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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5-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14회>-챕터5<활자장 최영감>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4/13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5-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15회>

 

챕터 5 <활자장 최영감> 2 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 김명희(시인 .소설가)

 

 

 

“네, 알아요. 잠시 볼일이 있어 산에서 내려왔다가 그냥 심심해서 들렀어요.”

 

“아, 그러시오? 허허. 그럼 좀 앉으시오. 내 따뜻한 수정과 한잔 내올 테니.”

 

“호호호, 네.”

 

“영감님, 일전에 들어보니 어떤 손님들과 금속활자이야기를 하시던데요. 그것 제게도 자세히 좀 말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좀 상세히 알고 싶어서요.”

 

묘덕이 한기가 드는지 두 무릎사이에 손을 넣고 비비며 활자장 최영감을 바라보았다.

 

“아, 그거 말이오? 그게 생각처럼 쉽고 간다한 게 아니오. 완성만 된다면야 목판 활자보다 두고 쓰기에 좋긴 하지만.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자본도 많이 필요 하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소이다. 그런 걸 돈 받고 시도했다 실패하면 서로 괜한 골치만 썩게 되오.”

 

“영감님, 목활자와 금속활자가 어떻게 다른 건가요? 금속활자 만들기가 그렇게 까다롭나요?”

 

“목판 활자는 문단 내용을 한 덩어리로 나무에 각인하기 때문에 내용이 다른 책에는 다시 쓰기가 어렵소. 허나 금속활자는 낱글자로 모두 판형을 떠서, 어떤 내용이든 무한대로 조합이 가능하니 획기적인 것이긴 하오만.”

 

“어머, 그래요? 영감님. 그럼 저희 절에서도 좀 어떻게 시도해볼 수 없을까요? 불경이 모자라 백운스님께서 늘 걱정하시거든요.”

 

“그게 간단치 않소. 허나 아씨가 궁금해 하니, 내가 설명은 해 드리겠소. 어느 거나 일장일단은 있는 법이지만. 금속으로 만드는 활자는 목판인쇄에 비해 배열도 검사도 복잡허구 일이 더 많소. 그러나 어려워도 한번 만들어 놓은 주자는 얼마든지 재사용되니까, 처음에 목돈은 들지만 만들어 놓으면 재료비나 수공과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절약 되고, 그저 필요할 때 주자를 조합해 찍기만 하면 되니까 생산이 빠르긴 하오. 금속활자는 모든 낱글자를 묶음으로 한 벌씩 처음에 만들기만 하면 오래 간직하구 필요한 서적을 수시로 찍어낼 수 있어 전체를 놓고 본다면 인쇄비용이 목판인쇄에 비해 적게 드는 셈이오. 처음에 한번 해두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경제적이긴 하오.”

 

“그러니까 영감님. 그럼 금속활자 본은, 처음에는 힘들어도 한번 만들어 놓으면 오래 두고두고 쓴다는 거 아녜요. 그치요? 목활자 본은 그 책 외엔 판본을 다시 재사용을 못하잖아요. 내용이 바뀌면 매번 다시 글자를 파야하고…… 그렇다고 비용 또한 그리 싸지도 않고요. 영감님 그럼, 금속활자를 성공만 하면 우리 선원사에서 필요한 서적은 거의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거네요?”

 

“말하자면, 그런 셈이오.”

 

“영감님. 안 그래도 우리 절에 오시는 신도 분들이 불경서적을 자주 찾으셔서 교대로 나눠 보느라 파손도 심하고 늘 수량이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주자를 만들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있소이다.”

 

“문제요?”

 

“금속활자로 인쇄할 때는 다른 먹이 필요 하오.”

 

“아하. 일반 송연묵을 쓰는 게 아니군요?”

 

“당연히 재질이 목판과 금속이 서로 다르니 먹물도 다른 걸 써야 하오. 거푸집을 만들 때 쓰는 흙도 아무 흙이나 다 되는 게 아니고. 그래서 아주 까다롭소이다.”

 

“그렇군요. 영감님 저도 그동안 이런 것들이 참 궁금했습니다. 그럼 먹은 어떤 걸 쓰나요? 흙은요?”

 

“기름먹이나 참먹이라 하는 걸 써야 허는데. 목활자에 주로 쓰는 송연묵이 아니라 다른 걸 재료로 쓴다오. 그게 바로, 유연묵이라는 것이오. 유연묵은 송연묵보다 기름이 더 많이 들어가 묵의 빛깔도 곱고 더 진하오. 그런데 그게 만드는 법이 무척 까다로워 값도 비싸오. 고관대작들이 아니면 값이 워낙 비싸 쓸 엄두를 못 내오. 아무튼 그 유연묵은, 오동나무 기름이나 삼나무 기름…… 참기름도 종종 쓰긴 하오. 그 기름을 태운 그을음을 받아내기란 여간 시간과 정성이 드는 게 아니오. 물량도 한번에 많이 나오지도 않고. 그러니 당연히 값도 만만치 않지. 그것들을 태운 그을음에다 아교를 섞어서 만들면 금속활자 인쇄에 안성맞춤인 좋은 유연묵이 나오긴 하오. 또 주자에 쓰는 흙은…… 아직 나도 그 부분까지는 확실히 이거다 하고 말할 수 없는 단계요.”

 

“왜죠?”

 

“그게…… 좀 그런 사정이 있소이다.”

 

“영감님. 말씀해 주세요. 네?”

 

“자자. 그 다음 이야기는 우리 담에 합시다.”

 

활자장 최영감이 피곤한 기색으로 대화를 매듭지었다. 묘덕은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주자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3

 

바로 그때.

 

‘후다다닥!’

 

다급한 인기척이 들리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묘덕은 누군가 주자소 문밖을 어슬렁거리다 주자소 뒤쪽으로 재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이번에도 삿갓을 쓴 것 같았다. 앞전과 달리 한 사람뿐이었다. 묘덕은 그가 사라진 곳으로 급히 뒤따라가 보았다. 그새 사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주자소 뒤란에 가득 쌓인 목판용 통나무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황양목 이었다. 그곳에도 인기척은 없었다. 묘덕은 이상하게 여기다 저자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난전 좌판에는 온통 먹을 것과 온갖 물건들이 넘쳐났다. 묘덕이 장터 구경을 하는 동안, 주자소 뒤쪽으로 사라졌던 사내가 묘덕의 눈을 피해 저만치 반대편 골목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것을 알 리 없는 묘덕은 배가 몹시 고파왔다. 어디선가 고소하고 기름진 음식 냄새가 살랑살랑 풍겨왔다. 국밥집 옆에서 여러 가지 전을 붙여 팔고 있었다.

 

‘아! 맛있겠다.’

 

묘덕은 전대를 뒤져보았다. 쌀 한 되와 엽전 몇 닙이 들어있었다. 노릇한 녹두전을 보니 선원사 스님들이 생각났다.

 

“아주머니, 녹두전 네 장만 주세요.”

 

“먹고 갈 거유? 오메, 난 누군가 혔네. 선원사 묘덕아씨 아녀유?”

 

“아뇨, 싸 주세요. 후후, 네, 안녕하셨어요?”

 

“알았슈, 잠시만 기다려유? 아 근데. 참 오랜만에 오셨네유.”

 

아낙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녹두전 반죽을 쇠소댕에 두 번 더 휘둘러 부어놓고 미리 부쳐둔 것을 담아서 건넸다.

 

“예있습니다요.”

 

“고맙습니다. 값은 뭘로 치러드릴까요?”

 

“쌀로 줘유. 반 되만 내시구랴.”

 

“여기요.”

 

“네 고마워유. 가셔유, 아씨.”

 

묘덕이 막 돌아서려는데 평상에서 녹두전에 술을 마시던 취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관절 누가?”

 

“아따, 껍껍허네, 아 누구긴 누구여? 요 뒷골목 주자소 활자장 최영감이지.”

 

“오메. 그려?”

 

“그려. 임자는 몰랐든 겨?”

 

“난 전혀 몰랐네 그랴.”

 

묘덕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는 사람은 다 아누만…… 우째 임자만 여적 몰랐댜?”

 

“오홍. 그려?”

 

“아, 그렇다니께.”

 

“하이고, 그냥반이 그런 분인지 증말 몰랐네.”

 

묘덕이 귀가 솔깃해 그쪽으로 다가갔다.

 

“저, 어르신. 누구…… 얘긴데요?”

 

“아, 누긴 누구여. 요 뒷길에 사는 주자소 활자장 최영감 말이여.”

 

“아하. 근데 그 분이…… 왜요?”

 

 

 

 

-> 다음 주 토요일(4/20) 밤, 16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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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3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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