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l 즐겨찾기 l RSS l 2024.05.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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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月影 이순옥
몸을 비워내는 나무도
하염없이 낙하의 운명을 진 잎들도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죠
끝이 있기에 과정 또한 아름답듯
시작을 위해 비움의 시간임을
철칙으로 보듬는 거죠
가끔은 사진보다
눈과 머리가슴에 직접 담아야 더욱
아름다워지는 시절이 있음을 알기에
숙연, 포기, 절망, 인내, 낙담 같은 걸 버무려서
절정의 색으로 낙하하는 거죠
이유가 하나씩 흐려져
알 수 없는 설움이 북받쳐
떠나는 계절을 엿보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별이 한 아름 뜬
밤하늘이 걸려있네요
붉게 짓무른 눈가 아래서
어린 새싹을 품은 연둣빛 생명이 너울거려요
구겨진 봄 사이였어요
되돌릴 수 없어서 더 슬픈 과거의 기억
사랑. 덧없고도 영원할 것 같은
한 철 아름다움 같은 이름 같은 거지만
난 아름다울, 아름다워야 할 이유가 극명하죠.
▲ ©이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