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저녁 메뉴입니다.
서울 왕래가 잦은 집사람에
방학을 한 아들까지 다니러 와...
모처럼 세 식구가 한자리에 모인지라
토종닭으로 큰 놈을 사다 삶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푹 삶아 흐물흐물해진 닭.
코끝을 자극하는 그 담백한 맛에 끌려
젓가락으로 먼저 한 덩이 건졌습니다.
그릇이 꽉 찰 정도로 크고 두툼한 몸통 부위.
양도 많고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젓가락질을 하니
뼈와 껍질 뿐, 살이 별로 없었습니다.
작은 다리 한조각보다 더 시원찮았습니다.
웬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어
뼛조각까지 하나하나 발라가며 뜯었지만
그런다고 뼈가 살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감질나고 먹을 것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고 가장 체면에 성질을 낼 수도 없어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있자니
문득 계륵(鷄肋)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습니다.
먹자니 먹을 게 없고,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꼭 이 닭갈비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요즘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처럼 설치고 다니지만
알고 보면 제 앞가림조차 못하는 사람.
수려한 외모와 입담으로 시선을 끌지만
다가가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 사람 말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지 뒤돌아봅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 닭갈비 같은 존재가 아닌지,
이것저것 떠벌리기는 하지만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는 아닌지...
왕건이(?)라도 하나 남아 있지 않을까,
뼈 밖에 없는 갈빗대를 뒤적거리며
이렇게는 되지 말아야겠다, 묵상을 드린
지난 주말 저녁의 성찬(聖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