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꼭대기에서 사는맛

꼭대기에서 사는 맛

최병석 | 기사입력 2022/02/26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꼭대기에서 사는맛

꼭대기에서 사는 맛

최병석 | 입력 : 2022/02/26 [01:01]

꽝섭이는 외갓집에 가는 게 싫었다.

의례히 외갓집하면 고즈넉한 시골집을 떠 올리건만 꽝섭이네 외갓집은 초고층 아파트의

맨 꼭대기층이다.

꽝섭이는 고소공포증이 있으니 위로 올라 갈수록 더욱 싫어지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

그런 외갓집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살고 계시니 어쩔수 없이 다녀오긴 해야 하는데 사실

꾀를 부리고 안 가는게 다반사였다.

그 날도 어무이의 간곡한 요청에 이끌려 양손에 바리바리 두분께서 드실 반찬거리를 준비해

고층부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확실히 아파트가 고층이라 그런지 지하주차장도 지하5층까지 있었다.

꽝섭이는 퇴근 무렵에 도착을 한 탓인지 1층도 아니고 지하1층도 아닌 저 아래 지하5층까지

내려가서야 겨우 주차를 완료 할수 있었다.

가뜩이나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터인데 집어넣으려던 입술이 흡사 오리새끼를

연상시킬만큼 엄청나게 돌출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는 또 왤케 더디게 안 내려오는지...

겨우 올라탄 엘리베이터안은 더딘 속도만큼 인구밀도도 높아만 가는 중이었다.

양손에 그득한 반찬통에서 꾸리꾸리한 냄새마저 올라오는데 그나마 마스크를 써서 쏟아지는

시선을 두 눈으로만 막을수 있어 다행이긴 하였다.

꽝섭이는 아무튼 맨 꼭대기층에서 내려야하니 구석탱이에 짱박혀 있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하나 둘 엘리베이터안의 좁아터짐이 해소되는가 싶더니 꽝섭이를 심쿵하게 하는 소녀 한명

과 단 둘이다.

꽝섭이는 쿵쾅거리며 나대는 심장을 쫄이며 억누르느라 노심초사했다.

'오호랏 이게 웬 쾌냐?'

그리고 이 예쁜 처자는 38층에서 내렸다.

눈부신 미모에 숨까지 멎을뻔했던 꽝섭이는 태도가 바뀌었다.

이제부터 외할머니댁 심부름은 무조건 꽝섭이 차지였다.

오늘도 설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물론 미용실에 가서 전담 디자이너에게 거금20만원을 선뜻 건네주며 평소와는 다르게

외모에도 신경을 써 주었다.

휘파람도 불어주었다.

꽝섭이는 오늘 영화속 주인공이다.

오늘은 특별히 기분이 좋은 꽝섭이의 포용성에 힘 입어 등뒤의 배낭에도 한짐이고

양손에 꽤나 묵직한 무게감도 가벼운 발걸음과 보조를 맞추었다.

지하5층에 당도하고 엘리베이터앞에 서는 순간 꽝섭이는 까무라칠뻔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엘리베이터앞에 이런게 붙어 있었다.

'승강기 정기 점검중'

 

맙소사! 꽝섭이는무거운 짐을 들고 멘 채 39층까지 걸어 올라가야한다.

'으아악...꽝섭이 살려!'

 

▲ 꼭대기에서 살면 좋을까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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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Galiman 22/02/26 [08:48] 수정 삭제  
  도다췌,몬 소린디?당췌알수가읎싱게라?
곤야 22/03/12 [23:28] 수정 삭제  
  도다체 몬 소린디? 당췌알수가읎시니? 소얀지?고얀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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