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38)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7/20 [01:01]

바람의 제국(38)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7/20 [01:01]

▲     ©정완식

 

바다를 품은 마음 넓은 호수 위에 

월계수 이파리로 엮은 배를 띄우고 

삼마산(三馬山) 봉우리를 미끼로 낚시 드리우면 

동백꽃을 가슴에 단 붉은 해가 걸리고 

객사를 떠난 손님들은 유람선을 타고 

낚시에 걸린 붉은 노을을 걷으러 간다​ 

 

해 뜨고 지는 호숫가에는 

바다에 빠진 일몰을 건지려 드는 나그네가 

흑백 사진기 들이대며 황혼을 담고 

아름다운 청춘이 있어 행복했던 

젊음을 되살리려는 노부부의 믿음이 

오던 길을 되돌아가게 한다​

 

- 태호(太湖)의 일몰 - 

 

39. 다시 출장길에서

 

연수가 다시 오른 출장길의 첫 번째 도시는 우시(無錫)이었는데, 거기서 만나기로 한 이선 과장은 먼저 호텔을 예약하고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며 연락이 왔다​

 

이선 과장도 지난 연말의 중국법인 정기 승진 인사에서 기존의 조리 직급에서 과장 직급으로 승진했었다​

 

호텔은 우시(無錫) 시내의 남서 쪽에 위치한 태호(太湖)의 주변에 있었다​

 

태호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담수호인데 그 면적이 서울의 3배 정도인 제주도 전체보다 더 넓은 2,200평방 킬로미터에 달하며, 우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 유명한 쑤저우, 후저우 등의 도시와도 인접해 있다​

 

호텔로 가는 길은 그리 크지 않은 우시 시내에서 벗어나 약간은 한적한 길을 한참이나 지나 도시의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삼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답게 가는 길 곳곳에 오래된 고택들이 수로를 끼고 즐비하게 마을을 이루기도 하고, 푸른 녹차 밭이 끝없이 이어져 있기도 했다​

 

호텔은 태호의 북쪽, 자라 머리 모양으로 뻗어 나온 반도에 자리 잡은 원두저공원 부근에 있었는데,​

 

호텔 앞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그 서쪽 끝에는 마치 바다처럼 넓은 태호가 주변을 압도하는 경관으로 펼치어져 있었으며​

 

삼산(三山)과 마산(馬山)이 함께 어우러진 경치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웠다​

 

택시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로비 한쪽 소파에 앉아있던 이선 과장이 연수를 먼저 알아보고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연수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이한경 상무가 자신은 저녁에 연수가 묵게 될 호텔로 합류할 거라며 연수를 배려하느라 이선 과장을 먼저 보내 연수를 안내하고 연수의 출장을 도우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번 연수의 중국 출장은 사실 이선 과장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었다​

 

이선 과장은 연수의 부탁대로 꼬박 3일간 이선 과장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거나 같은 동향, 같은 학교 선후배를 통해 중국 내의 협력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연수의 출장 스케쥴에 맞추어 그들과의 비밀스러운 면담 일정도 짜주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연수와 조선족 동포와의 면담이 서먹서먹해지지 않도록 이선 과장이 면담하는 자리를 같이하도록 이한경 상무가 배려해 주었다​

 

연수가 이곳 우시를 첫 번째 출장지로 잡은 것은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의 약 50~60퍼센트 정도의 협력업체가 이곳 우시 주변에 집중적으로 입주해 있어서였다​

 

원래 우시(無錫)는 강소성의 두 번째 큰 도시로서 주석이 많이 나는 산지라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처음 도시가 형성되었으나 중국 한나라때 주석을 모두 채굴해버리는 바람에 주석이 남아 있지 않아, 더 이상 주석이 없다고 해서 무석(無錫)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데,​

 

상해에서는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대도시와 비교적 가까운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기현자동차 중국법인과도 자동차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점,​

 

그리고 태호나 려원 등 주변에 관광지가 유명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주재원 가족들의 적응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 등 장점이 많아서 한국에서 오는 협력업체들이 첫 번째로 선호하는 도시가 되었다​

 

연수는 우선 이선 과장이 사전에 예약해 둔 방의 키를 건네받아 방안에 캐리어를 넣어 놓고 다시 호텔 로비로 내려와 이선 과장과 함께 그녀가 소개해 줄 조선족 동포들을 만날 장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면담 장소는 이선 과장이 호텔의 2층에 위치한 비지니스실 안에 있는 룸 하나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비지니스실 안에는 여러 개의 원탁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간단한 다과와 커피를 셀프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는데,​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라서인지 연수와 이선 과장 외에는 비지니스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어 안은 조용했다​

 

연수는 굳이 이번 출장 스케쥴에 주말을 포함시켰는데 그것은 면담대상자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었다​

 

이번 면담이 다소 비밀을 요하는 것이어서 면담대상자가 비교적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주말의 개인 시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시침과 분침이 막 두 시 삼십 분을 가리켰다​

 

첫 면담자와의 면담시간이 세 시라서 그때까지 시간은 좀 남아 있었고 눈치 빠른 이선 과장은 혼자 알아서 쟁반과 접시, 잔을 챙겨 다과를 담고, 면담장소인 룸 안에 넣어 면담장 세팅을 했다​

 

그리고는 이과장 자신은 첫 면담자가 도착하면 안내해서 룸 안으로 같이 들어갈 테니 연수는 먼저 들어가 면담장에서 잠시 쉬도록 권유했으나, 

 

연수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며 잠시 테이블에 앉아 첫 면담대상자가 올 때까지 같이 기다리며 차를 마셨고 그러는 동안 연수는 테이블 맞은편에 다소곳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이과장을 보며 예전에 그녀와 함께 예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를 떠올렸다​

 

그녀의 부모가 있는 집은 동북3성 중의 하나인 길림성의 연길시였지만 학교는 흑룡강성 하얼빈시에 있는 훅룡강대학을 졸업했는데, 졸업을 앞둔 겨울 방학때 부모님이 있는 연길에 들렀다가 마침 연수가 진행 중인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의 리크루팅 소식을 듣고 연길 호텔의 면접장으로 찾아와 최종합격까지 하고, 혼자서 커다란 트렁크 가방에 짐을 가득 싣고 꼬박 24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예청시까지 찾아와 입사를 한 직원이었다​

 

연수는 그런 그녀가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그녀를 연수가 근무하는 인사부에 근무하게 하고 중국어가 서툰 연수의 통역 업무를 겸직하게 했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와 몇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연수를 자신의 부모처럼 잘 따랐고 연수가 출장을 가거나 중방 주재원들과의 미팅이 있으면 어디든 동행을 했다​

 

한번은 여름 휴가 기간에 자신의 고향인 연길로 연수네 가족을 초대해 백두산과 북중 접경지역,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생가가 있는 용정 등을 직접 안내해 주기도 했었다​

 

이선 과장과의 옛일을 회상하는 사이 첫 면담자가 도착했다며 이선 과장이 속삭이듯 연수에게 귀띔해 주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7/20 [11:23] 수정 삭제  
  아~여행가고 싶어지네요 ㅋㅋ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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