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겨울낙엽 태우다가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1/12/04 [08:24]

林森의 招待詩 - 겨울낙엽 태우다가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1/12/04 [08:24]

 

  © 림삼


겨울낙엽 태우다가

 

바람아, 바람아, 조금만 있다 불으렴

해가 지는데....

 

쓸어모을 제 마다

문득 문득 떠올리는 고향 뒷산 애기묘,

겨울낙엽 까칠한 밑둥서니

군불인 양 불 놓으니

群舞,

소담스런 불길 새 실연기 궁시렁

하늘로 오르다가

애기넋 살아나와 비인 가슴 헤집는다

 

행복이나 불행 사이 그 어디쯤에선가

갈 길 잃어 헤매이나 짓거린 다 했노라,

사연 조차 많았던 듯 어쩌질 못해

장문의 유서대신 차라리 벙어리인 채

곧바로 구천 너머 날아오르질 못하니

 

매캐한 내음 새

허공에 흩어지는 미련의 상처들

알싸한 눈자위에 물기 언뜻 어리면

노오란 잎이 탄다, 검은 재로 오른다

검붉은 잎이 탄다, 검은 재로 오른다

회갈색 잎이 탄다, 검은 재로 오른다

 

속세의 유일한 끄나풀

마른 가지 같이 탄다, 검은 재로 오른다

이제는 검은 누리, 밤이 오려나 보다

 

- ()의 창() -

 

언제부터인가 버릇처럼 새벽에 잠이 깨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선다. 멀지 않은 산 정상에 올라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게 일과로 되었으니, 식전에 물 한 잔 들이키는 것 마냥 자연스러운 행보다. 요즘처럼 날이 갑자기 차가워지면 더러 주저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특별한 일 없으면 망설임 없이 집을 나서는 편이다. 특출난 운동을 찾아 할 나이도, 여건도 못되니 아마도 이 새벽 산행이 필자에게는 건강을 유지해나가는 보약인 듯 하다.

 

욕심이겠지만 바라기에는 더 많은 날들을, 힘겹더라도 계속 이어져가는 일상이기를 소망한다. 이제 겨우 한 갑자 하고 예닐곱 해 정도 살아낸 이 세상이니, 그래도 아직은 할 일이 남아있으리라는 나름의 소명감을 벼르면서 기회를 엿보는 필자에게, 만일 이 일과가 싫어진다면 그건 큰 사단의 징조일 게다. 따라서 이 일이 싫어지면 안 된다. 그래서 필자는 어쩌면 운수의 조짐을 여기 거는 걸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에도 예외 없이 산에 올랐다. 오르막을 한 두 번 지나서 소로를 따라 한참 걷다보면, 약수터 옆으로 작은 움막이 한 채 보인다. 가뭄이 심해서 이미 물이 마른지 오래고, 한 겨울에는 찾는 이가 없어서 움막에는 사람의 흔적이 끊겼지만, 코로나가 습격하기 이전의 다른 어떤 계절에는 이따금 필자도 앞마당에 펼쳐놓은 평상에 걸터앉아, 듬성듬성 늘어놓은 간이 매점에서 음료수나 컵라면을 사먹기도 하면서 참새 방앗간처럼 쉬어가곤 하던 자리다.

 

때로 왁자지껄한 산행객들이 단체로 모여앉아 막걸리와 도토리묵을 푸짐하게 얹어놓고 권커니 잣커니 나누다가,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스스럼없이 권하노라면 언뜻 시골의 장터같은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자아내기도 하는, 이른바 명당이라 불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빨리 겨울이 지나고 코로나도 물러간 새 봄이 와서 움막의 평상이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넘쳐나길 은근히 바라면서 지나치곤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예기치 않게 산자락의 초입에서부터 연기냄새가 어른거리더니, 다가가보니 움막의 한 켠에서 낙엽을 쓸어모아 군불을 때는 노파의 모습이 보였다. 알기에는 겨울 한 철은 숫제 장사도 안 하고, 일없이 산에 오르는 경우도 없는 노파인지라 의아한 생각에 필자가 반가움 가득 담은 안부 겸 이유를 물었다. 가물어 바짝 말랐다고는 해도 잔 가지에 낙엽만 가득 담은 드럼통 화덕에서는, 불길 보다는 매캐한 연기만 피어올라 연실 캑캑거리면서 노파가 손짓을 한다.

 

아파트에 사는 자식들에게 얹혀있는 처지라, 멀리 떨어졌어도 자신의 보금자리인 움막 언저리에서 토끼와 닭 몇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엊그제 토끼가 새끼를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수시로 올라와 살펴보며, 이른바 산모의 산후조리 겸 새끼들 육아(?)에 신경을 쓰는 중이란다. 추울까봐 불도 지펴주고, 오늘 아침에도 신선한 시래기 좀 장만해 갖고 왔단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올망졸망한 주먹 크기의 토끼들이 서너 마리 눈에 띈다.

 

품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안으려는 토끼의 모성애를 한동안 바라보며 노파와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내 발길을 재촉했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한 지금까지도 내내 눈에 밟힌다. 토끼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제법 푸짐하게 준비해서 내일 아침에는 필자도 산후조리와 육아에 동참해야겠다. 토끼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혹시 토끼도 정성을 알까?

 

한낱 미물에 불과한 짐승이지만 자식을 향한 모성애는 본능적이라서 누구도 말릴 수 없고, 어떤 여건이나 상황의 변화에도 우선하는 걸 보면, 모성애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등 동물들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 사회의 모성애는 어떤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모든 걸 다 바치는 부모의 사랑과 은혜는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대함이다. 태초에 시작된 어떤 전설보다도 더한 엄숙함이며, 영원까지 이어질 어떤 신화보다도 더한 위대함이고, 지금 있는 어떤 역사보다도 더한 거룩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부모의 은혜를 칭송하기에 주저함이 없고, 그 은덕을 기리기에 망설임이 없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일까? 과연 그럴까? 수시로 필자는 부모님의 은덕을 권면하는 글을 쓰고 있고, 기회가 닿을 때 마다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강의를 했었다.

 

돌아가시기 전, 생판 모르는 남에게 부모님의 수발을 위탁해놓고는,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건강을 보살펴드리기에 부모님께는 그 편이 훨씬 더 잘하는 일이라고 자화자찬을 하고는 했다. 일부 지인들의 효자라는 호칭에 대단히 만족하면서, 한 편으로는 부모님이 한 번이라도 더 부를까봐 전전긍긍하는 걸 숨기기에 혈안이 되었었다.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함을 필자의 자식들이 알까봐 쉬쉬하는 한 편, 합리화에 여념이 없었던 것을 뒤늦게 뼈저리게 후회하면서, 이제 와서 고해성사를 하듯 아프게 곱씹어본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 자국을 두른 양철,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우리는 눈치채야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양철 지붕같은 날들인지도 모른다.

 

얕은 바람소리에도 그렁거리는, 가랑비에도 녹물이 흘러내리는, 쌓인 눈에도 버거워서 숨가빠 하는, 못 자국 많은 양철 지붕같은 날들, 양철 지붕같은 우리들, 많이 상처입고 많이 녹슬어 힘겨운 삶으로 그렁거리지만, 그래도 날아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우리의 오늘들이 처연하지만 차라리 아름답다. 그렇기에 온종일 바람 소리가 세차게 불어오더라도, 결코 맥없이 날아가지는 않을 거다.

 

그 못 자국이 부모님이 물려주신 우리의 힘이기에, 그 상처가 부모님이 가르쳐주신 우리의 열정이 될 것이기에.... 거친 바람이 다 지나간 자리, 양철 지붕이 그렁거리던 자리, 이 자리가 바로 우리 삶의 터전이다. 지금은 초겨울의 푸른 하늘빛이 상큼하게 꽃처럼 피어있는 아침이다. 이 신선한 초겨울 아침에, 마음 속 깊이 늘 살아계신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려보자.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영원히 존경하며 사랑합니다.” 라고 말이다. 그 다음에는 배우자에게 말해보자.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야,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야.”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말해보자. “너희들이 참 자랑스럽구나. 너희들 때문에 참으로 행복하단다.” 이번에는 직장 동료에게도 말해보자. “나는 당신과 함께 일하게 되어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다음에는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내 앞에는 언제나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언젠가 그렇게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말새는 그 사람의 인격이고 표정은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을 쓰다말고 필자도 얼른 거울부터 한 번 봐야겠다는 마음에 일어서본다. 평소의 표정이 뾰족하지는 않은지, 둥글 둥글 예쁜 미소는 갖고 있는지. ! 어느 사이에 새 해로 시작한 날들이 이만큼 바쁘게 달려오더니 바야흐로 맨 끝 달에 이르렀다. 오늘 하루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살이잘 하면서 다가오는 축복의 날들을 기다리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동료들과 함께 가는 내일들, 이웃들과 함께 맞는 새 날들, 우리의 모든 날들 위에 질책보다는 격려를, 욕심보다는 양보를, 탓을 하기보다는 덕분으로, 그렇게 서로 서로 사랑으로 에너지 충전하는, 행복한 우리 모두의 하루들이 되어지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하자. 그러면서 오늘을 살아내자.

  © 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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