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리처드 리키 지음, 황현숙 옮김, 2010) / 차용국

차용국 | 기사입력 2020/08/09 [17:22]

인류의 기원(리처드 리키 지음, 황현숙 옮김, 2010) / 차용국

차용국 | 입력 : 2020/08/09 [17:22]

▲ 인류의 기원(리처드 리키 지음, 황현숙 옮김, 2010) / 차용국  © 강원경제신문



인류의 기원(리처드 리키 지음, 황현숙 옮김, 2010)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인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해 오늘날의 우리에 이르렀는가?(4쪽). 이 책의 주제입니다. 저자 리처드 리키 박사는 이 주제를 찾아 과거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 가면, 우리가 잊고 있는 본래의 진실을 발견하고 대면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감히 가늠하기도 불편한 지질학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인류의 지난한 진화의 역사를 더듬는 것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지식과 굳은 믿음의 기원에 관한 본래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열망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처드 리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우리 조상들의 흔적을 찾는 데 전 생애를 바친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부부의 아들입니다. 리처드 리키는 '어린 시절에 나는 화석 사냥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인 양친의 그늘에 가려 살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험심이라는 신기한 마법이 나를 이 일로 끌어들였다(15쪽)'고 회고합니다. 

 

리처드 리키는 말합니다. 자신도 부모가 누렸던 전설적인 '리키의 해운'을 물려받은 것이 분명했다(15쪽)고. 그렀습니다. 분명 전설적인 행운의 대물림이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메리 리키는 1959년 8월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계곡에서 최초의 원시 인류 화석을 발굴했습니다. 건강한 두개골 화석이었습니다. 아버지 루이스 리키는 이 화석에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진잔트로푸스는 '동아프리카 남자'라는 뜻이며, 보이세이는 이 탐사를 후원한 '찰스 보이세이'를 말합니다.

 

10년 후 1969년, 리처드 리키도 케냐 북부 투르카나 호의 사암 퇴적물에서 175만 년 전에 땅속에 묻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 원시 인류의 두개골 화석을 발견했고, 1984년에는 같은 지역 언저리에서 그가 '투르카나 소년'이라고 이름 붙인 호모 에렉투스 한 개체의 전체 골격 화석을 찾아내는 행운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전학, 예술, 언어 등과 같은 현대 학문의 지식을 인류학에 접목하여 부모가 이루어 놓은 업적을 가일층 계승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1967년 이전에 인류학자들은 화석 증거가 극히 먼 과거에, 적어도 1500만 년 전에 인간과 유인원 사이에 진화적 분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그해, 그러한 분화가 훨씬 더 최근인 약 500만 년 전에 일어났다는 분자생물학적 증거가 제시되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새로운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41쪽). 과학적 진실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네 발 보행에서 두 발 직립 보행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몸의 해부학적 구조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50쪽)는 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은 미래에 발견될 과학의 몫 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을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 다 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입니다. 인류학자들이 갈망하는 원시 인류의 화석 발굴은 가치 있는 업적이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진실을 해석하는 일은 인류학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현생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각 가설들은 나름 제시하는 논리와 증거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옳고 그름으로 갈라놓고 볼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비교적 최근에 발표되어 주목 받고 있는 견해가 '미토콘드리아 이브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계를 통해 유전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한 사람의 여자 조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현대인은 아프리카에서 약 15만 년 전에 살았던 한 여성에게까지 유전적 선조를 추적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182쪽). 미토콘드리아 이브 가설은 더글러스 월리스 연구팀과 앨런 윌슨 연구팀의 주장입니다. 앨런 윌슨은 연구 결과를 1987년 1월호 ''네이처''에 처음 발표했습니다. 유전학의 발달은 인류학에 영향을 줍니다.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생 인류는 다른 포유류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진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선사인은 도처에 그림을 남기기도 했고, 언어와 정신세계를 개척하고, 식물을 경작하고 가축을 사육하며, 복잡한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얼른 보기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무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복잡도의 증가는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라 문화적 진화에 의해 이끌어진다(154쪽)는 점입니다. 특히 예술이라는 언어는 그 예술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그 예술 작품에도 현대적인 인간 정신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오직 호모사피언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징과 추상화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아직 우리는 현생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 과정에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정신세계의 탄생이 포함되어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220쪽)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선사인이 남긴 예술을 해석하고 이해함에 있어서 과학과 상상력이 융합된 성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선사인에게서 볼 수 있는 예술의 기원이 지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예술 활동과 별개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갖게 된 인류는 자연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세계는 자기 성찰적인 세계, 우리가 만들어 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있는 세계, 즉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세계입니다. 언어는 우리의 매체가 되었고, 문화는 인류의 생태학적 지위를 규정지었습니다(221쪽). 아직 근거가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현생 인류가 다른 경쟁 인류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에은 섬세한 언어의 사용이 한 몫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언어의 기원에 관해서 신체해부학적 접근은 흥미롭고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후두 위치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은 넓은 범위에 걸쳐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후두가 목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성대 위쪽으로 인두라는 커다란 소리통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241쪽). 사람을 제외한 모든 포유동물의 후두는 목구멍의 높은 쪽에 달려 있으며, 그 덕분에 동물들은 숨을 쉬면서 동시에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당연한 귀결로 인두의 구멍이 작아져 동물이 낼 수 있는 음역을 제한되고 있습니다(242쪽).

  

하지만 인간의 후두가 처음부터 목 아래쪽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증거는 지금도 인간의 몸에 남아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일반적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목구멍의 높은 위치에 후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젖을 먹으면서도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러나 18개월이 지나면 후두가 목구멍 아래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14살이 되면 어른과 같은 위치에 도달하게 됩니다(243쪽). 이와 같이 인간이 먹고 숨 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후두의 위치를 변경시켜 소리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이것이 인류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언어의 탄생은 지난한 진화의 역사에서 인류 스스로 단행한 자연선택의 결과물이란 함의입니다.

  

진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 중 하나는 종 사이의 끊임없는 경쟁입니다. 그 경쟁 과정에서 어떤 종은 진화적 개량을 통해 일시적인 이득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 개량은 그에 대응한 다른 종의 개량으로 인해 효력을 상실하고, 다시 다른 종이 그에 대응한 개량을 하고 ...... 이런 식으로 계속됩니다(263쪽).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 등과 같은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인류를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언어의 선택과 같은 문화적 진화의 결과입니다. 

 

우리 개인이 인식하는 세계는 본질적으로 우리 자신의 경험에 지배되는, 스스로가 만들어 낸 세계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람이라는 종의 입장에서 인식하는 세계는 우리가 갖는 감각적 통로의 특성에 따라 지배됩니다(264쪽). 시각ㆍ후각ㆍ청각이라는 감각적 통로가 특정 동물 집단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데 특별한 중요성을 가지듯이, 언어는 사람의 정신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구성 부분입니다(266쪽). 현생 인류의 섬세한 언어 사용은 체험과 인식의 범위를 확대하여 정신세계를 창조하고 유전했습니다. 

 

사람의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대리 경험은 죽음에 대한 공포일 것입니다. 그 대리 경험이 신화와 종교의 탄생에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281쪽). 모든 사회는 나름대로 죽음을 신화와 종교의 일부분으로 조화시켜 왔습니다(285쪽). 사람의 사회는 모두 기원에 관한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 신화는 모든 이야기 중에서 가장 근원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기원 신화는 내성적인 의식이라는 근원지에서 샘솟는 것입니다. 그것은 삼라만상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하는 내부적인 목소리입니다(287쪽). 

 

신화의 특성은 의인화입니다. 의인화의 경향은 의식의 진화라는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자신의 감정으로 모델화해서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사회적 도구가 의식인 셈입니다(288쪽). 현생 인류는 자연과 사물, 심지어 상상의 사물마저 인격화 하여 다양하면서도 통일된 공유의 정신세계를 창조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다양성과 통일성을 경험하면서 살아갑니다. 오랜 세월 수렵ㆍ채집인으로 살아온 우리 조상이 경험하고 형성한 세계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이렇듯 훌륭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축복을 기뻐해야 할 것이다(289쪽)라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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