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큰거 한 껀!

0813 큰거 한 껀!

최병석 | 기사입력 2022/08/13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큰거 한 껀!

0813 큰거 한 껀!

최병석 | 입력 : 2022/08/13 [01:01]

대박씨는 오늘 한 껀 했다.

영업사원으로 입사 이래 껀 수다운 한 껀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우리 꼬장꼬장한 최팀장 으로부터의 갖은 수모와 핀잔을 단박에 날려버리고 꼿꼿하게

머리를 처 들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자그마치 이 빅오더를 수주하기위해 3개월을 쫒아 다녔다.

못피우는 담배를 설계 담당자와 한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줄담배를 마다하지 않았고 수시로 아메리카노를 사다 날랐으며 주말만 되면 불타는 금욜에

활활 타오르는 욕구까지 억눌러가며 업무에 매진했다.

아 물론 못먹는 술도 취했다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정신머리를 단단히 붙잡아매었다.

그러다가 간밤에 아리따운 공주와 무도회에서 만났다.

감미로운 분위기와 음악에 한 몸으로 핑그르르...

꿈속에서 꿈같은 춤을 추다가 공주의 삐끗함에 우지끈 넘어지느라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더니 아침 출근길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윤 책임님 안녕하세요?"

"? 아 넵 출근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가겠습니다."

발주서를 보냈단다.

"야호!"대박씨는 뛸듯이 기뻤다.

그야말로 좋은 꿈을 꾸고 난 이후의 일이라서 더욱 좋았다.

휘파람을 불어대며 사무실 문을 들어서는 대박씨를 보자마자 최팀장이 대뜸 한마디를 날린다.

"대박씨! 거 제발 책상 정리좀 하고 다니라구,저게 모냐구?"

아닌게 아니라 쫌 아니 많이 지저분 한건 사실이었다.

',참 아무리 그래도 빅오더 때문에 텐션 가득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웬 찬 물?'

대박씨는 자기도 모르게 애꿎은 책상을 걷어찼다.

"어라,대박씨! 지금 대드는거야?"

"아 아뇨,지가 감히 어찌.."

말끝을 흐리는 대박씨의 입에서 자동 반사되어 튀어 나간 말이 있다.

"지가 언능 납품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깔끔하게 정리해 놓겠습니다.염려 붙들어 매시옵소서"

어쩔수 없는 사회인으로서의 순간 대처법..

대박씨는 서둘러 발주분에 대한 출고전표를 날려 물건까지 챙겨들고 거래처로 향했다.

흐뭇한 표정으로 사랑스러운 물건을 건네주는 아름다운 이 거래현장을 보라...

뿌듯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게다가 납품과 동시에 대금결제가 완료 되었다.

비록 약속어음이긴 하였지만 수주에서부터 납품 그리고 수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큰거한껀! 대박씨는 꿈같은 비즈니스의 한 복판에서 표효했다.

그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회사로 입성했다.

레드카펫이 입구부터 사무실까지 쫙 깔려있고 사방팔방에서 환호성이 넘쳐나는 장면이

대박씨를 흥분하게 만들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조용하기만한 빈 사무실에서 오직 대박씨만이 쭈삣 거리고 있는 중이다.

이참에 최팀장한테 내뱉은 말을 주워담기로 하였다.

책상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철지난 서류뭉치들이 눈에 거슬렸다.

'그래,맞아 일단의 정리는 먼저 버리는 것부터...'

채곡채곡 두서없이 쌓여있던 서류중에 과하게 때를 놓쳐버린 쓰임새가 무색한 것들을 따로

모았다.

아무렇게나 받아적어 놓았던 메모지며 기안용지들과 이곳저곳에서 날아왔던 우편물들 모두를

한곳에 몰았다. 그리고 속 시원하게 파쇄기를 돌렸다.

"꾸릉꾸르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대박씨의 게으름이 찢어지고 파쇄되고 있는중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을 정돈된 마음으로 바라보던 대박씨의 기운에 어둠이 찾아들었다.

 

'아뿔싸! 내 약속어음?"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약속어음이 담긴 편지봉투를 책상위 서류뭉치에 올려 놓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대박씨는 오늘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크고 대단한 한껀을 해내고야 말았다.

대박씨는 요란함을 멈추고 얌전하게 앉아있는 파쇄기의 내장을 급하고 강하게 끄집어 내며

울부짖었다.

"으아아악 나 어떡해~"

 

▲ 우리는 모두 큰거 한껀만 노리고 있쥬?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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