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춘향이 그네

02/25 춘향이 그네

최병석 | 기사입력 2023/02/25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춘향이 그네

02/25 춘향이 그네

최병석 | 입력 : 2023/02/25 [01:01]

만보씨는 요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모두들 새해가 되면 의례히 마음을 다 잡고 무언가를 시도하려 하는데  만보씨도 그랬다.

항상 시작을 거창하게 해야 앞으로 다가올 한해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된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는 만보씨였다.

작심삼일을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고 어느덧 음력 새해를 지나 정월 대보름이 코앞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드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해는 정월 대보름이란다.

암튼 그런거고 이제 새봄이 오기 전 무언가를 시도 해야만 한다.

만보씨는 드디어 결심했다.

'올 한해를 만보의 해로 정하자'

다른 거는 몰라도 날마다 꼭 만보걷기를 실행하겠다는 것이다.소위 말하는 <만보 챌린지 >의

완전한 실행을 결심한 것이다.

만보씨는 결심을 실행에 몲기기 위하여 우선 챙겨야 할 것들을 챙겼다.

뭔일을 시작하려면 마음을 다 잡는 것외에 준비해야할 것들이 왜 있잖은가?

일단 그럴듯한 츄리닝 한벌,오래 걸어도 발을 편안하게 잡아줄 트레킹화 한 켤레, 그리고 새 결심을 확고히 잡아줄 머리띠 하나...

누군가가 그랬다.

"모든 운동에는 장비빨이 따른다."

이제 장비빨까지 갖추었으니 <만보 챌린지 >그 까잇꺼 아무것도 아니다.

만보씨는 이름에 걸맞는 <만보 챌린지 >의 스타트를 끊었다.

첫번째 만보걷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걷는다는 생각으로 장도에 오르다보니 제대로 된 만보의 구현이 어려웠다.

가장 중요한 만보를 체크해 줄 만보계를 집근처 다이소에 가서 아나로그식으로 장만했더니

이건 일관성도 없고 가끔씩 들여다보기가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차이가 나는 클라쓰..

친구놈에게 얘기 하였더니 요즘 누가 만보기를 쓰냐고 한다.

핸펀에 돈버는 앱을 깔았는데 만보를 걸으면 백원이 적립된다고 한다.

"이왕 걷는거 돈까지 버는데 좋은거 아녀?"

듣고보니 그렇다.

만보씨는 친구놈이 깔아주는 <돈버는 만보걷기앱>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뺀질아! 우리 둘이 내기하자"

"한달동안 만보챌린지를 성사시키고 최대로 걸은 걸음수가 많은 사람한테 하루에 만원씩

계산해서 삼십만원을 주는거야"

"오호랏,거 아주 기막힌 생각이다!"

만보씨는 벌써부터 삼십만원을 주머니에 넣어 놓은것처럼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만보씨가 아는 친구 뺀질이는 흔히 말하는 요령만 피울줄 알지 몸을 쓰는 데는

젬뱅이였다.

만보씨는 <돈버는 만보걷기앱 >에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쌓여가는 숫자 그 이상으로 뿌듯함을

느끼며 걷는중이다.

시작이 반이고 이제 그 나머지만 걸으면 된다.

잠시 잠깐만 참으면 거금 삼십만원이 만보씨 수중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거야말로 <꿩먹고 알먹기><도랑치고 가재잡기><돈도 벌며 건강해 지기>

일석이조의 행복한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올 한해는 웬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일주일이 지났다.

웬일인지 뺀질이가 열심이다.

만보씨는 안하던 운동을 하느라 온 몸이 욱신거리고 입술이 다 부르텄는데 뺀질이는 쌩쌩하다.

그런데도 뺀질이가 보내오는< 만보걷기앱>의 인증샷은 늘상 만보씨보다 우위에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만보씨의 삼십만원이 간당간당하다.

하루에 만보로는 뺀질이와의 내기에서 이기기 힘들겠다.

만보씨는 하루 만보에서 만오천보로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역시나 뺀질이보다 많이 걸으니 인증샷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그날 하루만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이내 뺀질이가 승리의 기쁨을 다시 앗아갔다.

'아니 이게 뭔일이래?'

만보씨는 다시금 목표를 수정했다.'에잇,하루 이만보다'

그리고는 다시 그날 하루만 승리자였다.

더이상 뺀질이는 만보씨가 알고 있던 그 친구가 아니었다.

만보씨는 갑자기 많은 양의 걷기운동으로 결국 몸살이 났다.

한달동안 걷고 그에 따른 정산을 하기로 했는데 만보씨의 체력이 뒷받침을 못해주니 결국

약속했던 돈 삼십만원을 고스란히 친구놈 뺀질이에게 헌납하고 말았던 것이다.

만보씨는 내기에서 졌기 때문에 쌩돈 삼십만원을 토해내야만 했고 욱신거리는 온몸을 몸살로

케어해야 했기에  이래저래 아픈 시작이 되었다.

아팠던  몸과 마음을 추스렸지만 헛헛한 맘으로 뺀질이에게로 향했다.

"띵동 띵동"뺀질이는 아직 자고 있나보다.사람보다 먼저 기어 나온 "지잉"하는 소리에

만보씨가 뺀질이네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만보씨의 눈에 기이한 물건이 보였다.

'헉,아뿔싸! 이럴수가~'

그랬다.

뺀질이는 그동안 걸어서 만보걷기앱을 가동한게 아니었다.

뺀질이는 책상위에서 일명 <춘향이 그네>에 핸펀을 올려놓고

수십차례 반복운동을 통하여 걸음수를 올려왔던 것이다.

몸살에 입술까지 부르텄던 만보씨에 비해  유독 이만보 이상을 걷고도 쌩쌩했던 뺀질이의

미스터리에 대한 이유...

 

'휴우,이 놈을 내 죽여 말아?'

 

▲ 이런 그네 보셨어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주문 가능!!
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꼰대 23/02/26 [12:03] 수정 삭제  
  아이!기가맥힝게모냐카마!만보,니만보,걷는디,모? 춘항인디?이도링인지허는그네에올리노코,수십차례라? 아이거그에서두,같은,닐만번,니만번,근디리든디?아님돌리든디,햐야능거이아녀라? 기럼,그짖거리허능거나,귿(걷)는거이나,진배읎실터? 기런 야그가,말이되어라? 만,만번,니만번,함 돌리든디?터치히보기여라? 기가아니구,뗑이차는야그,ㅎ ㅁ 거시기맹랑한 야그,글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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