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늙어가는

늙어가는

림삼 | 기사입력 2021/01/09 [08:06]

林森의 招待詩 - 늙어가는

늙어가는

림삼 | 입력 : 2021/01/09 [08:06]

 

  © 림삼

- 林森招待詩 -

 

늙어가는

 

바라기 하다가

시간 긴 세월,

버릇으로 두리번거려온 세상 풍경 생각들,

콧날 시큰해지는 느낌들,

 

엔 자랑이 없다

세상에 대한 낯선 분노가 없다

미움도 종국에 가면 투정으로 끝이 났다

 

원망과 그리움, 상실의 무한한 아픔,

멈추고 싶은 순간들 찾아내

단아하고 소박하고 겸손하며 시간 거스르지 않도록 써온....

가 늙는구나,

도 늙는구나

 

늙음은 낡음이나 쓸모없음 아니다

말도 안되는 엉터리조차 세월이끼 끼면서

인연되고 의미되고,

삶 고비마다

속깊이 들어와 박히는 위안이 되는데

 

당신들은 아직 모르리라

 

에 스며든 삶의 늙어감,

그리고 도 삶과 함께

늙어간다는 사실 -

 

에 백발돋아 단어가 되고

에 주름끼어 구절로 되고

에 검버섯피어 행간 되면서

한숨처럼 눈물처럼 가 나이 먹어가면

도 나처럼, 도 당신들처럼,

늙어진다는 진실 -

 

- ()의 창() -

 

이윽고 고대하던 새해의 날이 밝았다. 설레며, 들뜨며, 웬지 모를 희망에 마음은 풍선되어져 잔뜩 바람을 머금고, 새롭게 솟은 새해의 햇살로 뛰쳐나간다. , 이제 또 올 한 해의 살림살이를 시작해보자. 한 해 더 지냈으니 마음을 다잡고 점잖게 다시금 사람살이에 임해보자. 언젠가 또 고단하고 서러운 일들이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지만, 급기야 쉽지 않은 얼굴로 삶이 딴지를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면 모두 헤쳐나갈 힘이 솟는다. 아무리 힘겨운 난관이 위용을 떨치더라도 너끈히 부수고 전진할, 은근한 기운이 솟아난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큼만 힘이 난다면 더없이 좋겠다. 불끈 힘줄 돋은 팔뚝으로 세상이라도 들어 올릴 기상 되새기며, 각오와 다짐을 추스르는 새해 아침이다.

 

다시 돌아온 새해. 그게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느냐만, 이즈막에 느끼는 새해의 부담은 젊은 시절에 흥청망청 버리듯이 던졌던 그 새해의 바뀜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필자도 청춘이던 시절은 있었다. 피 끓는 정열과 생동하는 젊음으로, 세월은 필자를 위해 마냥 그 무한한 날개를 펼쳐보이리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별로 빠르지도, 급하지도 않게 흘러가는 세월 앞에 서서, 하냥 기고만장하여 세상을 향해 소리치곤 했었다.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것 같던 자신감과 능력은 그러나,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서 여지없이 맥을 못추며 이렇게 고개를 숙인다. 이순의 나이가 훌쩍 지나면서 해놓은 것이, 이룩한 업적이, 그리고 별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음이라 해서, 한탄할 것도 아니고 후회할 일도 없지만, 늙는다는 사실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이 진리가 조금은 서운하고 섭섭타. 그렇다고 마냥 넉장거리로 주저앉아 하늘 향해 종주먹만 들이댈 일도 아니요, 세월 탓하며 삶에 파업을 선포할 배짱도 없다면, 지금 이 시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몰두해야 할 생각이 어떤 건지 차라리 얼른 그 묘수를 찾아내는 것이 상책이요 살 길이다.

 

어떻게 된 노릇이 새해가 열렸음에도, 날이 갈수록 한결같이 음울하고 서글픈 의미를 품고 있는 기사들 뿐이니 뉴스를 접하기조차 겁나는 이즈막이다. 아마도 그만큼 코로나와 더불어 죽은 듯이 살아진 지난 한 해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속 깊은 한이 맺히도록 했었는가 보다. 그러니 그 여운도 이토록 길게 늘어지는 것이리라. 예컨대 필자더러 한 번 골라보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뉴스를 희망의 멧세지라고 내놓아야 할지 심히 고민스럽다. 기왕지사 지나간 시간이야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고, 이제부터라도 밝고 맑고 신선한 소식들만 각종 언론에서 쉬지 않고 들려나는 나라, 서로 서로 평화스럽고 풍요로운 관계가 형성되면서, 앞다투어 협력하고 양보하는 사회의 풍조가 되살아나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사람은 사람처럼, 사람이기에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야 할텐데,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분명 도처에 많이 있긴 있을텐데, 대체 어디에 꽁꽁 숨어 있는 걸까? 한 마디로 갈증이 난다. 어디서 시원한 물이라도 한 바가지 퍼마시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면 막힌 가슴이 좀 시원하게 뚫리려나? 필자가 바라는 사회가 진정 건설될 수 있으려나? 반신반의 하다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필자부터라도 작은 밀알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각을 채근하게 된다.

 

이렇게 속절 없이 늙어가면서, 그저 맥없고 무력한 시어를 나열하여, 시랍시고 지어내는 것이 대관절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자책을 하면서, 괜스레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붉어진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렇구나. 나부터 먼저 비겁하고 무책임한 타성에서 벗어나자. 어렵고 힘든 일은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과제라는 통념을 털어내자. 남이 먼저 손을 내밀면 그 후에 반갑게 잡아주어야지 하는, 피상적이고 소극적인 버릇을 없애버리자. 사회의 지도층에서 먼저 솔선수범하면 사회가 깨끗해질 거니, 그들에게 자발적인 솔선수범을 강요해야 한다는 고루한 생각을 아예 없애자. 정부의 조치만 바라보고 있다 보면 저절로 풀리겠지 하는 의타심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주와 자립의 마음가짐을 지니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나서자. 먼저 움직이자. 그럼 된다. 그럼 다 된다.

 

작은 생선은 자주 뒤집으면 먹을 게 없다. [若烹小鮮]’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그만 생선을 구울 때 최악의 방법은 불을 세게 높이고 이리저리 뒤집는 것이다. 조그만 생선은 스스로 익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을 때 가장 완벽하게 익는다. 무위가 오히려 생선을 제대로 익게 만드는 최상의 선택인 것이다. 조직에서도 유능한 리더는 직원들의 업무를 시시콜콜 간섭하거나 그들의 무능을 탓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직원들이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의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소리 지르며 강하게 군림하기보다는 그들의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는 조그만 생선을 굽듯이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약팽소선의 원칙, 오늘날 조직의 리더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절실히 보여주는 철학이라고 믿으면서, 조심스레 올 해의 사자성어로 약팽소선(若烹小鮮)’을 추천해본다.

 

아울러 신중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올 한 해를 살아가는 좌우명으로 또 어떤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합당할까? 어떠한 생활 태도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적절한 사람살이일까? 비단 다른 사람에게 권면하고 추천하는 삶의 자세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에게 당부하는, 잘 살아내라는 목표점을 겸해서,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내친 김에 설계도를 그려본다. ‘손자병법에는 현장에서 군사들의 기운을 살피고 관찰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침에 병사들의 기운은 정예병이 된다. 그러나 낮이 되면 병사들의 사기는 나태해지고 게을러진다.그리고 저녁이 되면 병사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게 된다.” 처음 출정할 때 군사들의 사기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기는 떨어지고 결국 탈영병과 이탈 병력이 생기게 된다. 관건은 저점을 얼마나 빨리 통과시키느냐에 있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는 저녁의 기운을, 아침의 날카로운 기운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저녁의 기운으로 떨어져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만 젖어 있는 병사에게 소리를 지른다고 그들의 사기가 다시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들의 사기가 왜 떨어졌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능한 리더의 사기 관리 방법인 것이다. 바로 오늘날의 이 어수선하고 뒤죽박죽이 되어 있는 형태의 세상에서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이 그것이다.

 

이제 새해는 시작이다. 비단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나보다 더 힘들고 버거워도 꿈을 잃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있다. 절망의 끝이라고 힘들어 하지 말자. 당신에게 보이지 않을 뿐, 희망은 저 멀리에서 한 걸음씩 당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정말이다. 그걸 찾아내자. 그러라고 저렇게 새해의 새 햇살이 비추고 있는 거다. 적어도 지금이라면, 이제껏 살아오면서 실수와 실패만 거듭하고 언제나 남들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고 해서, 내세울 것 없이 보잘 것 없는 삶이었다고 해서, 자신을 책망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자. 움츠리고 고개숙인 스스로를 용서하고 자신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주자. 지금은 새해가 열리는 시작의 시간이다.

 

어느 날 남편은 지방 업체에 가는 길에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따로 둘이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드라이브 겸 다녀왔으면 한 것이다. 아내는 몸이 힘들어 내키지 않았지만 모처럼 만의 데이트인지라 마지못해 동행하였다. 그런데 지방 업체의 일을 끝마치고 돌아오던 중 그만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하고 만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남편은 척추 골절로 중증 장애인이 된다. 남편은 이후로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못하게 한다. 사진도 다 치워버리고 회한 속에서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버티고 있다. 공연히 지방에 같이 가자 권해서 아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자책감에 가슴을 친다. “그 때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할 수만 있다면 그날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 바꿔놓고 싶다. 이렇게 되어버린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누구보다, 무엇보다,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못해준 것만 기억난다. 약속 안 지킨 것만 기억난다. 그렇게 빨리 떠날 줄 몰랐었다. 알았으면 잘 해주었을 건데... 못 마땅해도 핀잔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도 충분히 좋다고... 그냥 웃어 주었을텐데... 사랑한다고... 당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곁에 있어주어 고맙다고.... 그렇게 말해 주었을텐데... 아니... 그냥... 말없이 안아 주었을텐데...

 

용서하기가 가장 어려운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우리는 바로 나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이제는 나에게 말해주자. 나를 비난하고 책망하는 비수같은 말을 거두고 나에게도 말해주자. 사랑한다고...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가슴에 따스한 사랑을 보내주자. 당신이 자신을 용서할 때 비로소 당신 곁을 떠난 영혼도 안식할 수 있다. 그 사람을 위해 당신을 용서하자. 눈을 감고 고요히 숨에 집중한다. 숨을 들이 쉬며 나를 느낀다. 숨을 내 쉬며 나를 느낀다. 숨을 들이 쉬며 그저 숨을 들이 쉬는 나를 느낀다. 숨을 내 쉬며 그저 숨을 내 쉬는 나를 느낀다. 참 잘 하고 있는 거다. 힘들 때면 그냥 이렇게 숨만 쉬어 보자. 무엇을 자신에게 강제하지 말고 숨만 쉴 수 있으면 된다. 용서는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내 안의 평화에 이르는 길이다. 깊고 고요하게 숨을 쉬면서 내 안의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것이 시작이다. 그것이 참된 시작이다. 새 시작이다. 또 하나의 시작이다. 지금 새날이 열리고 있다.

 

  © 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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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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