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사과 진정성 안 느껴지는 이유

문흥수 기자 | 기사입력 2016/11/04 [11:32]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사과 진정성 안 느껴지는 이유

문흥수 기자 | 입력 : 2016/11/04 [11:32]
▲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jtbc 방송화면 캡쳐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문흥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최순실 파문'과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재차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에 이어 2번째로 국민 앞에 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으나, 국민들의 기대에 부합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기대한 담화 내용은 크게 ▲잘못 인정-진정성 있는 사과 ▲검찰 조사 수용 ▲하야, 탄핵, 거국내각 구성 등 권한 이양 세가지다.


그러나 진솔한 사과와 책임 통감 발언보다는 '노력이 정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뉘앙스로 설명했으며 '밤잠을 못 이뤘다.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등 감성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 동정심 유발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 조사 수용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까지 달았다.

 

또한 국민적 요구가 거센 하야, 탄핵에 대한 입장이나, 거국내각 구성을 통해 대통령 권한 이양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나라 상황이 안 좋으니 정부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존 체제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때문에 2번에 걸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서도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민적 하야 요구 거세지만..언급조차 없었다

 

국민들이 이번 대국민담화 역시 진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하야' 또는 '탄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연설문에선 하야나 탄핵, 거국내각이라는 단어는 들어 있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국가 안보와 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한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된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이는 사실상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대통령 권한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박 대통령은 또 "대통령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 한다.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상태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임명한 김병준 신임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김 내정자는 앞서 '내치에 대한 전권 수준을 줄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으나, 박 대통령이 이번 담화에서 언급조차 않은 점에서 미뤄볼 때, 권한 이양할 뜻 자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해볼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님들과 종교지도자분들 여야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며 소통을 늘리고 논의를 통해 대통령 권한을 사용해나가겠다고 했다.


사과-책임통감 말했지만..진정성은 '글쎄'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로 첫 운을 뗐다. 이어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저의 큰 책임을 가슴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최순실씨와 가깝게 지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해 가족간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며 "홀로 살면서 챙겨야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 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왕래하게 됐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곁을지켜줬기 때문에 제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것이 사실이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뒤 이어 '이번 사태는 잘 해보려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했음을 강조하면서 진정성이 퇴색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 일로 본인 역시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었음을 언급하며 동정심을 자극하는데 일부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 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 왔는데 정 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며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 이루기도 힘들다.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했다.

 

아울러 '샤머니즘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했다.


"검찰 조사, 적극 협조하겠다"..다만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와 관련해선, '검찰이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히고 사법처리까지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언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언급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라는 일반적인 회피성 답변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 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며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뉘앙스는 검찰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달라는 것이지만, 본인에 대한 수사에는 '필요하다면' 이라는 단서를 걸었다는 점이 의구심을 산다. 대통령의 연설문, 특히 평상시가 아닌 중차대한 사태에 관련한 메시지를 담은 연설문의 경우 여러차례 수정해가며 치밀하게 씌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까지도 깊게 들여다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또한 어떤 잘못을 했는지,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했다. 박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해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는 말로 회피해 나갔다.

 

kissbrea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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