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리고 사람들 - 한국미술협회 원주지부

한빛문화연구소 대표 해람 강대업

강명옥 | 기사입력 2023/12/19 [07:44]

문화 그리고 사람들 - 한국미술협회 원주지부

한빛문화연구소 대표 해람 강대업

강명옥 | 입력 : 2023/12/19 [07:44]

▲ 해람 강대업     ©강원경제신문

특별자치도로 승격한 강원도의 18개 시, 군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원주시로 알려져 있다. 2023년 6월말 현재 원주시 인구는 36만 명으로 국회의원 선거구가 갑, 을 둘로 나뉘어져 있고 문화에 대한 열정도 다른 도시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술과 관련된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구 비례로 볼 때 춘천이나 강릉에 비해 전공이든 비전공이든 미술문화 관련 활동을 하는 분들도 적은 수라고들 말한다.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가 부러워하는 활동과 추진력으로 원주의 미술문화를 이끌어가는 단체가 바로 한국미술협회 원주지부(회장 양현숙)라는 정평이 있다. 원주미협은 그동안 내실 있는 여러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양현숙 회장이 지난 7년을 이끌어 오며 펼친 사업 중 우선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캠프롱’ 부지에 원주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을 확정한 일이다.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지 않은 시의 행정업무 담당자들을 오랜 시간 설득하고 이해시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만들어 지게 되었다니 어렵고도 큰일을 해낸 것이다. 미군기지 ‘캠프롱’이 옮겨가고 남은 부지에 시립미술관이 들어서면 전시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원주로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수용할 수 있게 되어 원주미술관 건립은 모두가 환영할 일이다.

 

또 하나는 강원도 미술계의 대부로 한국화단의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박수근 화백과 짧은 기간이지만 동시대에 활동하신 원로 작가 故 최홍원 선생님(1929~2011)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해냈다는 것이다. 1958년 춘천미술협회를 창립하여 초대지부장을 역임하고 강릉과 원주미술협회를 만들고 강원도 미술협회 회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는 등 강원도 미술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하신 분이 최홍원 화백이다. 최 화백은 평북 정주 출생으로 민족정신의 산실 오산중학교를 나오고 평양국립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월남해 춘천고, 강릉고, 원주여고, 횡성고, 횡성여고 등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재직 시에도 수업이 없을 때는 그림을 그렸고 퇴직 후에는 원주 남부시장 작업실에서 많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최홍원 화백에 대한 미술평론가들의 중평은 시대를 앞서간 한국 최고의 보물 같은 재야 작가지만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를 알고 있었던 원주미협 양현숙 회장과 한미영 사무국장 등 임원들은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7,800점에 달하는 최홍원 화백의 많은 작품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일일이 사진으로 기록하고 목록을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 작은 공간이지만 최 화백의 작품전시실을 만든 것이다. 원주시립미술관이 건립되면 강원도 화단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을 빛낸 미술인 최홍원 화백의 보물 같은 작품을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원주미협이 야심차게 펼치고 있는 참신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원주 관내 고등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적정 인원을 추천받아 이들의 미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원주 오크밸리 경내에 있는 미술관 ‘뮤지엄 산’ 체험 탐방을 하는 것이다. 이런 행사는 당장 눈앞에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체험이 문화의 자양분이 되어 더 많은 미술인들을 양산해 낼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존의 실기대회를 위해 세워졌던 원주문화재단의 일정 예산을 청소년들의 문화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내실 있게 사용하고 추진하고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다.

 

올해 제 19회 전시회를 마친 미협회원들과 신진 작가들의 축제 ‘I LOVE ART’ 전시회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Colorful Wonju’라는 부제 아래 총 160여 점이 출품 전시되어 참여 작가들과 시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지난 12월 9일 토요일 오전, 원주의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의류상가의 비어 있는 점포 두 개를 빌려 ‘시간이 담긴 공간의 기록 – 중앙시장 展’ 을 열고 있는 양현숙 원주미협 회장을 만났다. 시간이 촉박하여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반백년의 역사를 지닌 중앙시장과 그 자리를 지켜온 시민들의 삶의 터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오랜 시간을 담고 있는 낡은 공간을 통해 오히려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기획 전시이다. 한때는 원주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번창하고 활기찼던 중앙시장이 세월의 변화에 따라 점점 쇠락해 가고 있는 현 전통시장의 애환을 불 꺼진 상가에 다시 불을 밝힘으로 생기를 불어 넣고자 하는 양현숙 미협회장과 한미영 사무국장이 함께 그들만의 새롭고도 행복한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경기불황에다 인터넷 구매 그리고 대형 매장에 밀려 한산하다 못해 하나 건너 하나씩 불이 꺼진 가게, 지난 2019년의 화재로 40여 개의 점포가 소실된 후 아직도 복구되지 못해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그곳에 다시 불이 켜진 것이다. 중앙시장의 상가는 상가이기 이전에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한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온 상가가 이제 ‘임대’라는 이름 아래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무엇보다 그리운 그곳에 반가운 이들이 찾아와 그림과 사진을 보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었다. 깨어있는 예술인들의 땀과 열정이 지역사회에 희망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그저 내 일이 아니면 시선을 주지 않고 안일하게 머물러 있으려는 이 시대를 향해 그들은 오늘도 끊임없는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 매년 원주미협 주관으로 펼쳐온 ‘뮤지엄 산’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술문화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원주 관내 고등학생들

 

▲ 이 시대를 향해 끊임없는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협회원들의 도전- 반백년의 역사를 지켜온 원주 중앙시장 상인들의 삶의 터전과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공간을 통해 미래를 보여주고자 기획한 ‘시간이 담긴 공간의 기록 - 중앙시장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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