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랍씨는 궁금한 그녀를 향한 안테나를 접을 수가 없다.

오지랍씨가 그녀에게 관심의 안테나를 가동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지랍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날마다 주차전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가뜩이나 주차장소도 협소한데 요즘은 일가구 2차량이상인 세대가 부지기수인지라

조금이라도 퇴근이 늦을라치면 차 댈곳이 없어서 온동네를 이 잡듯이 뒤져야한다.

당연히 주차자리를 세밀히 봐둬야 하고 또 누가 좋은 자리를

픽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단독주차 자리에 유독 눈에 띄는 컨버터블 페라리 한 대를 보게 된 오지랍씨였다.

'야,이건 드럽게 비싸 보이는데 주차자리까지 아주 그냥 끝내주는구먼..이런 차는 어떤 놈이

타는겨?'

걍 무턱대고 이 차를 끌고 다니는 부러운 놈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 만으로는 이 차의 주인이 누군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궁금증이 더해만 가던 그때에 그 차의 주인장을 목격하는 찬스를 맞게 되었다.

회사 서류를 집에다 놔두고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에 왔다가 단독 주차자리에서

빠져 나오는 페라리를 보게 된거였다.

컨버터블이지만 지붕을 뒤집어 쓴 페라리 안 쪽에 얼핏 보이는 주인장은 놈이 아니라 그녀였다.

누가봐도 젊은 여자였는데 그 비싼 페라리를 몰고 다닌다니

그녀는 능력자이거나 금수저 아니면 카푸어 일것이다.

오지랍씨는 그녀가 떠난 단독 주차자리에 폼나게 주차를 한 다음에 점심식사를 하고 서류를

챙겼다.

'대체 뭘 하는 여자이길래 대낮에 페라리를 몰고 다니지? 그녀는 회사도 안 다니는걸까?'

오지랍씨는 순식간에 소설 한 편을 구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중이다.

그 귀한 단독 주차자리를 벗어 나자니 안타까움이 물밀듯 밀려 오는데 저 만치서 보무도

당당하게 사라졌던 페라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 이 자리 어딘가에 씨씨 카메라를 설치 해놓았나?'

정말 귀신 같았다.

그러고 나서 정말 신기하게도 그녀는 이곳저곳 단독 주차자리를 떡하니 잘도 찾아 다니며

주차를 하고 있었다.

오지랍씨처럼 저녁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애가 타는 일이 없어 좋을 그녀여서 더욱 부러움의

대상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늘상 부러움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페라리 컨버터블에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남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단독 주차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페라리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이곳 저곳 장소는 바뀌기 일쑤였는데 두달째 한곳에서 그대로이다.

먼지가 수북하다.누가 봐도 그냥 방치된 상태이다.

'설마!..그녀가?'

오지랍씨가 갈등중이다.

요즘 매스컴속에서 안타까운 일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고독사>아니든가?

'혹시 그녀가 혼자 사는데 아프거나 쓰러졌는데 그냥 방치된 채 죽어 가는거 아닐까?'

'에이,설마..괜한 관심으로 또 욕이나 처 먹는거 아녀?'

그렇게 갈등을 때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오지랍씨가 드디어 전화를 돌렸다.

"저 관리실이죠? 다름 아니라..."

이러쿵 저러쿵 그동안의 지켜본 바를 이야기 했더니 한바탕 난리가 났다.

관리실에서 인터폰을 넣어 봤지만 반응이 없어서 경찰이 출동했다고 했다.

그 경찰이 오지랍씨를 찾아왔다.

"최초 신고자가 오지랍씨 맞나요?"

"아,네 맞는데요"

"신고는 고맙지만..."

뉘앙스가 별로였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 페라리 차주는 지금 해외 여행중이라고 합니다만 전화 주신 분은

혹 그분을 쫒는 스토커 이신건가요?"

"네에? 스토커요?"

오지랍씨가 또한번 오지랍했다.

"이런 우라질레이숑 같으니..."

▲ 멋진 페라리 함 몰아 보시죠~  ©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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