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겨울 그리고 동면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4/01/27 [07:25]

林森의 招待詩 - 겨울 그리고 동면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4/01/27 [07:25]

 

 

- 林森招待詩 -

 

겨울 그리고 동면

 

튼실한 묏바위에 부리를 박고

모로 치솟는 내 겨울엔 소리가 있지

 

짧은 해 땅거미에 박쥐인 듯 뻗은 저것,

날개인가 발톱인가

혼돈의 미련 속에 어쩌지 못한 채

아주 조금 남아버린

노을 조각 빛살 비늘에 마즈막 소망 걸고

 

모진 삭풍 달려내려 바람질 요란한데

모처럼 곱게 화장칠한

하늘이 바람맞는 소리,

하늘이 소박맞는 소리,

 

- -

겨울아, 동면의 내 겨울아

네가 가고 나만 남겨져 덩그라니

시린 세월 몸으로 맞을라면

옹골차니 깊디 깊은 설움의 밤자락

패여진 주름 위로

소리 죽여 덮일텐데

 

그래,

회오리의 편린들 꽃가루로 날려주면

매화 설목 가지마다

붉은 꽃 피워 올려

고적함에 멍든 가슴

이불 덮어줄 것 같아,

그리하고 떠나라

그리된 후 보내리라

 

불면의 겨울잠에 오라를 드리우고

긴 포옹하는 내 겨울엔 색깔이 살지

 

- ()의 창() -

 

어떤 겨울 이야기라는 부제의 계절시다. 이 시도 적은 지는 한참 되었는데 이따금 꺼내보니 심상은 늘 새롭다. 아마도 겨울로 향하는 방랑의 길목에서, 제법 심도 깊은 번뇌에 시달리며 불면의 밤을 지새던 시절의 추억록이었을 게다. 물론 이만큼 세월이 흐른 이제사 되짚어본들 생생한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새삼 심금을 울리거나 속 저린 감동을 자아낼 리는 만무하지만, 아무리 계절이 여러 번 바뀌어도 변치 않는 진실은 있기 마련이다. 보고 싶은 사람은 머리보다 마음에서 영 살아 있다는 거,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사연은 상처보다 시리게 늘 남겨져 있다는 거. 그렇게 하많은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품고 올 겨울도 이렇게 흐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천태만상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던 적이 있다. 그는 위로를 받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께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와 아내는 평범한 직장에서 맞벌이하는 부부입니다. 사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고 있습니다. 저희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그 친구들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결혼한 지 10, 그동안 십 수차례의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난임 부부입니다. 병원에서는 우리 두 사람에게 신체적인 결함은 없다고 합니다. 건강하다는 말에 오히려 더 속이 터집니다.

 

요즘 TV에 부모들이 자녀를 학대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저렇게 이쁜 아이가 우리 집에서 태어났다면 정말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을 텐데... 너무 슬프고 참을 수 없는 화가 나서 종일 말도 못 할 지경입니다. 저희 부부 두 사람의 나이가 40대 중반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슬슬 포기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습니다. 입양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할지 매일 같이 고민을 하곤 합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나, 남편 손을 잡고 가는 임산부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아내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도 위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더욱더 어두운 곳에서 그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만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물질적으로 힘든 이들보다도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우리의 이웃들과 나누어야 하는 것이 말이거나 행동이거나 그 드러나는 현상이 중요한 건 아니다. 속으로 지니고 있는 마음과 생각, 그리고 배려하고 베푸는 정성과 신실한 관심이 더욱 중요한 끈이다.

 

김대규작가의 에세이 사랑의 팡세중에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등장해 주는 것, 그래서 서로의 누군가가 되어버리는 것, 그게 운명이자 인연이라는 글이 있다. 아무리 힘든 고난과 역경이 가로막아도,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사람 사이의 끈이 있다. 터무니없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당신이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두 사람은 무엇보다도 가까운 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한 방향으로 깊이 사랑하면 다른 모든 방향의 사랑도 깊어진다.’안네 소피 스웨친의 말처럼 사랑의 방향은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은 우리의 삶에서 배려와 선의로 다시 세상을 향한 가지를 뻗는다. 당신이 실수를 거듭하면서 어떤 일인가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문제다. 하루를 살고 해가 질 무렵에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무엇 때문인지 당신이 잊은 부드러운 말, 무엇 때문인지 당신이 쓰지 않았던 편지, 무엇 때문인지 당신이 보내지 않았던 꽃...

 

오늘 밤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유령들이 있다. 이웃이나 형제의 길에 놓인 돌을 치우지 않았다면, 기운나게 조언해야 할 때 너무 많은 말로 성급했다면, 사랑스러운 손길로 온화하고 상냥한 말투를 건네는 대신 시간이 없다거나 당신의 걱정들만 생각했다면, 작은 친절의 행위,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그 기회들은 정말 쉽게 마음에서 잊혀지게 될 것이다. 미룬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들이 아니라면 그것은 부채와도 같은 것이다.

 

부채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에 이자가 늘어 결국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 파산에 이르게 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을 돌아보며 생활 속에서 주변 정리를 해 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대외적 업무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조차도, 무엇이건 쌓이면 감당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애써 지저분한 군더더기들은 털어내 버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일상을 위해, 조금은 긴장하면서 하루의 삶들을 마감을 해보려고 노력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자.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당신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 가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말이다.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자.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당신을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이하자.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자.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자.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말이다. 바야흐로 겨울의 한 가운데다. 추위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끝을 모르고 곰삭는 이 겨울의 뒤로 줄 선 또 다른 계절이 있어 호시탐탐 우리의 품을 노리고 있다. 우리가 겨울잠에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을 때, 아직은 설익은 꿈이지만 우리를 더욱 행복하고 빛나게 해줄 내일이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부끄럽지 않도록, 후회하지 않도록, 우리의 오늘 이 삶이 더욱 값질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사랑으로 배려로, 그리고 따뜻함으로 가득 채우자. 비록 힘겹고 고단하게 만드는 혹한의 망령이 그 기세를 굽히지 않고 온 천지를 뒤덮고는 있지만, 절대 굴하지 않으면서 오늘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아갈 젊은이들은 열정적으로 설원을, 빙판을, 그리고 창공을 넘어, 활짝 펼쳐진 겨울 속으로 저리도 힘차게 내닫고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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