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丙午年과 신년 축시 7편

강명옥 | 기사입력 2026/01/01 [07:28]

병오년丙午年과 신년 축시 7편

강명옥 | 입력 : 2026/01/01 [07:28]

병오년丙午年과 신년 축시 7

 

1. 병오년의 의미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육십갑자 체계에서 중요한 상징을 지닌 해다. 천간의 병과 지지의 오가 결합된 해로, 병은 오행에서 불()에 해당하고, 오는 열두 띠 가운데 말을 뜻한다. 흔히불말의 해’‘화마(火馬)의 해라고 불린다. 불의 기운과 말의 역동성이 겹쳐 강렬함, 속도, 변화, 분출의 이미지를 띤다. 전통적으로 말은 이동과 소통, 진취를 나타낵 때문에 여기에 불의 속성이 더해지면 열정과 추진력이 극대화된다고 여겨졌다. 반면 불은 통제되지 않으면 화재가 되듯, 과열·충돌·급변의 위험도 함께 경고하는 해로 해석한다. 이런 이중성 때문에 병오년은 길흉이 극명하다는 인식이 전해 내려온다.

역사와 전설에서도 병오년은 종종 특별하게 다뤄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일본의 히노에우마(丙午) 신앙이다. 일본에서는 병오년에 태어난 여성은 성격이 강해 남편의 운을 해친다는 미신이 퍼졌고, 실제로 1966년 병오년에는 출생률이 급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일본만큼 사회적 현상으로 굳어지지는 않았다. 우리 민간에서는 오히려 말의 기상과 불의 기운을 잘 다스리면 큰 성취가 따른다는 해석이 함께 전해진다.

속담과 민담에서도 말과 불은 자주 등장한다.“말은 천 리를 가도 주인은 한 마음이라는 말은 말의 능력보다 다스리는 이의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민담에서는 불같은 말이 산과 들을 달리다 재앙을 부르거나, 반대로 영웅을 태워 난국을 돌파하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결국 2026년 병오년은 강한 에너지의 해다. 전통적 해석은 이 해를 두려워하기보다, 불의 열을 지혜로 조절하고 말의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몰아갈 때 도약의 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늘 경계와 기대가 함께 언급되는, 기억에 남는 해로 자리해 왔다. 그러므로 '육십간지' 43번째에 속해며, ''은 적이므로 병오丙午'빨간 말의 해' 이다.

 

2. 병오년의 신년 축시

 

<축시 1>

갈기 휘날리며 달리는 저것은

적토마 아니면 조랑말

검은 것은 흑마 흰 것은 백마 푸른 것은 청마

새벽엔 서리가 갈기 끝에 맺히고

해가 지면 저녁 불빛이

말의 어깨를 타고 돌아온다

 

말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면,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여 낭패에 빠질 수 있다. 선인들은 말이 달리면 나라가 흥하고 말이 쓰러지면 나라가 쇠한다고 믿었다. 용의 머리를 한 말을 타면 적장의 목을 벨 수 있고, 깨끗한 말을 타면 청렴의 상징이 될 수 있고, 날개 달린 말을 타면 하늘을 날 수 있고, 말 위에서 용기와 두려움을 시험했다. 남자의 꿈은 세상을 다스리고 여자의 꿈은 세상을 다스릴 자식을 얻는다.

 

말들은 전장의 흔적을 밟고 패자의 어둠을 넘어

승자의 호령을 말굽에 묻는다

밤이 깊어지면 고요 속에 긴 귀를 세우고

세상의 울음을 듣는다

바람은 갈기를 스치고 흙먼지는 길을 기억하여

인간보다 먼저 길의 끝을 예감한다

말들은 달리고 멈추고 숨을 고르며 다시 살아나는 박동을

대지 위에 새긴다

 

말이 달리면 역사가 깨어난다. 멈추면 사유가 되고, 잠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아침이면 광야로 나아가는 말들, 그들의 침묵에는 어제와 내일을 잇는 여정의 비밀이 있다. 말들은 말한다.“길은 앞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마음이 가는 곳마다 길은 열린다.”!

 

() 많은 세상을 말()을 타고 달려라

사람들아

 

- 26년 병오년 축시() 많은 세상 말()을 타고 달려라전문 -

 


<축시 2>

늙은 부모의 등골을 빼먹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세월을 비틀거리며 건너던 사내

세옹

턱걸이 몇 번에 겨우 직장을 잡은

반쯤 부서진 청춘은

출근길마다 쏟아지는 햇빛은 따가웠다

 

책상 서랍 안에는 몇 년째 꺼내지 못한 사표가 마른 나뭇잎처럼 바스락거린다. 요즈음은 아내에게도 자식들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것 같아 저녁상을 마주하고도 마음은 문밖에 서성인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친구 녀석이 오랏줄에 굴비가 되어 엮여 갔다는 기사를 보고 세옹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때는 청기와집을 들락거리며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친구였다

그가 목에 힘주고 다니던 시절 세옹은

찬물만 마셨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내 밥이었던 녀석이 출세하고 목에 깁스하더니

신세가 골로 갔다

 

벽돌집에서 흰콩과 검은콩을 가릴 친구를 생각하며 다행이다. 다행이다 되뇌면, 추락이 주는 슬픈 위로가 오늘따라 아릿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자신을 위로하는 사이 엎어졌다 뒤집혔다 하는 것이 인생이라며 달려오는 한 마리 말이 있었다

 

말은 흙먼지를 털고 하늘빛 머금은 눈을 부릅떴다

남은 것은 발굽 소리뿐

울림은 오래도록 세옹의 가슴 깊은 곳에서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 26년 병오년 축시새옹塞翁의 말전문 -

 

 

<축시 3>

아침 이슬이 풀잎 끝에서 떨던 날

나는 이름도 없는 길을 따라 걷는 법을 배웠다

세상이 열리기 전의 세상이

나를 불러 세우고

바람이 뒤에서 등을 밀어주던 그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스무 살 젊은 날에는 작은 손가락에 어울리는 풀꽃반지가 되고 싶었다. 작디작은 꽃잎 하나도, 태양을 품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나는, 누구의 손에도 꺾이지 않고, 누구의 발길에도 밟히지 않을, 야생의 숨결을 심장에 품고 살고 살았다. 미풍에 눈을 감고 칼바람에는 힘을 주면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팀은 무모한 꿈의 다른 이름이었고, 나를 베는 칼날이 되어, 위태로운 발끝에서 몇 번이나 나는, 나를 잃을 뻔했다.

 

바위를 치는 주먹은 하얀 뼈가 보일 뿐

뼈마저도 바람에 흔들리며 내 안의 연약함을 드러냈다

강해지고 싶어 주먹을 모았으나

세상을 떠받드는 것은 돌주먹이 아니라

넘어진 후에 다시 일어서는 무릎임을

뒤늦게 알았다

 

백양나무처럼 흰 몸으로 길을 걸어가는 내 젊음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한때 햇빛을 온몸으로 반사하던 새하얀 날들의 잔광은, 가느다란 줄기처럼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아직도 나를 부르고 있다.

 

빛이 먼 곳에 있다 할지라도 나는 마지막까지 걸어야 한다

내 이름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늙은 말은 길 위에 눕지 않는다

 

- 26년 병오년 축시늙은 말은 길 위에 눕지 않는다전문 -

 

 

<축시 4>

조랑말은 가던 길을 멈추지 않는다 빠르지 않다고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봄 햇살 같은 숨을 고르며 하루를 간다

큰 말들이 초원을 달리는 동안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는 법을

비 오는 날 흙이 미끄러운 이유를 안다

 

비루먹고 허기지고 가냘프다는 말 듣지 않기 위해

작은 등을 단단히 세우는 조랑말

누군가 등에 진 짐이 무겁다고 투덜대면

우리 나누어지자고 말한다

 

말없이 견뎌온 상처도

달빛 아래서는 은빛으로 빛난다는 것을 조랑말은 알고 있다

느린 걸음이 모이면 반드시 도착지에 닿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바람이 불면 귀를 세우고

넘어지면 흙을 털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보여 준다

늙은 말이아직 너는 부족하다고 말해도

조랑말은그래도 나는 달린다고 대답한다

끝까지 가는 힘이 있다는 것을 작은 발굽으로 남긴다

 

아이의 웃음이 들리는 쪽으로 조랑말은

방향을 잃지 않고

해 질 녘 불빛이 있는 쪽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하루의 끝에서 오늘도 해냈다고

스스로의 갈기를 쓰다듬는다

 

세상이 등을 돌려도 세상을 버리지 않는다

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고

작은 몸으로 희망을 태우고 묵묵히 조랑말은 제 길을 간다

 

- 26년 병오년 축시조랑말을 위한 신년가新年歌전문 -

 

 

<축시 5>

동녘 하늘이 열리지 않은 어둑새벽

지평선에 붉은 꽃 피어오른다

저것은 광대한 숨결

듣는 자의 뼛속을 울리는 말발굽 진동이다

적마의 어깨 위로 새해 새 핏줄이 빛을 뿌리면

적마의 눈은 살아 있는 횃불로

삼천리 금수강산을 가르고 들판을 훑으며

골골마다 서광이 비친다

 

병오년에는 세금도 내리고 물가도 내리고 등록금도 내리고

내려라 왕창 내려라

내릴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릴 것은 올려야 한다고 병오년이

말의 고삐를 당긴다

적마의 발굽은 묵은 시대를 두들기고

달리는 말에게 채찍을 날린다

 

멀리 펼쳐진 계곡과 도시의 불빛이 숨을 고르면

우리는 안다

적마가 지나간 자리마다 새싹이 움트고

한 해가 숨을 들이켜기 시작했음을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

적마를 타고 온 병오년 씨가 있어 대한민국 이마가 환하다

 

- 26년 병오년 축시적마赤馬를 타고 온 병오년 씨전문 -

 

 

<축시 6>

금빛이 말의 갈기 위에서 반짝인다. 황혼의 들판에 선 말()이 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 히잉 히잉~, 울음 속엔 오래된 초원의 기억이 겹겹이 쌓여 있다. ()은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알지 못하면서, 세상과 세상을 잇는 다리를 더듬어 가듯, 진실의 결을 쓰다듬는다.

 

울음은 산을 넘어 강물 위로 번져가는 물안개처럼 퍼지고

달빛은 밤의 장막을 벗겨낸다

 

() 많은 세상, ()을 타고 건너갈 때 수많은 사람이 손가락 말()을 한다. 세상에는 해줄 말이 없고, 하고 싶은 말이 없고, 해 달라는 말이 없다고, 침묵과 침묵 사이에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처럼 흔들린다. 말은 묵묵히 길을 가며 꿈의 잔해를 뒷발굽으로 털어내고, 별빛 떨어진 자리에 희망의 발자국을 찍는다. 그러나 말 없는 곳에도 보이지 않는 목소리들이 흐르고 고요 속 심장에는 은은한 소리가 있다

 

말의 울음이 새벽의 첫 빛이 되어 잠든 초원을 깨우면

적막 속에 잠긴 말은 또 말을 한다

우리의 귀가 닿지 않는 자리에서

바람과 별과 흙에게 들려주는 성스러운 언어로

다시 한번 히잉 히잉~

순간 세상은 말의 울음을 받아먹고 고요히 엎드린다

 

·마사馬嘶 : 말의 울음 즉 말이 히힝거리며 길게 울부짖는 것을 뜻함.

 

- 26년 병오년 축시마사馬嘶전문 -

 

 

<축시 7>

흔들리지 마라 나무야 병오나무야

바람이 분다고 눈물을 보이지마라

너를 향해 몰아치는 세상살이도 지나가는 길손일 뿐이다

 

흔들린다는 것과 흔든다는 것에는 거리와 간격 차가 있다

흔들림은 외부의 힘이고

흔듦은 자신의 의지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비바람에도 등을 곧게 세우고

꽃잎이 단단한 꽃은 바람에도 본래의 모양을 잃지 않는다

중심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흔들릴수록 선명한 등불과 같다

어쩔 수 없이 흔들릴 때나 흔들 때 소망은 하늘에 닿는다

 

병오의 해를 품은 나무야

너의 해가 밝아오는 것처럼 너의 가지마다 큰 빛이 비집고 들어 올 것이다

설령 흔들려도 네 안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라

그때 너의 계절은 다시 오고

너의 푸른 시간은 다시 자랄 것이다

 

병오나무 : 천간天干이고, 지지地支인 해로 육십갑자六十甲子 마흔세 번째 해인

병오년을 상징하는 나무

 

- 26년 병오년 축시병오나무에게전문 -

 

3. 병오년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병오년은 예로부터 말은 움직임과 변화, 불은 열정과 분출을 상징해 왔다. 그래서 늘 빠른 변화와 큰 에너지가 함께하는 해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힘이 강한 해일수록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경계했다.

고사에 이르기를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고 했다. 병오년을 살아가는 첫 자세는 바로 이 절도의 감각이다. 민담 속에서 말은 종종 주인을 태우고 천 리를 달리지만, 고삐를 놓치는 순간 낭떠러지로 향한다. 이는고삐 풀린 말이라는 속담으로 남아, 통제되지 않은 욕망의 위험을 경고한다.

현대인의 삶도 다르지 않다. 성과와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병오년의 기운은더 빨리, 더 많이를 부추길 것이다. 이런 때에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생활 전반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같은 해에는 말이 거칠어지기 쉽고, 세대 간의 생각 차이가 갈등으로 번지기 쉽다.“부모 마음은 자식이 모른다는 속담처럼, 서로의 입장을 모른 채 자기 생각만 앞세우면 관계는 쉽게 타버린다. 병오년에는 훈계보다 대화, 통제보다 신뢰를 택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속도를 인정하고, 자식은 부모의 걱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과 사회에서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주는 교훈을 떠올릴 만하다. 한 번에 산을 옮기려 하지 말고, 하루하루 꾸준히 흙을 퍼내는 인내가 결국 변화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병오년의 강한 에너지는 단기 성과에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인 삶을 위해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결국, 병오년을 잘 산다는 것은 불을 끄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불을 등불로 삼는 삶이다. 말의 힘을 빌리되 고삐를 쥐고, 열정을 품되 절도를 잃지 않는 것. 옛 고사와 속담이 전하듯, 강한 기운의 해일수록 사람의 마음가짐이 운을 가른다. 2026년 병오년, 뜨겁게 살기보다 단단하게 살아야 할 때다.

 

 

 

정성수

저서 시집 공든 탑동시집 첫꽃장편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등 95

수상 세종문화상소월시문학대상윤동주문학상황금펜문학상한국예총문학상.

전라북도문화예술창작지원금아르코문학창작기금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금익산시 효행스토리 도서제작 지원금 5회 수혜 등 다수

•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전주비전대학교운영교수역임

• 향촌문학회장/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전라매일논설위원,

명예문학박사

  

▲ 강원경제신문 새해인사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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