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이는 술을 못먹는다.

아니 안먹는다.

정확히 말을 하자면 술을 끊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어렵게 취직이란걸 했는데 매일을 술기운에 마무리를 하고 힘겹게

일어나서는 다시 술기운을 입어야하는 루틴이 지겨워진거다.

게다가 대학등록금을 내느라 은행빚에 잔뜩 찌들어 있는 생활고에 월말이면 날아오는 술값에

대한 청구서는 대운이의 멘탈을 가만 놔두질 않는다.

그런데 회사에서 회식을 하면 꼭 참석하란다.

그리고는 꼭 대리운전을 시킨다.

대리비도 없다.

단지 술을 안먹는다는 이유 하나로..

그런 면에서 대운이는 코로나 시국이 참으로 좋기만 하다.

2년째 사람들의 한복판에 들어 앉은채 '감놔라 배놔라'하고 있는 눈에 뵈지도 않는 쬐깐한

것들 때문에 모임도 금지되었다.

그래도 회사생활의 원만함을 위해 억지로라도 회식을 해야겠다는 꼰대부장님의 고집 때문에

알게 모르게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회식자리를 가져왔다.

대운씨는 슬그머니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거 질병관리청에 고발이라도 할까?'

'이러다 직원 모두 확진자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오죽했으면 이럴까?

오늘도 회식이 있다는 예고다.

솔직히 대운이는 되도록 속히 일을 마무리 짓고 조용히 뒷문으로 빠져나갈 심산이었다.

계획을 세웠고 마음 먹은대로 진행중이다.

그리고 책상위에 서류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걸 미룬 채 마치 화장실 가는 모양새로

뒷문 쪽으로 걸어 나왔다.

"대운씨! 설마 집에 가는 거 아니지?"

때마침 입사동기인 규석씨의 품의서를 들여다 보고 있던 부장님께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셨는지 마악 뒷문 쪽으로 빠져 나가려던 대운이를 붙잡으셨다.

"네? 아 아뇨,잠시 화장실에 다녀 오려구요"

"어라,이봐 화장실은 그쪽이 아니고 저쪽이잖아!"

'이런 젠장 다 글렀다.'

오늘도 대운이는 회식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긴 글렀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빠질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고민 중인 대운이에게 구과장님께서 다가 오셨다.

"대운씨! 오늘도 회식 때 내 차로 같이 가는거야"

"저,부장님께서 먼저 말씀 하셨는데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여기에 적용해도 좋을지는 몰라도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반감이

구과장님한테 전해졌다.

이래저래 대운이는 오늘도 회식용 대리운전자가 되어버렸다.

대운이는 화가 났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소확행으로 바꾸면 된다'

그렇게 회식을 소화했다.

그리고나서 일주일이 지났다.

"대운씨! 잠깐 이리좀 와봐요"

부장님의 호출이다.

"여기 보니까 과속딱지가 날아왔는데 보니까 지난 주 회식때 같은데 너무 밟아댄 거 아녔어?"

"네에? 그럴리가요.."

대운이는 부장자리에서 물러 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부장님! 몇 건 더 날아올겁니다요 ㅎㅎ '

그랬다.

대운이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즉'소확행'을 전격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일테면 첫 번 째로 부장이름 빨간색으로 쓰기,두 번 째로 꼭 회식때 부장차 대리운전시에 과속

카메라에 일부러 찍히기, 세 번 째로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일부러 차선위반이나

신호위반하기였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아이고,넘 고소하다' 고소해서 못 참는거 맞지?

▲ 소소한 행복이 뭐 별거인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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