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월척입니다.

월척입니다.

최병석 | 기사입력 2021/11/27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월척입니다.

월척입니다.

최병석 | 입력 : 2021/11/27 [01:01]

주낙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한 주동안의 스트레스를 가방에 꾹꾹 눌러담고 시원한 저수지 바람에 몸을 맡기다보면

어느새 또 한 주다.

처음엔 그저 회사의 부장님께서 슬그머니 집어준 싸구려 낚싯대에 홀랑 넘어가 그 뒷꽁무니만

따라다녔었다.

말그대로 한주 내내 일과 씨름하다가 주말이 되면 직장상사를 코 앞에서 시중드는 그런

모양새였다.

신입에서 대리까지 아니 이대로라면 과장을 달고도 늑대같은 부장의 하수인으로 자리를

잡을듯하다.

게다가 한주의 마지막을 늘상 외박아닌 외박으로 지내다보니 집에서는 영락없는 

아웃사이더였다.

가뜩이나 회사일로 저녁 늦게 복귀하는게 예삿일이 되어 버려서 아내의 얼굴은 물론 귀여운

딸래미의 재롱도 잊은지 오래였다.

분명 주낙씨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경제적인 수입원이 되어 착실하게 임무에 충실했건만

집에서는 찬 밥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조직원?

겨우 늑대같은 부장의 하수인으로 걸쳐놓은 낚싯대의 미끼같은 존재?

주낙씨는 말년대리가 되고 나서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거 무얼하느라 이러고 있는가?'

이제서야 식구들이 보였다.

딸래미도 보였고 주말만 되면 독수공방에 힘들어 했을 아내도 보였다.

아내의 편에서서 남편이랍시고 쳐다봐주는 배려따위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찬 밥 신세가 타당했다.

이래서는 안될것 같았다.

이제 늑대같은 부장의 낚싯대에 끼울 미끼가 되기보다는 식구들의 가장으로서 다정다감한

행복으로의 미끼가 되는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웃사이더에서 인싸로!

나홀로 낚싯꾼이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까지 함께하는 주말로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깜짝 이벤트로 바다낚시를 기획하였다.

그냥 바다낚시도 아니고 배를 빌려 주낚을 경험케 해 주기로 하였다.

그저 탁 트인 파란 바닷가에서의 낚시도 좋아라 할텐데 배를 타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바다낚시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뛸 일이었다.

"여보..할 말이 있는데"

말끝을 흐리자니 아내가 대뜸 화를 낸다.

"또 뭔일을 저지른거여?"

",다른건 아니고 요번주 토욜에"

"아니,언제부터 낚시간다고 보고여?"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아내에게 함께 낚시가자는 말을 한다는게 이렇게 힘이 들 줄 몰랐다.

결국 24K 금반지 두돈을 뇌물삼아 이벤트 진입에 성공했다.

'자기를 위한 깜짝쑈에 뇌물이라니...'

'내 저지른 죄가 있으니 걍 넘어간다.'

얼르고 달래서 바다낚시에 함께 가기로 하였다.

올만에 홀홀단신 가족들을 놔두고 낚싯대를 챙기던 습관에서 벗어나 북적거리며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인다.

아그덜도 마냥 신이 나서 함박웃음이다.

아내도 결국 금반지를 두 돈이나 확보해놓은 든든함때문인지 얼굴에 연방 미소가 흘렀다.

바다로 향하는 차 안에서의 공기가 마냥 훈훈하다.

행복은 원래 이렇게 훈훈한 색을 띠고 있는게 틀림없다.

"야호,바다다!"

아그덜과 아내가 바다를 보더니 냅다 환호성을 질렀다.

결혼하고 신혼여행후 아마도 바다로 데리고 나온 첫 여행이지 싶다.

슬그머니 미안해서 먼 산만 바라보는 주낙씨였다.

다들 기대에 부풀어 배에 올랐다.

시원하게 바닷물을 가르는 배위에서 짠 내나는 풍경을

즐긴다는 것,그리고 그런 멋스러움 가운데 낚싯대를 드리운다는것은 얼마나한 기쁨이뇨?

 

그런데,그것 뿐이었다.

늘상 멀쩡했던 주낙씨와는 달리 생전 처음 배를 타보는 아그덜과 아내는 배를 탄지5분도

되지 않아 웩웩거렸고 그나마 아침에 챙겨 먹었던 간편식사량 그 이상으로 흔들어 대며

환영해주는 바다의 향연에 부응하느라 바빴고 또 바빠서 탈진 상태가 되었다.

 

환상적인 낚시는 바다의 향연에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끝이 났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119응급차로 병원으로 고고씽.

낚으려던 놀래미나 광어는 허무하게 사라지고 대신 주낙씨를 제외한 가족 모두는 그날

팔뚝에 이따만한 링겔 주사액을 낚게 되었다.

이거,월척인건가?

 

▲ 낚시하면 월척?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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