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림삼의 초대시 **
강물 -
여전히 강물은 흐르고 있었다
건너지 못할 생명의 강이기에 문지방 너머까지 와있는 주검은 하냥 두려울진대, 별로 내키진 않지만
기왕지사 열려진 여울목 신발끈 질끈 동여매 나선, 마중길에서 배웅길에 이르도록 토실 넘쳐나는 정념
너를 슬금 품어보았거늘 하물며 체취는 실체로 이어지니 허면 웃으면서 떠나라, 그렇게 아주 가거라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 인연 온 맘과 몸을 적시우며 발목부터 차근히 잠겨오던 여정 질척이는 역사로 이어지거든
습관인 양 오가는 열정 교감 오직 만나는 데 힘쓰는 내일로만 문 열어주누나, 언젠가 되돌아 올 기약의 날
그래, 야트막한 산판으로 부는 아주 매운 바람소리 때문에 무럭무럭 아픔 키우며 너는 저절로 가슴치며 떨었었지
문제는 더 혼탁하여 그침 없거늘 토해내는 숨결마다 진노 불타도 힘써 무성한 소문 누르며 우리가 합쳐 만들어낸 역사인 걸
어느덧 소성의 노래로 너는 잎을 싹 틔운다, 지극히 조용한 외침 울려 너는 꽃을 파열한다,
아직도 강물은 흐르고 있다
시의 창 -
정녕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도 되는 건가? 정말로 어수선한 가운데 12월의 문이 슬그머니 닫히고 있다. 어떤 환희나 축복도 없이 그저 쓸쓸하고 허전한 감성을 속내에 숨겨둔 채로, 맥젓게 새 해의 전령이 찾아들려 한다. 막연하고 황망한 회한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팍에 화인처럼 새겨놓으면서 세모라는 제목의 계절이 이렇게 우리의 창을 두드린다. 과연 예전에 이랬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이토록 갈팔질팡 하면서 한 해가 마무리되는 게 두려워, 두 귀를 쫑긋하고 눈알을 부라리면서 언론이나 세상 인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 적이 있었던가?
누구의 책임이고, 어떤 사람들의 소행이라고 탓을 할 시기는 이미 훨씬 전에 지나가버렸다. 지금은 그냥 모두가 힘을 합쳐 닥쳐온 난국을 극복하고, 새 해라는 이름의 어슴프레한 희망을 향해 줄달음 칠 때다. 각자가 알아서 스스로 주의하고, 자칫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면서 인간관계의 근본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우리 민족의 저력이야 이미 수 차례 국난극복의 사례를 통해서 만천하에 드러난 것 아니었던가? 어려운 때일수록, 힘겨운 시절일수록 단결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민족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실하고 분명하게 보여줄 때다.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흘러가 버린 것들이니까 말이다. 사람도 가 버리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게 인연도 세월 따라 흘러간다. 한 때 품었던 꿈도 흘러가 버린다. 그렇게 우리가 만나는 시간과 사람은, 꿈은, 흘러가 버리는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는 그 사람은 없고, 그 친구도 없고, 그 꿈도 없다. 그래서인가? ‘테레사 수녀’는 인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그것도 아주 남루한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본 사람은 그 말의 뜻을 알 것이다.
생경하고, 낯설고, 춥고, 고독하고, 잠은 오지 않고, 바람소리 쌩쌩 들리는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어쩌면 우리가 사는 건 그런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짧고 낯설게 가 버리는 세월, 하지만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내줬던 마음, 내가 받았던 온정, 내가 품었던 꿈의 기운, 내가 애썼던 노력의 정신... 세월은 가고 사람도 가지만 그 마음은 남아 있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우리가 사는 의미가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발자국에는 어떤 마음이 스며들고 있을까?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여러 어려운 시간에 대면하곤 한다. 지금처럼 정말 고달픈 시간도 있고, 홀로 너무 외로운 시간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인생 아닐까? 그 힘든 시간들을 잘 참고 견디어내면, 새로운 기쁨과 희망이 열린다. 그리고 그것 또한 인생이다.
‘제 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하느냐고 묻자, 즉시 말한 공자의 대답이다. “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 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 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 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 다우면 된다)” 즉,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정말 쉬운 법칙인데, 사람들은 왜 그 법칙을 지키지 못할까? 그 이유는 착각 속에 있다. 백성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왕이니,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것인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 회사의 사장도, 정치인도, 종교인도, 한 집안의 가장도, 자식도 모두 마찬가지다.
사장도 직원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 정치인도 국민이 뽑아줘야만 배지를 달 수 있는 것, 가장도 가족이 있어야만 존재하고, 자식도 부모가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다는 본분을 잊었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역할은 군림이 아닌 존중하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그 역할에만 충실한다면 모든 일은 다 잘 될 것이다. 잊지 말자. 낮은 역할, 높은 위치!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대하자.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영화 ‘명량’의 명대사를 잊지 말고, 각자 맡겨진 일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더욱 가슴 아픈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람에게 당신이 그 사람을 어떻게 느끼는지 차마 알리지 못하는 일이다. 우리가 무엇을 잃기 전까지는 그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얻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슬픈 일은,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지만, 결국 인연이 아님을 깨닫고 그 사람을 보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첫 눈에 반하기까지는 1분밖에 안 걸리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1시간밖에 안 걸리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기까지는 하루밖에 안 걸리지만, 누군가를 잊는 데는 평생이 걸리는 법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것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대부분의 것들을 저절로 다가오게 만든다. 그러니 꿈꾸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꿈을 꾸자.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가자. 되고 싶은 것은 되도록 노력하자. 왜냐 하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인생은 오직 한 번이고, 기회도 오직 한 번이니까 말이다.
진정한 친구란 그 사람과 같이 그네에 앉아 한 마디 말도 안하고 시간을 보낸 후 헤어졌을 때, 마치 당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대화를 나눈 것 같은 충족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사람을 만날 때 외모만을 따지지 말자. 그것은 당신을 현혹시킬 수 있다. 재산에 연연하지도 말자. 그것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 보다는 당신에게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자. 미소만이 우울한 날을 밝은 날처럼 만들 수 있다. 부주의한 말은 싸움을 일으킬 수 있다. 잔인한 말은 인생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시기적절한 말은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 사랑스런 말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축복을 가져다 준다.
역지사지라, 항상 자신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 두자. 만약 당신의 마음이 상처 받았다면 아마도 다른 사람도 상처 받았을 것이다. 사랑은 미소로 시작하고 키스로 커가며 눈물로 끝을 맺는다고 한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 혼자만이 울고 있었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 혼자만이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울게 하는, 그런 인생을 살도록 하자.
지금 비록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버겁고 고단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진정 따뜻한 마음과 따스한 손길이 필요할 때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그걸 기꺼이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배려와 성심이 요구되는 시기다.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추운 것이고,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밝게 비추어지는 법이다. 우리의 지혜와 슬기를 모아 이 험한 세상에 지표가 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하자.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요, 사람의 도리다. 사람답게, 사람스럽게 살아가는 올바른 길이다. 그러니 그렇게 살자. 그렇게 새 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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