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억새꽃 축제

억새꽃축제

최병석 | 기사입력 2021/12/11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억새꽃 축제

억새꽃축제

최병석 | 입력 : 2021/12/11 [01:01]

뜨거움에 몸부림치다보니 어느덧 가을이고

매스컴들은 차갑게 변한 언덕배기의 모양으로 세월의 속도를  알려준다.

세월이 바람에 흔들린다.

머리가 희끗거리는걸 보니  어느새 세월도 센머리로

중년을 바라보는걸까?

신녕씨는 문득 10년전 명성산 억새축제때의 일이 떠올랐다.

해마다 이맘때면 산정호수를 끼고 있는 명성산에서는

은빛찬란한 억새꽃 축제가 열리곤 하였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와 왕건의 신하가 등장하는 울음산 즉,

명성산은 산능선 넘어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어 본격적인 등산로와 연계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그런 곳이다.

그런 명성산에서 우리의 신녕씨는 최대의 오점을 남겼었다.

 

산정호수를 돌아 억새밭의 휘황 찬란함에 취해 이리저리

카메라셔터를 눌러대다보니 아침일찍부터 일행들과 어울려 

살짝쿵 들이켰던 막걸리가 안에서 부글거린다.

'이를 어쩐다?'신녕씨는

탁트여 억새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가을의 한 복판을 

서둘러 벗어나려 애를 쓰고 또 썼다.

평소엔 짧고 또 좁게만 느껴졌던 억새들을 내다 볼수 있도록

꾸며놓은 나무로 짜놓은 데크길은 왜 이리 광활하고 길던가?

총총걸음으로 걷다가는 다시 에스자  걸음으로, 그러다가는

걸음걸이가 땅바닥에 붙어버릴듯 무겁고 식은 땀에 눌렸다.

벌겋게 땀을 뻘뻘 흘리다가 소위 말하는 은폐 엄폐가 매우

양호한곳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음껏 외쳤다.뿌뿌뿌 ㅋㅋ 

한껏 내지르고 나니 불현듯 창피함이 고개를 들었다.

'에효,남사스럽게스리..'

배설의 기운을 덮었다.덧붙여 주변의 작은 돌멩이를 긁어 모아 두텁게 가렸다.

그렇게 내 한 일을 철면피로 마무리짓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그렇게 명성산을

내려왔었다.

 

10년전이었으니 주변도 많이 변했다.

나무들의 덩치도 커졌고 낯빛조차 뚜렷해졌다.

그리고 길고 광활하게 느꼈었던 억새꽃 투성이로 감싸안은

나무데크 로드는 여전히 길지만 짧았고 좁아터져서 가고 오는 사람들끼리 부딪기 바빴다.

그러다가 문제의 뿌뿌 아우성의 그 장소에 다 다랐다.

혹시나 그 때의 더러운 흔적을 느낄 새라 조심조심 발걸음 하는데..

 

아뿔싸!

내 그 문제의 아우성 발현지는 성스러운 장소로 둔갑했다.

고귀한(?)성물을 나뭇잎과 돌멩이로 가려놓은 그곳에 또다른 돌멩이들이 하나 둘 셋둘

얹혀지고 얹혀져 오고가는 사람들의 '머리 조아리는 곳'이 되어 버렸다.

안 그래도 냄새라도 날까봐 노심초사 염려를 거듭했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다.

 

"저기 여보세요 들..냄새나니까 저 만큼 물러나세요"

ㅎㅎ 내게로 쏟아질것 같은 비난이 두려워져 내빼듯 산을 내려오는 명성산 등정 후기였다.

 

▲ 이것도 억새꽃?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주문 가능!!
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까리맨 21/12/12 [17:27] 수정 삭제  
  도대체몬소린디?당췢안수가읎써라!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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