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제신문] 김철우 기자 = 현재 경남민족미술인협회 회원, 의령예술촌 서양화분과 사무국장, 토백회 회원.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선정 작가, 창원문화재단 심의위원, 3.15 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며, 160여회 전시회를 통해 미술로 현실을 발언하는 현대미술가 권 산 (Contemporary Artist - SAN, KWON).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들여다 본다.
권산 현대미술가 그는 제2세대 민중미술가이자 현대미술가이다. 그는 가장 동시대적 현대미술을 추구한다. 그래서 "Contemporary Artist"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그는 영남대학교서 미술을 공부하였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가담하면서 이 사회의 정치 사회 그리고 각 요소요소의 부조리들과 맞서 싸웠다. 그러면서 그만의 의식세계가 형성된듯하다. 그렇게 다져진 의식 세계는 그 어떤 것과도 부딪혀 굴복하지 않는 그런 강인한 매개체가 되어 현재 작품에서 툭 툭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시절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 시절 세월호 추모전 “천 개의 바람", "나는 우리다"등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전시에 참가하며 현실적 발언을 작품을 통해 쏟아 내었다.
그의 그림은 현대인의 상처를 다루고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상처 입고 병든 현대인을 파란 몸의 여인으로 표현하고, 그 여인을 등에 태운 거대한 물고기는 우주를 천천히 유영하며 병 든 현대인을 치유한다(Moon-Adagio에서). 그는 작품에서 많은 존재의 아픔과 통증을 표현하지만, 결코 그것들을 어두운 자체의 것으로 놔두지 않는다. 절망과 좌절엔 희망을, 고독과 외로움엔 따뜻함을, 아픔과 고통엔 치유를, 그렇게 작가의 시선과 의식으로 급하지 않게 조용히 치유를 그림 속에 스며 넣는다.
나는 안팎의 경계를 넘어서 찬란한 흰 우주의 혹은 검은 흑빛의 태양을 훅 통과해 오롯이 형체도 없는 무형의 차가운 몇 차원의 세계에 들어선다. 그렇게 현실을 피해 우주든 어디든 도망치듯 내달리지만 결국 나의 자리는 세상의 변두리 초라한 작업실에 있다. 검은 형체로 그렇게 웅크리고 무언가 열중하고 있다.
나는 체질상 환상을 좇고 무지개를, 혹은 그 밑의 꽃밭을 뛰어 노닐지는 못한다. 세상은 늘 아우성치고 나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같이 길을 걷는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TV를 보고, 같이 잠을 잔다. 세상은 끝없이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그것들과 이야기하며 내 온갖 감각을 일깨운다. 새벽에 깨어 있으라 했다. 누구든 가슴에 파도는 친다. 그 파도의 높이는 가늠하지 못할지라도 그 파도에 부딪혀 쓰러지는 고통은 누구나 같지 않겠는가 나는 그 고통과 애환을 인생의 한 페이지에 책갈피처럼 끼워 넣으려 한다.” - 작업 노트 중에서
문명의 이기로 세상은 점점 거대해지고 그에 반해 인간의 존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치솟는 커피 값 보다, 인간은 미미한 반등세의 반복으로 겨우 연명하는, 희미한 존재처럼 보인다. 정치와 역사, 사회 경제, 인간에 대한 화두는, 그 끝이 없을 만큼 광범위하다. “시대와 역사를 외면하는 예술가는 죽은 예술가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권산 작가는 그 시대를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미술사를 보면, 지금은 포스트모던의 시대이다.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철학자들은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지금은 어떠한 개념적 틀도 예술을 가두어 놓지 못한다. 탈 이데올로기와 비 카니발 적 세상에서 신의 영역과 사회적 통념, 이성과 감성의 구속력 또한 할 일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나날이 미술이 더 복잡하고 난해하며 어려워지고 있다. 분명 작가주의적 철학은 살아있어야 한다. 개념미술의 접근 방법은 난해가 아닌 이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작업에 대해 쉬운 풀이가 있어야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접근할 것이다 권산 작가는 늘 전시 때마다 자신의 작업 노트를 인쇄하여 작품의 옆에 붙여놓는고 한다. 관객에 대한 작가의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이다. 관객들은 그 작가의 배려에 늘 감사를 잊지 않는다. "나는 이 세상이 점점 어렵게 느껴져요.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사람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는지 서로의 배려를 잊고 살지요. 화려한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그림들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데 미칠 것만 같아요. 제가 염려 하는 건 ‘제 그림이 예뻐질까’가 아니어요. 점점 어두워져 갈까 봐 겁이 나는 거죠. 더는 쓸쓸한 고독의 길을 걷고 싶지 않아요. 그게 뭐가 좋다고 그 길을 고수하고 싶겠어요? 하지만 갈수록 세상이 힘들어져요. 누군가는 그 세상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마다하지 않고 선택해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말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름다운 것들만 그리고 싶어요. 그래도 절망 속에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나는 작가의 고뇌를 분명 보았다. 좁은 작업실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으며, 그림이라는 작은 창으로나마 소통하려 애쓴다.
권산 작가는 2019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국제화랑아트페어에 출품할 작품을 한참 작업 중이다. 몽 시리즈 중 ‘몽3’와 ‘몽4’를 각각 120호 크기로 제작 발표할 예정이다. ‘몽3-늙은 왕의 꿈’, ‘몽4-원죄’ 두 작품이 얼마나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것인지 현장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마릴린몬로
현대 사회는 외모지상주의가 판친다. 그 위를 거슬러 올라가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미인들이 언제부터인가, 일반인들의 거울 속 표본이 되어 갔고, 요즘은 면접관이 실력보다는, 외모를 우선시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미의 대명사인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에게 “외모지상주의” 그 원죄를 물어 가슴에 십자가를 세기고 이마에 바코드를 찍었고, 그것으로 상품화되어가는 현대인들을 풍자했다.
달과 아다지오(Moon-Adagio)
꿈의 세계처럼 칠흑 같은 공간, 우주선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물고기, 멀리 보이는 달,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캔버스의 공간적 배경이 우주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다. 물고기의 정령처럼 등위에 엎드린 채 몸을 맡긴 여성의 나부는 푸른색이다. 병약한 몸이다.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류의 모습이다. 인간의 환경파괴로 씻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내상을 입은 지구가,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되돌려 안긴 결과이기도 하다. 삼각형의 귀로 미루어 볼 때 지구 밖을 떠다니며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여 초자연의 치유력에 의존하는 신인류임을 짐작하게 해 준다. 달이 비치는 고요한 밤의 연못 같은 우주 공간에서 병든 몸을 치유하고자 물고기의 등에 의지한 채, 떠다니는 속도는 의외로 느릿하다. 안단테와 라르고의 중간속도를 의미하는 아다지오는, 바로 유영의 속도이자 삶의 속도이다. 현대인이 회복해야 할 치유의 방법이, 느림에 있다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림에 음악적 속도감을 부여한, 이 작품은, 얼핏 사이키델릭(Psychedelic) 연주자처럼, 전통적 작법을 무시하며, 변조된 방식으로 몽환적 의식상태를 표현하곤, 저 멀리 달아나는 파격이 돋보인다. 바로 다른 세계와 교신하고자 하는 작가의 속내가 읽히는 작품이다. 달과 아다지오는 얼마 남지 않은, 병든 현대인의, 지구인의 끝자락을 암시하는 예언적인 그림이란 생각이 든다
평론 : 오정현 (Collector, 산리지 미술관 건립 예정)
GLORY, GLORY, GLORY
영광, 영광, 영광, 저 옷깃에 붉고 찬란한 휘장, 우와~~~대단해. 내 가슴에 빛나며 덜렁거리는 훈장, 오 오 오~~~멋져. 누군가 누구의 터를 짓밟고 훈장 하나 어깨에, 누군가 누구의 침략을 막아내고 훈장 하나 가슴에, 누군가를 때리면 상을 주었다. 누군가를 죽이면 상을 주었다. “울면 상을 주지 않아, 그래, 그래 맞서야지”
그들은 제3자가 아닌가? 그들은 싸움도 붙이고 막는 법도 가르쳤다. 아직도 제3자들은 우리의 희생을 강요한다.
백설공주
독이 든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여인. 독이 몸에 퍼지는 순간 동공이 풀리고 눈조차 비대칭으로 일그러진다. 붉은 탐욕은 립스틱처럼 입가에 번진다. 손끝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갈지라도 탐욕은 끝까지 놓지 못한다. 욕망의 크기만큼 목이 길어지고, 부풀린 헤어스타일 또한, 탐욕의 거품처럼 뽀글거린다.
컬렉터의 입문은 아마 풍경이나 정물 아주 정서적 접근이 용이한 서정적 그림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꽃과 나무에 홀려 한두 점씩 사다 보면 집안은 온통 '꽃 천지'가 된다. 나도 그랬듯이, 컬렉터가 컬렉터의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할 시점에, 어느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 한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림이란 무엇일까? 작가의 손끝에서 나오지만, 작가의 의식세계에서 창출된 행위이자 결과물이다. 작가주의가 강한 작품들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어둡고 무겁다. 때론 광기 어린 붓질과 절망, 고통, 폐부 깊숙이 찌르는 칼날과도 같은 저항이 녹아있다. 작가 권산은 역사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작가이다. 그의 그림은 작가주의로 똘똘 뭉쳐져 있다. 우리에게 일어난 공통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현실적 발언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다. 현대인은 군중 속의 고독, 그 심한 고독에 몸부림치지만, 결코 자신의 아집과 권리 또한 포기하지 않는다. 욕망과 탐욕 또한 만만치 않다. 권력자들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부조리를 마다하지 않고, 사회 곳곳엔 쓸쓸히 쓰러져 가는 약골들이 슬픈 눈물을 흘린다. 권산의 그림엔 그들의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그림들은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그의 신작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컬렉터로선 참 즐거운 일이다. - 이희배 컬렉터(Collector) 송헌문화재단 이사장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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