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50)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8/31 [01:01]

바람의 제국(50)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8/31 [01:01]

▲     ©정완식

 

달빛 내리는 밤이면 

두시(杜詩)는 물결 따라 흐르며 

호우(好雨)를 부르고​ 

별빛 숨죽인 낮이면 

복숭아꽃밭에는 결의를 다지는 사람이 있다 

 

봄을 기다리는 남하강은​ 

꺾이어 버린 작은 욕심도 

천하를 호령하던 절개도 

하나의 고도(古都)로 묶어내고​

 

무심히 이천 년을 달려와 

다시 천년을 준비하며 

역사는 멈추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것이라 가르친다​

 

- 성도 - 

 

51. 성도 

 

이한경 상무와 역할분담을 하고 헤어진 뒤, 이선 과장이 합류한 기현팀 일행은 무석에서의 특별감사를 3일 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하고,​

 

목요일 아침, 상해로 건너가 홍차오공항에서 비행편을 이용하여 성도로 향했다​

 

상해에서 열차 편으로는 서른여섯 시간 정도 걸리지만, 비행편으로는 약 두 시간 이십여 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성도는 사천성의 성도(省都)로서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유비를 중심으로 하는 촉한의 중심 무대였던 곳으로 유비 현덕과 제갈공명이 잠들어 있는 곳이고,​

 

시선(詩仙) 이백과 시불(詩佛) 왕유와 더불어 중국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었던 시성(詩聖) 두보의 초당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현자동차는 성도에 공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MH자동차의 상용차 중국공장이 성도에 있어서 기현자동차의 몇몇 협력업체들도 성도의 시가지를 중심으로 멀지 않은 외곽지역에 산재하고 있었다

 

연수와 일행은 성도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공항에서 시내를 연결하는 외곽도로를 달려 유비와 공명을 합사한 무후사(武侯祠)를 지나고, 성도 시가지를 동서로 가르며 흐르는 남하강을 지나자마자 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서행을 하던 택시가 강변도로에 접해있는 한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겉면을 대리석으로 마감 처리하고 작은 베란다를 가지고 있어서 유럽풍의 리조트처럼 보이는 호텔은 지은 지는 꽤 오래된 듯했지만, 리모델링을 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내부는 비교적 깨끗했고,​

 

성도 시가지를 남북으로 지나는 중심도로인 인민로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비교적 교통이 편리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협력업체를 다니기가 편리했다​

 

성도는 광둥성의 선전시와 함께 취업 인구수가 근래에만 약 190만 명 이상 늘어날 정도로 도시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 도시 중의 하나이고,​

 

상주하고 있는 인구만 하더라도 1,700만 명에 달해, 한눈에 봐도 도시가 활발해 보이고 거리를 오다니는 사람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연수와 일행은 무석에서 상해로, 그리고 다시 성도로 이동하느라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할 겸 휴식시간을 갖고 저녁 식사도 각자 해결한 다음,​

 

연수가 머무르는 방에서 저녁 8시에 모여 다음 날부터 진행될 특감과 조선족 교포들과의 면담을 위한 점검 회의를 가지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지난 주부터 강행군 속에서 이것저것 신경을 쓰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관계로 다소 지쳐있던 연수도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보려고 캐리어에 있던 짐을 풀어 옷장 안에 대강 정리하고 샤워를 마치고 막 나오는데 연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선 과장이었다​

 

이한경 상무에게 상황보고를 위해 통화를 하던 이선 과장에게 이상무가 연수와 통화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전화를 부탁한다는 전언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선 과장과의 통화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시계는 오후 네 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연수는 통창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열어젖히고 한쪽 문을 조금 열어 환기를 시킨 다음, 이한경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 번 울리고 이상무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장상무님! 성도는 잘 도착했나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시느라 많이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을 텐데 힘드셨지요?"​

 

"아닙니다. 다들 그렇게 다니는 걸요.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교통편이 많이 좋아져서 괜찮았습니다. 그나저나 어쩐 일로..."​

 

"네. 다름이 아니고 제가 자료를 유심히 보던 중에 협력업체 한 곳이 눈에 띄었는데, 성도에 있는 협력업체 중 성도와 무석, 양쪽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소청화학이라는 곳입니다.​

 

자동차 범퍼를 생산해서 우리 예청공장과 MH사천공장에 납품하는 곳인데, 이곳은 격년으로 노사파업이 일어나 우리와 MH에  타격을 주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 소청화학의 양만호 총경리가 원래 대만에서 조그만 봉제공장을 하다가 중국 본토로 건너가 지금의 범퍼 공장을 설립해, 우리 MH그룹을 상대로 돈을 꽤 많이 벌었다고 여기 무석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소문이 쫘악 났는데, 그 양만호 총경리의 사업 수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번 잠깐 언급되었다시피 노사분규도 자기네 납품단가를 올리기 위해 자기가 만들어 놓은 공회(노동조합)를 사주해서 분규를 일으키게 해놓고는,​

 

우리 예청공장 생산에 차질을 빚게 만들고 납품단가를 올려주면 멈추고, 이러기를 반복하면서 괴롭히고 있는데 이런 행태를 성도에서도 똑같이 저지르고 있는 거지요.​

 

우리는 중국 공회라 손도 못쓰고 속절없이 당하고 있고요.​

 

그런데,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 소청화학이 바로 태왕그룹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조선족 동포들을 면담할 때 그 소청화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도 있던데, 그 친구를 면담하면서 한번 실상을 파악해 보는 게 어떤가 해서 정보를 드리려 전화통화를 원하게 된겁니다."​

 

아직 이곳에서의 면담자 리스트를 확인해 보지 못한 연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며 예청에서의 이상일 전무의 동향에 대해 물었으나,​ 서울 본사에서 특감이 나와 돌아다닌다는 소문 때문인지, 이상일 전무는 별달리 눈에 띄는 행동은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한경 상무와  통화를 마치고 베란다로 나간 연수는 아래쪽 남하강변을 내려다 보다, 방에서 쉬기로 한 생각을 바꿔 강변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할 요량으로 로비로 내려갔다​

 

그런데 로비에는 마치 연수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듯이 이선 과장이 로비의 한 쪽 소파에 앉아 있다가, 연수를 보고는 환한 얼굴로 하얗게 웃으며 일어서 연수에게 다가왔다​

 

"상무님! 어쩐 일로 내려오셨어요?"​

 

"응, 그냥 앞에 강변을 걸으면서 산책을 좀 하려고..."​

 

"네, 그럼 같이 걸어요. 그래도 되죠?"​

 

이선 과장은 연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연수를 따라 호텔 밖으로 나섰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8/31 [09:36] 수정 삭제  
  3~4일을 기다리며 읽는 재미도 너무 좋네요~ 오늘도 즐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雪花 21/09/02 [21:02] 수정 삭제  
  50편을 읽다보니 봄과 여름이 지나고 이제 가을문턱이네요 덕택에 많은 바둑판과 같이 많은 수를 보았습니다. 50편 축하드리고 다음편 엄청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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