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51)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9/03 [01:01]

바람의 제국(51)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9/03 [01:01]

▲     ©정완식

 

강변을 지나던 숱한 시선들 

강물 따라 흐르던 별 그림자 

길섶 보도블록에서 새하얀 웃음 짓던 

민들레조차 보았다고 했다​

 

내 눈길 머물던 곳 

내 발길 닿던 곳 그 어디에나 

뒤돌아 젖은 눈 닦아내던 넌 있었지만 

정작 나만 보지 못했다​

 

너의 사랑은 

늘 가까이 있었지만 

네가 떠나버린 뒤에도 

한동안 깨닫지 못했던 무딘 나​

 

- 후회할 자격조차 없었다 - 

 

52. 성도에서의 첫날 

 

저녁 8시가 되자 방동혁 부장과 박수현 차장, 그리고 이선 과장이 같이 모여 차례로 연수의 룸으로 들어왔다​

 

호텔 내에는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이 따로 없어서 연수는 회의실 겸 조선족 동포 통역 인원들을 면담하기 위해 비즈니스룸으로 방을 예약했었다​

 

연수는 이선 과장과 산책을 나섰다가 같이 저녁 식사도 하고 카페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나서 돌아왔고, 방부장과 박차장은 호텔 내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했다고 했다​

 

잠깐의 휴식이었지만 모두 얼굴에 생기를 띠고 있어서 연수는 휴식시간을 갖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이선 과장과의 깜짝 데이트는 괜찮으셨나요?"​

 

방안에 비치된 캡슐커피를 한 잔씩 추출해서 잔을 들고 테이블에 둘러앉자 방동혁 부장이 먼저 농담을 시작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연수의 한참 후배이긴 하지만, 기현자동차 해외영업본부의 수출기획팀에서 근무하면서 연수와의 업무교류가 많아 평소에도 허물없이 농을 주고받았던 사이였다​

 

"그런 얘기는 당사자들이 듣기에 성희롱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지요."​

 

연수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대꾸했다​

 

"이선 과장이 우리한테 먼저 자랑하던데요?"​

 

방부장이 물러서지 않고 야릇한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자자, 쓸데없는 농담은 그만하시고, 내일부터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해 봅시다."​

 

연수가 서둘러 방부장의 농담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회의 얘기로 대화의 방향을 바꾸었다​

 

"네네. 알겠습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방부장이 놀리듯이 입을 삐죽 내미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저와 박차장은 내일 아침 식사 후에 바로 차량 시트와 플로어 매트를 납품하고 있는 <태수>라는 업체를 방문해서 감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태왕그룹의 주력 계열회사로써 회사 규모가 제법 커서 내일은 종일 거기서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무석에서 그랬던 것처럼 구매나 생산관리 파트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방부장의 얘기가 끝나자 이선 과장이 바로 이어서 의견을 내놓았다​

 

"<태수>에 가시면 바로 류태진이라는 통역요원을 찾으시면 됩니다. 제 고등학교 친구이기도 하고 눈치가 있어서 아마 잘 도와줄 겁니다.​

 

오늘 오후에도 통화해서 잘 일러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통역요원이 눈치가 빠르다는 얘기는 통역을 하면서 곧이곧대로, 직설적으로 통역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만 하지는 않고, 할 얘기와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적절히 골라서 통역을 한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다른 국가의 언어도 그렇지만 중국 사람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는 다를 뿐만 아니고 그 의미조차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아서 자칫 통역을 잘못하면 큰 싸움이 나거나 중요한 협상이나 회의가 깨져버리는 경우도 많고, 통역사들이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 또는 어느 편에서 통역을 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곤 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이선 과장은 아마 류태진이란 친구에게 부탁해서 방부장과 박차장의 편에서 도움을 주라고 얘기를 미리 해놓았을 것이었다​

 

이선 과장이 이어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류태진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해서 두 분을 잘 도와주라고 얘기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상무님께서 면담할 첫 번째 친구가 열시에 이곳으로 오기로 되어 있고, 오후에도 면담하셔야 할 대상이 두 명이 더 있습니다.​ 

저는 그들과의 면담을 어레인지하고 상무님과의 면담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방부장님과 박차장님, 두 분이 감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제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바로 달려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선 과장이 우리 팀에 합류하니 팀 분위기도 바뀌고 아주 든든합니다. 

장상무님은 일 얘기만 하시고 별로 재미가 없었거든요."​

 

이과장의 얘기를 듣고 있던 박차장이 웃으며 얘기했다​ 

모두 따라서 웃었다​

 

박차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과장이 합류한 뒤부터 팀 회의나 같이 모여서 하는 식사 자리에서 부쩍 웃는 일이 많아졌고, 이과장의 거침없고 밝은 얼굴에 팀 분위기도 휠씬 부드러워졌을 뿐만 아니라, 팀의 전력에도 이과장은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과장의 적극적인 지원에 정말 감사한 마음은 두 사람과 같습니다. 

그런데 내일 첫 번째 면담자가 소청화학에 근무하는 친구라고요?"​

 

연수의 질문에 이과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한경 상무가 일부러 연수에게 전화해서, 정보를 줬었던 소청화학에 대해 조선족 통역사로부터 얼마나 많은 정보를 더 알아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연수는 살짝 긴장하며 그와의 면담이 기다려졌다​

 

"상무님! 회의도 대강 정리된 것 같은데, 지금 시간에 밖에 나가기도 그렇고 식사도 다 했으니 여기서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씩 하시면서 오늘 이과장이 상무님과 팔짱을 끼고 강변을 걸었다는 살짝 데이트에 대해 더 대화하시는 건 어떨까요?"​

 

방부장이 아까 하다 만 농담이 끊어져 아쉽다는 듯이 다시 그 얘기로 화제를 전환하자, 이선 과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의자에서 일어나 룸 안에 비치된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연수는 더 이상의 대꾸를 포기하고 그냥 웃기만 했다​

 

성도에서의 첫날 밤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9/07 [08:58] 수정 삭제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아 좋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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