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5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9/21 [01:01]

바람의 제국(5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9/21 [01:01]

 

도화비 내리는 계절에는 

낙양성벽 아래 시름탑이 쌓이고 

천하를 꿈꾸는 영웅호걸이 

호시(虎視)로 나라를 탐하네​

 

유방 유수의 빛바랜 영광이 

한숨 노랫가락에 도읍지 돌아 

흘러간 세월 속에 묻히고 

젊음은 때가 왔음에 미소지었네​

 

북풍한설에 울고 웃던 풀잎들 

꽃피는 계절이면 

개나리 진달래꽃에 춘몽을 꾸고 

살구꽃 복숭아꽃에 두 눈 뜨지만​

 

유구한 세월 가슴에 품은 도원에 

꽃비 내리던 날 

하늘 아래 뭉친 사람들은 

꿈을 먹고 풍운에 살기로 했지​

 

- 도원결의 -  

 

57. 무후사 

 

무후사는 일행이 머물고 있던 호텔에서 남하강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택시를 타고 약 십여 분 정도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연수는 예전에 한 번 방문했던 곳이었지만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한편으로는 조금은 생경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저께 벼락 탐방을 했던 두보초당과 비슷하게 정원을 가꾸어놓아서 그런지, 아니면 주말이어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피해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와서 그런지 비교적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곳 성도의 출장 일정에서 어제까지 별 탈없이, 무난하게 감사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연수의 마음이 조금은 여유를 찾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태왕그룹 내부 깊숙이 들어가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칠 수는 없었지만, 몇몇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중요한 몇 가지 정보를 파악한 것은 그나마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태왕그룹과 왕영홍 부회장과의 실제 관계, 그리고 태왕그룹이 왕부회장의 소유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과​

 

왕부회장이 그동안 리베이트를 통해 만들어낸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 자금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히는 일이었으나, 이는 연수로서도 한계가 있는 일이었고 중국의 공안 당국이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었다​

 

그리고 남은 문제는 이상일 전무를 비롯해 태왕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도와준 사람들이 누구누구인지, 연수가 알고 있는 비선조직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아직 할 일이 잔뜩 남은 상황에서 여상동 전무에게 일행들과 주말을 이용해 하루 동안의 문화체험을 하고 귀국하겠노라고 보고하고 승낙을 받아내었다 

 

물론 이래저래 연수의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지만, 고생하는 일행들에게 흔치 않은 체험기회를 주는 것도 그들의 사기를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연수와 일행은 오전에는 무후사에서, 그리고 점심 식사를 한 뒤에는 그저께 연수와 이과장이 짧게 벼락 탐방을 했던 두보초당에서 오후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기로 했다​

 

성도는 3세기 중국의 위나라와 촉나라 그리고 오나라가 활약하던 이른바 삼국시대 중 촉나라의 도읍지였는데,​

 

무후사는 수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그 당시의 영웅이었던 유비 현덕과 공명 제갈량의 흔적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문장이나 서법, 석각 모두가 뛰어나 삼절(三絶)로 불리는 당비(唐碑)와 명나라 때 세워진 명비(明碑)가 보였고,​

 

조금 더 안으로 들어서니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이기도 한 유비와 관우, 장비의 실제 모습을 조각했다는 상들이 있는 소열전(昭烈殿)도 보였다​

 

제갈공명의 출사표를 남송 시대의 무장 악비(岳飛)가 다시 써서 전시해  놓은 과청(過廳)을 지나니 바로 뒤에 제갈공명의 상을 조각해놓은 무후사(武侯祠)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삼국지와 관계가 있는 각종 기념물과 경극에 쓰인 의상과 가면들을 전시해놓은 곳이 있었고,​

 

무후사의 북쪽으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무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하고 그 위에 나무들이 잔뜩 심어져 있는, 동산처럼 보이는 혜릉이 마침내 나타났다​

 

연수와 일행은 혜릉까지 약 두 시간 동안 무후사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보고 난 뒤 갈증을 느낀다는 방동혁 부장의 제안으로 차관(茶館)을 향했다​

 

차관은 어느새 관람객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다​

 

연수와 일행도 햇빛이 잘 드는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차 주문을 하고, 중국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거진 수풀 속에서 차 한잔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다​

 

"이런 곳은 가족이나 애인하고 다녀야 제격인데 상무님하고 다니려니 영 기분이 나지 않습니다."​

 

각자가 주문한 차가 나오자 조금 전까지 호기롭게 이곳 무후사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제일 관심을 보이던 방부장이 또 농을 걸어왔다​

 

연수는 방부장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얼른 화제를 삼국지 얘기로 돌렸다​

 

"삼국지는 중국 진나라 때 진수라는 학자가 썼고, 삼국지연의는 명나라 때 나관중이 썼는데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다들 알고 있지요?"​

 

"네. 하나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기술한 정사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의 이야기와 야사들을 섞어서 재미를 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수현 차장이 얼른 대답했다​

 

"맞아요. 그렇지만 삼국지연의가 다 가상의 꾸며낸 소설은 아니고, 그 배경이나 역사적 사실들은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실제 정사처럼 오해하기도 하지요."​

 

연수가 막, 다른 얘기를 꺼내려다가 마침 울린 핸드폰 진동 소리를 듣고,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댔다​

 

이한경 상무였다​

 

"상무님!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시는데 전화를 드려 미안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어제 상무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저녁나절에야 불현듯 그곳 성도에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 생각나서 전화통화를 했었는데,​

 

어제는 저의 물음에 답변을 회피하더니, 좀 전에 갑자기 제게 연락을 해와서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고 여건이 되면 조만간에 한번 보자고 해서 제가 그러시면 마침 성도에 한국 본사에서 감사를 나온 믿을만한 사람이 있으니 만나보겠느냐고 제안했더니 그분이 그러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급히 상무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그분은 태왕그룹에서 근무를 하다가 5년 전에 그만두고 지금은 성도에서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식당을 하고 있으니, 한 번 상무님이 가셔서 뵈면 어떨까 해서..."​

 

연수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그분의 인적사항과 식당 상호, 위치를 확인했다 

 

장송이 푸른 곁에 

도화는 붉어있다​

 

도화야 자랑 마라 

너는 일시 춘색이라​

 

아마도 사철 춘색은 

솔뿐인가 하노라.​

 

- 백경현(조선 순조때 시인) 시조 -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9/23 [09:03] 수정 삭제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매 회차 시와 소설이 서로 제목과 일치하면서 내용을 쓰셨는지 많이 놀랍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특히, 무후사에 대해서도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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