주사좀 놔줘!"

"아니 그거 당신이 혼자 해도 되잖아욧"

툴툴거리며 주사기를 받아든 경해씨가 짜증을 부리며 주사기를 힘껏 내리꽂는다.

"으아악!"

 

경해씨가 불현듯이 잠에서 깨어났다.

남편의 푸짐한 뱃살에 들어갔어야 할 주사기가 경해씨의 뱃살에 들어와 박힌것이다.

남편의 저혈당을 잡아먹었어야 할 인슐린이 경해씨의 피곤함에 들어와 쌩비명을 이끌어내

버렸다.

경해씨의 눈에 왕방울만한 억울함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경제권을 쥔 남편의 통이 커야 할텐데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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