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늦은 아침이다.

어제 올만에 코로나를 뚫고 친구를 만났다.

'만나기만 해봐라,가만 두지 않을겨!'

하도 엄포를 놔서 잔뜩 쫄았던거야.

"우리 만나도 될까나? 괜히 만났다가.."

눈엔 보이지도 않는 꼬로나가 엄청스레 공포스럽긴 하다.그래서 일까?

기껏해야 오후10시전까지는 찢어져야 했지만 부어라 마셔라를 수없는 루틴을 거쳐

완성까지 이르렀다.

눈과 온 몸이 알코올에 반응했다.

고삐에서 풀어진 눈동자와 꼿꼿함에서 멀어진 몸뚱아리는 정확한 발걸음과는 적당한

거리두기를 몸소 실천했다.

결국 응만이는 아스팔트가 올라와 얼굴을 때려대는 통에 피를 뿌렸다.

줄줄 새는 얼굴을 부여잡고 고개를 드는순간 응만이를 쳐다보는 눈빛하나가 있었다.

얼핏보니 승혀니네 강쥐를 닮은 시츄 한마리!

이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응만이의 행동에 반응했다.

"저리 가!" "저리 가라구!"

쫒아도 소용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응만이는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기위해 도로로 나섰다.

"우라질레이숑..그 많은 택시들은 다 어디간겨?"

널브러진 깡통이라도 차버려야 분이 풀릴텐데 기껏 차 낸 깡통이 깨캥거림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주변을 서성대던 강쥐가 그 날벼락을 맞은것이다.

응만이는 깜놀했다.'아니,저저 저 놈 아직도 안간겨?'

성질조차 알콜에 반응해서일까 응만이가 짠해졌다.

갑작스레 쭈구려앉아있는 강쥐가 측은해졌다.

어랏! 고놈 응만이의 마음을 알아챈것일까? 갑자기 주변을 뱅글거리다가 한바탕 쏟아내고는

꼬리를 흔들며 달려든다.

"야 임마 저리가그라,똥싸배기같으니라구.."

불현듯 택시가 섯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그 강쥐가 응만이의 신발을 물고

놓지를 않는다.

결국 응만이는 알콜향 가득한 결심으로 똥냄새 풀풀나는 시츄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같았으면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몸을 맡기거나 침대에 대충 누운 채로 아침을

맞을기세인데,오늘은 달랐다.

똥싸배기 시츄를 품에 안았더니 온 몸에서 쿠린내가 진동했디.

응만이는 죽기보다 싫어하는 씻기를 감행하느라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었다.그리고 씻었다.

그러다가 아침이다.

응만이의 얼굴을 첩첩거리고 핥아대는 통에 잠에서 깼다.

어제 저녁 알콜에 빼앗겼던 정신머리를 되찾고 보니 응만이는 깨끗한 몰골로 꼬리치는

강쥐의 선망이 된 채로 눈을 뜨게된 것이다.

"야아..싸배가! 이리온나~"

응만이는 얼굴을 핥아대던 강쥐에게 차마 똥싸배기라고는 못 하겠고 그냥'싸배기'라

부르기로 했다.

"싸배가! 이왕 이렇게된것 걍 잼나게 지내자"

응만이의 행동이 달라졌다.

제 몸하나도 건사하지 못한 채 하루를 마감하던 루틴이 바뀐것이다.

일어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잠을 잘때도 싸배기가 궁금해졌다.'우리 싸배기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그리고 최근에는 알콜에 쩔지 않은 맨정신으로 현관문을 통과하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 응만이는 큰 맘을 먹고 펫샾에 들렀다.

싸배기가 애정하는 간식을 한 보따리 사들고 발걸음이 가볍다.오늘은 월급날이다.

싸배기가 좋아할 모습을 떠 올리며 집으로 가는길이다.

'가만,올만에 통장이 두둑해졌으니 싸배기한테만이 아니고 응만이 자신한테도 뭔가

선물을 줘야겠다'

응만이는 집근처의 '사과샆'에도 들러 살짝 콩나물에 영감을 얻은듯한 끈없는 이어폰

최신형을 구매했다.

'얏호! 신난다.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뿌듯함이런가!'

현관문을 열었더니 싸배기가 뛸듯이 반겨준다.

준비핸 간식을 풀었다.

응만이도 올만에 치맥이다.

배부르게 치킨과 맥주를 들이키고 나니 슬슬 잠이온다.

다시 아침이다

어디선가 뼈다귀를 부수는 소리가 들려온다.

'허거덩~'

싸배기였다.

응만이 자신에게 선물했던 콩나물 이어폰을 뼈다귀처럼 와작와작 우지끈 씹어대고 있었다.

"얌마..이건 뼉다귀가 아녀~"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 똥싸배기도 귀엽다면 귀엽쥬?  ©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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