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家네 토종 장칼국수 ‘김윤선 대표’

림삼 | 기사입력 2021/12/29 [22:11]

배家네 토종 장칼국수 ‘김윤선 대표’

림삼 | 입력 : 2021/12/29 [22:11]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번 출구 인근에는 강남역 효성해링턴타워오피스텔빌딩이 자리한다.

 

그리고 그 빌딩의 지하 1층에는 킵유어포크라는 이름의 푸드코트가 있다.

 

그 주변에 가서 물어보면 금세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소문난 맛집들이 즐비한 명소다.

 

앞 뒤 두 군데의 계단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삥 둘러 가지런히 정돈된 넓은 공간에 200여개의 좌석이 비치되어 있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다양한 메뉴의 푸짐한 먹거리로 식당들이 줄지어 서서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찬찬히 살피면서 뒤 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배가네 토종 장칼국수라고 하는 다소 촌스런(?) 검정색바탕 간판의 식당이 눈에 띈다.

 

코너 2개를 이어붙인 넓지 않은 이 식당이 바로 요즘 강남의 입맛을 책임진다고 소문이 나고 있는 맛집이다.

 

특별히 드러낼 것도 없이 옆집과 비슷한 설비와 그저 흔한 디자인으로 획일화된 구조라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내세울 거 없이 평범해 보인다.

 

게다가 나열된 대표메뉴도 왠지 강남의 트렌드라 불리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일 정도로 지극히 서민적인, 김치찌개의 아류로 불려지는 것들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인 9천원대의 토속 장칼국수' 네 종류와 8천원 짜리의 김치 짜글이네 종류, 그리고 각종 직화구이의 고기정식네 종류 가격은 각각 1만원 씩, 묵은지 김치찜'과 '주먹밥이 주메뉴인 이 식당은 오픈한 지 이제 불과 7개월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러니 강원도에서 상경한 장년 부부와 딸로 구성된 전 직원(?) 세명의 꿈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벌써 인근의 상가나 학원에서 식당으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은 물론, 강남을 넘어 가깝지 않은 이웃 지역의 배달앱과 라이더들까지 바쁘게 만들고 있는 이 식당의 숨겨진 비결이 무엇인가 궁금해진다.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의 한 복판에서, 난다 긴다 하는 수많은 업소들의 치열한 경쟁과 견제를 뚫고, 그것도 오래된 굴레로 자영업자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코로나 19’로 인한 각종 규제와 들쑥날쑥한 한계를 견디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도전과 행보였을 이 가족들의 사연이 심상치 않아 보여 조심스레 질문을 했는데, 돌아오는 건 의외로 계면쩍어하는 담담한 미소와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지요.” 라는 겸손한 단답이다.

 

 



이미 각종 SNS나 유튜브, 그리고 배달앱의 리뷰 등을 통해서 맛집으로 점점 소문이 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현장의 반응이 궁금한지라 식사를 마친 한 고객에게 맛이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망설이지 않고 엄지 척을 하면서 직접 먹어보면 알 거라고 웃어보인다.

 

그러면서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농담을 곁들인다.

 

여기 짜글이요? 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아마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걸요?”

 

사실 푸드코트라고 하는 식당 시스템이 한 공간에서 여러 군데의 전문 음식 중에서 골라 먹는 재미와 흥취가 있어서 현대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한정된 구역 내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개인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자유 경쟁을 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에 점포의 분양이나 임대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강남역 인근에서는 많은 빌딩군이 난립해 있지만 푸드코트가 운영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또한 그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인지 이곳에도 여러 업소들이 성업중이기는 하지만 더러 문을 닫고 있는 장소도 눈에 띄기는 한다.

 

 

 



실제로 너무도 오랜 기간 동안 적절한 대책이나 구제 방안도 없이 많은 자영업자들, 특히 요식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의 상처는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확진자에, 백신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며 무서운 속도로 전파해가는 변이바이러스, 섣부른 위드코로나 정책 실시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방종과 무사안일, 게다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 등으로 인한 여파까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고 있는 영세상인들의 한숨과 눈물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어떤 일시적 대응책을 요청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어떻게 하든 살아 남아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꼭 맞아 떨어지는 전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종잡을 수 없는 규제의 변동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식당을 잘 운영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처세다.

 

그렇기에 아마도 아무데나 앉아도 되는 넓은 공간과 키오스크를 이용한 자동주문시스템, 혼밥이나 단체 식사나 어떤 종류도 어색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배식과 쟁반반납을 하며, 모자라는 음식은 주저 없이 더 달라고 할 수 있는 능동적 선진 문화가 어쩌면 강남의 신세대 의식과 잘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명소의 탄생을 부추긴 건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고급스러운 분위기나 월등한 가격의 레시피가 아니라 오늘의 강남이 원하는 건 친근하고 부담 없는, 늘 곁에서 함께 있는 착한 이웃같은 다정함이다.

 

그리고 여기 배가네 토종 장칼국수는 바로 그런 맛과 멋을 지니고 있다.

 

처음 찾은 사람이 마치 어제도 왔었던 듯 느껴지는 친근함, 자주 오는 사람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신선함, 그리고 고향을 떠난 사람이 언제나 그리워하는 집밥처럼 고향의 맛을 듬뿍 담고 있는 식단, 토속적이면서도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유혹함에 부족함이 없는 깊고 그윽한 향기, 이 모든 게 골고루 반죽되어 빚어내는 분위기가 이 식당의 매력이며 특징인 것 같다.

 

강남의 고객님들이 이 한 그릇을 드시고 하루의 일에 힘을 내서 매진할테니, 사실은 저희가 강남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동력인 셈이지요. 어차피 강남이 움직여야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예요?” 짜글이와 칼국수 담당 쉐프인 어머니(황미영)의 뿌듯한 자랑에 직화구이 담당 쉐프인 아버지(김남훈)가 빙그레 웃어보이자, 식당의 대표이며 포장 및 서빙 담당인 딸(김윤선)도 질세라 한 마디 거든다.

 

우리는 강남의 명소로 그칠 게 아니고 서울의 명소, 한국의 명소로 불릴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할 거예요.”

 

 

 



강원도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갖고 온 맛깔스런 장과 고춧가루, 기름 등과 아울러 발품 팔아 엄선한 야채와 고기, 또한 모든 신선한 식재료들로 이른 아침 시간부터 정성껏 준비한 메뉴로 강남의 직장인들과 학원생들, 그리고 오피스텔의 입주민들 입맛을 만족케 하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배가네 토종 장칼국수의 주방에서는 음식 만드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난다.

 

! 바쁘다.

 

점심시간에 늦지 않고 식사를 마치려면 부지런히 내려가서 줄을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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