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2-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2회-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4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12/28 [18:57]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2-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2회-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4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19/12/28 [18:57]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2-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2회

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4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16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쯧쯧쯧, 이 엄동설한에 고거이 마음만 가꼬 구해지는 거이 아닌디……. 땅이 차돌멩키로 깡깡 얼어가꼬 캐질랑가 몰것소. 그럼, 그라쇼.”

 

 

영감은 자루와 곡괭이 하나를 빌려 서둘러 산으로 달렸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명감나무 잎을 보이는 데로 훑어 자루에 담았다. 그는 뭔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언 땅을 파헤쳤다. 땅이 단단하게 얼어 한동안은 곡괭이 날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영감은 있는 힘을 다해 땅을 찍고 또 찍어댔다. 한참 후, 꿈쩍도 않던 땅의 표면이 조금씩 갈라지더니 손바닥만 한 팥 시루떡처럼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영감의 손은 찬바람에 감각이 없었지만 다행이 땅은 점점 부드러운 흙이 들춰졌다.

 

‘제발! 몇 뿌리만이라도 나와 다오! 제발……!’

 

얼마나 땅을 팠는지 그의 얼굴에 땀이 흥건했다.

 

‘아, 있다! 있어! 토복령이다! 양이 얼마가 됐든 최대한 모아보자! 한시가 급하다! 최대한 빨리 구해서 서둘러 개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씨에게 빨리 돌아가야 해!’

 

그러나 대부분 수나무의 깡마른 뿌리였다. 그것들은 앙상하고 썩은 나뭇가지처럼 옹색했다. 영감은 여러 번 허탕을 치고 나서야 눈 속에서 암나무의 토복령 뿌리를 찾아냈다. 한눈에 보아도 제법 굵고 살이 실했다. 영감은 겨울추위에 겉옷도 벗어던지고 맨손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길고 울퉁불퉁한 뿌리가 몇 개 씩 조각조각 딸려 나왔다. 어떤 뿌리는 툭, 툭, 끊어졌지만 어떤 것은 고스란히 캘 수 있었다. 영감은 추운 것도 잊고 갈두산 일대를 정신없이 파헤쳤다.

 

‘아씨……! 제발 조금만 견디시오. 아씨를 그렇게 허망하게 보낼 수는 없소이다!’

 

그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영감의 트고 갈라진 입술에서 또다시 붉은 피가 흘렀다. 약초를 찾기 위해 정신없이 나무 밑을 파헤치는 그의 등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았다. 반나절 땅을 파고 명감나무 뿌리를 채취한 영감은 자루를 들여다보았다. 제법 양이 되었다.

 

‘됐다! 우선 이정도면 당분간 급한 탕약을 내릴 수 있겠다!’

 

지쳐 파김치가 된 그는 힘겹게 하늘의 해를 올려다보며 시간을 가늠했다.

 

‘더 지체할 수 없겠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개경으로 출발해야 한다!”

 

영감은 급히 산을 내려갔다. 그는 서둘러 노인에게 곡괭이를 돌려주고 개경으로 급히 말을 달렸다. 그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내달렸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겨울바람은 혹독했다. 영감은 말 위에서 며칠을 보냈다. 내려올 때보다 올라갈 때는 다만 얼마라도 시간을 앞당기려 쉬지 않고 내달렸다.

 

‘아씨……! 내가 약을 구해 아씨께로 가고 있소. 그러니 제발, 조금만 더 견뎌주시오!’

 

영감은 어느새 떠나왔던 길의 절반이상을 지나 관악산 기슭에 당도했다. 남태령 고개를 오르며 영감은 지친 숨을 몰아쉬었다. 남태령 고갯길은 고려의 수도인 개경으로 세곡이 드나드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이곳은 산이 워낙 깊고 우거져 대낮에도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저 앞에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물을 개경으로 운반하는 세 대의 수레가 고개를 넘는 것이 영감의 눈에 들어왔다. 무장한 관졸들 여럿이 조세물이 실린 수레를 앞뒤로 호위하며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그 수레들이 길을 막고 앞서가고 있어 영감이 탄 말은 뒤를 앞질러 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조급해진 마음으로 수레 뒤를 따라가며 마지막 남은 남태령 구비를 돌던 그 순간.

 

‘이야압! 우우우우! 와아아아!’

 

갑자기 수십 명쯤 되는 무장 세력들이 함성을 지르며 나타나 그들을 포위했다.

 

“산적 떼다! 저 앞에 산적 떼가 나타났다!”

 

그들이 삽시간에 남태령 고갯길을 가로막았다.

 

6

 

놀란 수레와 관졸은 당황하여 우왕좌왕했다. 무리들 중 두령으로 보이는 사내가 손에 커다랗고 날이 시퍼런 월도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으핫하! 모두 꼼짝 마랏!”

 

그들 손에는 무시무시한 월도와 칼 망치 도끼 창 무쇠몽둥이가 들려있었다. 머리는 몽두난발을 하고, 수염은 버려진 무덤처럼 덥수룩했다. 눈은 맹수처럼 사납고 붉었으며 얼굴에는 저마다 흉측한 상처들이 끔찍했다. 예리한 모습의 관졸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고 뒤로 물러섰다. 그 중 총책임자로 보이는 별장이 칼을 뽑아들고 앞으로 나섰다.

 

“웬 놈들이냐! 냉큼 길을 열어라!”

 

“으흐흐흐! 그리 못하겠다! 목숨이 아깝거든 어서 순순히 갖은 것들 다 내놔라!”

 

앞쪽이 소란스럽자 영감은 무슨 일인가 하여 고개를 빼고 앞을 살폈다.

 

“이 수레는 조정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네놈들이 감히 임금님께 받쳐질 조세물에 손을 댈 참이더냐! 네 이놈들! 네놈들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된 다더냐!”

 

“으흐흐! 그러슈? 킬킬킬. 나라님이 드실 것은 궐 안에 차고 넘치잖수? 우리 같은 천것들이 배가고파 죽을 지경이라 조금만 나눠먹자는데 뭐 그리 말이 많수? 비루먹을!”

 

“썩! 물러서지 못하겠느냐!”

 

“낄낄낄! 이 보슈! 관졸나리! 보아하니 세간에 보기드믄 충신 나셨네……! 킬킬킬. 그리 못하겠다면 어쩔 거유? 어? 아, 그러게! 진즉에 주린 백성들 좀 돌아보셨어야지! 농사나 짓던 선량한 우리덜! 이 모양으로 산적질이나 허게 내 몬 자가 지금의 이 나라 임금 아니유? 아니 그렇수?”

 

산적두목이 이를 악물고 눈을 허옇게 뒤집으며 대들었다. 세대의 수레를 둘러선 관졸들이 겁을 먹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때 조세물 운반 책임자인 별장이 앞에 나섰다.

 

“어디다!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나불대는 것이냐! 여봐라! 당장 저놈들의 목을 쳐라!”

 

“옙! 별장나리!”

 

“후후후! 얘들아! 안 되겄다! 이 어르신덜이 조용히 물러날 마음이 없으시댄다! 후후흣! 그렇다면 한 수 가르쳐줄 밖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놈들의 목을 베고 조세물을 모두 압수해라!”

 

고갯길에서 수레를 약탈하려는 산적 떼와 관졸들이 팽팽히 맞섰다. 한시바삐 개경으로 달려가 묘덕아씨를 살려야 하는 영감은 마음이 조급했다. 수십 명의 산적들과 십여 명의 관졸들은 삽시간에 격전이 벌어졌다. 앞에 선 별장과 관졸들의 검 놀림은 탁월했다. 이들이 한번 씩 칼을 휘두를 때마다 산적들은 서너 명씩 풀잎처럼 목이 부러졌다. 그럴수록 숲 속에서 물밀듯 쏟아져 나오는 선적들 백여 명이 관졸들을 몰아세웠다. 그들의 주 무기는 칼과 몽둥이와 농기구였다. 창과 칼이 부딪치고 월도와 몽둥이가 허공을 날아다녔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낭패로다! 이렇게 발이 묶이면 곤란한데…… 안되겠다. 샛길로 빠져 이 무리에서 안전하게 벗어나야겠다!’

 

영감이 급히 말을 돌려 남쪽 샛길로 내달렸다. 말의 옆구리를 세게 걷어차며 힘차게 달리는데, 샛길에 매복했던 산적무리들이 산속에서 뛰어나와 영감의 앞을 포위했다.

 

“히히힛힝!”

 

전속력으로 달리던 말이 놀라 앞발을 높이 쳐들었다. 하마터면 영감이 말에서 낙상할 뻔했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영감을 바라보며 흉측하게 웃고 있었다.

 

“이봐 늙은이! 지금 어디로 도망치려 하시나? 당장 말에서 내리시지.”

 

“이보시오! 보면 모르시오. 나는 조세물을 실은 저 수레와 아무 관련도 없소. 단지 길을 가던 늙은 행인일 뿐이오. 내 지금 급한 환자가 있어 그러니. 부디 나는 좀 보내주시오. 부탁하오.”

 

“거참! 인간들이 오늘따라 더럽게 말 많네! 썅! 그럼 그 타고 있는 말과 보따리를 주고 가던가! 어?”

 

“보따리……? 아, 아니 되오! 이것은 위급한 환자를 위한 약재일 뿐이오. 금붙이가 아니란 말이오. 제발 좀 보내주시오.”

 

“어디 이리 내 보슈! 돈이 될 금붙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 하겠수다!”

 

앞쪽에서는 물밀듯 몰려드는 산적들의 기세에 눌려 관졸들은 점점 뒤로 밀렸다. 그 위세를 몰아 산적들은 더욱 포악해졌고 거대한 수레를 부수고 약탈했다. 결국 얼마못가 관졸들 모두는 목이 잘려 나뒹굴고 별장은 포박당해 그들에게 끌려갔다. 

 

 

 

-> 다음 주 토요일(2020년 1/4) 밤, 53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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